재벌총수가 정치인 ‘봉’이냐
재벌총수가 정치인 ‘봉’이냐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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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고약한 ‘갑놈’들의 ‘갑’질

‘갑’질의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어쩌고 지럴하면서 지난 5개월동안 놀고 먹고 자빠졌던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지난 7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갑’질의 폼을 잡고 있다.

국민 여론은 뒷전으로 나몰라 하더니,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국감이 시작되니 으쓱되고 있는 꼬락서니 보니, 웃기지도 않는다.

국회는 오는 27일까지 무려 672곳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역대 가장 많다. 국회가 실제 감사를 할 수 있는 날은 주말과 공휴일을 빼면 14일뿐이다. 14개 상임위가 하루에 평균 4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밥도 안 먹고 회의를 열어도 기관당 감사 시간은 4시간도 안 된다. 제대로 ‘갑’질의 국감이 되겠는가. 그런데도 ‘갑’질의 나리들께선 올해도 어김없이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감사장에 불러내려 하고 있다.

국정감사는 본래 국민 세금을 쓰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기업인들은 회사에 공적 자금이 들어갔거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맡았거나, 부당노동행위처럼 공공성이 강한 사안과 관련돼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국회는 8일 현재 산업통상위와 미래방송위 두 곳에서만 47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경영자들이 포함돼 있다.

언론보도를 보니, 7일 나리들께선 총수들의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별 지럴 다 떨었다.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국감은 하지 않고 긴급 기자회견을 갖거나 서로 비난하는 입씨름에 바빴다.

정책 질의 한 건도 없이 정쟁(政爭)만 하다 국감 자체가 무산됐다. <위 사진>이날 환경부 국감은 오전 10시 40분쯤 시작됐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증인 선서가 끝나자마자 여야 의원들은 의사 진행 발언에 나서 기업인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들을 국감장에 불러 “해당 기업의 사내(社內) 하도급 문제나 정리해고 같은 이슈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었다. 반면 여당 측은 “구태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냐”고 맞섰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무더기 출석시켜 ‘기업인 망신 주기’ 하려는 것이 야당 의도라고 본 것이다.

여야 대립이 이어지자 이날 정오쯤 정회가 선언됐다. 이후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약 5시간 동안 막후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는 사이 환경부 관료들은 하릴없이 국감장에서 대기했다. 협상에 진척이 없자 여야 의원 10여명은 오후 6시를 전후해 잇따라 기자실로 몰려와 서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여당이) 증인 채택을 위한 협상에 전향적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국정감사가 정상 진행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야당이 민주노총 2중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결국 환노위 국감은 질문 한 건 없이 이날 밤 10시 반에 무산됐다. 이어 8일 속개됐지만 증인채택을 이틀째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오전 국감장에 심상정 의원만이 앉아 있다.  출처=머니투데이

총수를 상대로 ‘갑’질을 하려는 이 ‘갑 놈’들을 어찌하면 좋을고. 물론 국감 관련 법률에는 기업인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출석시키게 돼 있다. 따라서 국회가 부르면 기업인으로서는 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국감을 함 보자. 증인으로 채택되어 온 기업인들을 10시간씩 대기시켜놓고 호통만 치거나 질문조차 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례가 많다. 그리고 휴식시간이면 슬며시 나와서 명함을 주고 받고 이딴 식이다.

‘갑 놈’들이 기업인들을 막무가내로 소환하려는 그 꼼수가 뭘까. 기업인들을 상대로 무슨 중요한 답변을 들으려고, 소가 웃겠다.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에 소환되면 그 자체만으로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의원들은 이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유·무형의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특정 법안의 처리와 관련해 관련 업계나 기업에 협조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식으로 해당 기업을 윽박지르기 일쑤인 것이 기업인 국감 호출과 관련한 우리 국회의 요즘 풍경이다.

기업인들을 마구 불러내 골탕 먹이거나 겁주고 길들이려는 것으로, 권력 남용이자 행패다.

한마디로 칼만 안들이대지, 강도나 다름없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지난 1년 성과를 평가해 잘못이 발견되면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민이 국회에 준 권한이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원전·군수·철도 부품 비리, 정부 인사 실패, 공적 연금 적자, 복지 예산 누수, 군기 사고, 경기 활성화 등 국정 현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재벌 소환을 놓고 공전을 거듭했다.

국회가 지금 하는 걸로 봐선 올 국감도 TV 카메라 앞에선 '호통 감사' '정쟁 감사'를 벌이면서 뒤로는 사리사욕으로 기업인들을 괴롭힐 것이 뻔하다.

우리 사회는 기업 친화적이기보다 반기업 정서가 넘친다. 그런데도 많는 네티즌들도 나라님들이 총수를 부르는 것에 대해 곱지않는 시선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국회에 대한 반감이 기업·재벌에 대한 반감을 압도한 모양새다.

기업인들이여, 이런 ‘갑놈’들의 증인 출석 과감히 무시해라.

국민들이 이번 기회에 ‘갑놈’들의 버르장머리 뜯어고쳐야 한다.

5개월 동안 처 논 후 국민들로부터 “세비만 축낸다”고 비난을 받더니, 이제 ‘국감물’ 만나니, ‘갑’질의 칼바람 났구나. 그야말로,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더니, 총수에게 총을 겨루는 ‘갑 놈’들이다.

기업인들은 정치인 ‘봉’ 아니다. 쌍팔년도 생각 버리라. 

그래 '갑놈'들이여, 27일까지 얼마나  ‘꼴갑’을 떨면서 국감을 펼칠지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