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감성노트]시월의 잊혀진 계절과 잊어버린 가을
[JBC의 감성노트]시월의 잊혀진 계절과 잊어버린 가을
  • JBC까
  • 승인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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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영내서 낙엽을 보고 해맑게 웃고 있다.
70년대 초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영내서 낙엽을 보고 해맑게 웃고 있다.

29일 아침 지하철을 탔습니다. 40대 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 분의 이어폰에서 나즈막한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지하철이 옥수역을 출발 한강을 건널 즈음입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었습니다. 지하철 창가에 선 그 여성은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잊혀진 계절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 여성이 왜 이 노래를 듣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시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누구나 잊혀진 계절'에 끌리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저는 시월의 마지막 날, 미사리 라이브 카페로 달려갔습니다. 15년 동안 미사리 라이브 카페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지 못합니다.

한 두 개 라이브 카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낭만이 흘렀던 미사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라이브 카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곳 라이브카페에서 뮤지션들의 음악과 노래를 들으면서 보낸 시월의 마지막은 삶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그 신선한 활력의 '애수'를 적셨던 노래가 '잊혀진 계절' 이었습니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는 떠나보내는 연인을 혹은 떠나보내는 가을을 노래 하는 거 같습니다.

이 노래 가사는 상당히 애잔합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중략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저는 시월쯤 가수 이용의 노래를 직접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8년 시월의 어느 날 경기도 안양 백운호수가에서 입니다.

당시 작은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작고한 배우 김자옥씨와 남편인 가수 오승근 씨, 그리고 법조인으로 유명한 이재만 변호사도 함께 했습니다.

그날 이용 씨가 무대에 올라 잊혀진 계절을 불렀습니다. 그 때 이용의 생생한 라이브를 들은 후부터 저도 모르게 시월의 끝자락에선 잊혀진 계절을 꼭 듣습니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길접목 계절 입니다. 가을, 그 가을의 시월은 가을의 절정체입니다. 산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고, 낙엽이 하나 하나 떨어집니다. 그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은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하는 거 같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 가을이 여기서 멈추어 주었으면 하는 갈망 일 겁니다.

이 가을이 지나 가면 '달력'은 달랑 한 장만 남습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은 '마지막' 이라는 것과 또다시 '시작'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달력이 두 장만 남고 계절은 겨울로 향할 겁니다.

겨울과 가을의 중간종착역. ‘잊혀진 계절은 이 중간 종착역에 남아서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해가 질 무렵 쓸쓸하게 떠나가는 오후 5시 기차를 연상케 합니다. 기차가 떠난 자리 홀로 뒹구는 낙엽이 잊혀진 계절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소주잔에 혹은 커피잔에 잊혀진 계절을 안주와 쿠키삼아 지난 시절을 떠올려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금 모두에게 그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어버린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잊어버린 계절을 찾고 싶습니다. 또 이렇게 한 해가 지나지만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지난 일들이 많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듯이, 잊어버린 가을에도 낙엽은 뒹굽니다.

오늘 박 대통령님께 편지를 부친 후 고궁을 돌고 싶네요.

고궁을 거닐면서 음악에 취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