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정 사회주의 헌법 공개…김정은 '국가수반'으로 명시(종합)
北, 개정 사회주의 헌법 공개…김정은 '국가수반'으로 명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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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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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2019.2.9/뉴스1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를 통해 개정한 사회주의 헌법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명시한 것이 확인됐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내나라'가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회주의 헌법 100조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명시됐다.

개정되기 전 헌법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명시돼 있었는데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첫 회의에서 헌법 개정 사실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직책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하게 된 점,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호명한 점을 들어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이 올라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이후 김 위원장의 군 관련 직함을 호명할 때 기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바꾼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때론 다른 나라 정상과의 정상회담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다.

북한이 국무위원장 직함의 위상과 권한을 높인 헌법 개정 사실이 명시적으로 확인되며 김 위원장을 향후 다른 국가수반들과 동등한 외교적 지위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비핵화 협상을 계기로 시작된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 헌법에 언급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보면, 과거 헌법에서는 '헌법, 최고인민회의 법령 혹은 결정,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순으로 언급됐으나 개정 헌법에서는 '헌법,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혹은 결정'으로 순서가 바뀐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국무위원회가 명실공히 최고 주권 기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개정 사회주의 헌법에서는 북한이 이른바 '정상 국가화'를 추구하며 선대의 흔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김정은 체제의 당위성과 권위에 힘을 실어 주는 방향의 변화가 다수 포착됐다.

북한 헌법의 기조를 설명하는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서는 선대 수령에 대한 존칭이 새로 포함됐다. 기존 헌법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로 명명된 두 선대 수령이 개정 헌법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로 표현됐다.

특히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라는 서문 첫 문장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이 구현된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라고 바뀐 것이 확인됐다. '조국'이라는 표현을 '국가'로 바꾼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 과거 사용하던 '강성 국가 건설'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김정은 시대 용어로 대체됐다.

정치와 관련한 헌법 내용 중 3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로 바뀌었다.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이라는 두 선대 시절의 용어를 '김일성-김정일 주의'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다.

특히 선군 정치와 관련한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는 개정 조문이 눈에 띄었다.

59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선군혁명 노선을 관철해 혁명의 수뇌부를 보위하고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외래 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 조국의 자유와 독립,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결사 옹위하고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외래 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 조국의 자유와 독립,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로 수정됐다. 군대의 임무를 '선군 혁명'에서 '김정은 결사 옹위'로 바꾼 셈이다.

또 국무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에서도 '국방 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 정책을 토의 결정한다'라는 조문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토의 결정한다'로 바뀐 것이 확인됐다. 국방과 관련한 내용이 대폭 수정, 삭제된 것이다.

이 같은 헌법의 변화는 선대 시절에 대한 '유훈 정치'가 끝나고 북한이 명실공히 김정은 체제 국가가 됐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회주의 강국 건설과 과학 기술 발전 등 김정은 시대에 강조된 용어들이 대거 등장하고 주체사상, 선군사상 등 선대 시절의 용어들이 사라졌다.

특히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통일의 구성이시다'라는 조문을 삭제하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모심으로 하여 우리 공화국은 부강하고 자주적인 국가건설의 근본적이며 중핵적인 과제를 훌륭히 해결한 세계에 유일무이한 국가 실체로 빛을 뿌리게 되었다'라며 헌법 서문에 이어 '국가'를 강조한 표현도 눈에 띄었다.

북한이 개정 헌법을 개정 석 달 만에 공개한 것 역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외부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결정을 통해 헌법 개정 사실을 공개해도 그 내용을 즉각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