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을 더민주당 후보를 깐다
서대문 을 더민주당 후보를 깐다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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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쯤 이었다. 국민일보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던 한 친구가 한 매체 정치팀으로 발령받아 왔다.

곱상한 얼굴에 친근감이 묻어났다.

데스크가 그 친구를 내 옆자리에 앉혔다. 당시 나는 한나라당을, 그는 민주당을 출입했다. 나와 그는 열심히 정치권 취재를 했었다.

2000년 어느 봄날 그는 “선배 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정치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며 회사를 떠났다.  그가 회사를 그만 두기 까지 신촌에서 많은 소줏잔을 비웠다. 그 때 그의 나이 36세.

나는 그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가 분명 훌륭한 정치를 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그의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서대문을에서 공천을 받아 두 번 도전했지만 쓴 잔을 맛보았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625표차 아주 뼈아프게 낙선했다.

나는 19대 총선 개표식 날, 한 선배가 모친상을 당해 마산을 갔었다. 마산서 개표를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저녁 10시 쯤 그가 당선쪽으로 기울어지는 거 같아  ‘김 의원 당선 축한다’라며 그를 의원이라 칭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는 625표로 낙선했다. 그런데도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또 도전 할 것이다"며 씁쓰레 웃었다. 

나는 세번째 총선을 노크한 그의 도전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는 그를 위해 뭔가를 도와 주고 싶지만 현직 기자인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굳이 할 수 있다면 '기사'를 적어주는 거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의 기사를 단 한번도 적어준 적이 없다. 그리고 다른 부서 혹은 다른 매체에도 적어 달라 부탁한 적 조차 없다. 솔직히 '가재는 게편이다'고 언론인 끼리 아는 마당에 눈감고 부탁하고 적어 줄 수도 있겠지만 하지 못했다.

그의 기사를 적어주지 못했던 것은 나의 고집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그는 나에게 “제 기사 한번만 적어 주세요”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여타 정치인은 선거철만 되면 언론에 찾아와 혹은 지인을 통해 자신의 기사를 적어 달라고 읍소하는 것과는 완전 대조적이다.

그의 가족이야기를 해서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알거다. 그의 부친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시다. 바로 6선 의원을 역임하셨던 서대문 터줏대감 후농 김상현 전 의원이다.

많은 사람들은 선거운동을 하는 그가 아버지 후광을 받지 않았을까 말한다. 아들이 아버지 옛 지역구에 출마를 하면 아들 당선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게 당연한 아버지 상이다. 지난 총선때 625표 차로 낙선했을 때 그의 부친이 적극 나섰더라면 당선됐을 건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974년 12월 10일 밤 명동성당에서 인권회복을 위한 기도회에 나온 김대중전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된 후 가석방된 전 신민당 의원 김상현 전 의원.  

그러면서 "당신 아버님이 도와주셔서도 625표 차는 극복했을 건데 참 무심하시다"라고 말한 적 있었다. 그는 "선배 뭔 소립니까"라며 펄쩍 뛴다. "어버님이 왜 제 선거에 뜁니까. 제가 아버님 도움을 받지 않고 당선되어야 진정한 당선 아닙니까"

아직도 그의 말이 귓가를 멤돈다. 그의 말은 '강한 자가 살아남지 않는다. 살아 남은 자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했다.  

봄이다. 온 대지에 꽃이 피고 있다. 꽃에는 꽃향기가 나야 하고 사람에게는 사람 내음이 나야 한다. 사람 내음 그거 특별한 향수 아니다. 진심이 통하는 사람의 향수는 꽃보다 좋다.

그를 만나면 사람냄새가 난다. 소줏잔에는 정겨움이 묻어 있다.

3년 전 늦둥이를 낳았다고 파안대소 했던 그,

아파도 울지 않고 더 아픈 사람의 눈물을 닦아줬던 그,

불의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앞장서는 그,

후배들이 찾아오면 빈주머니를 털털 털어 막걸리 잔을 털었던 그, 

겨울철 시장에서 언 손을 비비면서 추위를 녹이든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늘 더 낮은 곳으로만 향했던 그,

1992년 한국과 중국이 국교가 수교된 후 중국 북경대학교가 배출한 중국통 전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중 중국어에 능통한 자가 없다. 한중 관계가 나날히 발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중 중국 고량주를 털면서 중국 정치인과 맞대화를 할 사람이 있는가. 

그는 중국은 물론 치열한 외교전쟁에서 한국의 국익과 대중 관계를 위해서라도 국회로 가야 한다. 나는 이제까지 대통령 선거 때나 국회의원 선거 때도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지지 하지는 않았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언론인기이기에 그런 게 아니다. 진정 지지할 만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20대 총선에서만은 그를 지지하고 싶다.

그가 후배여서 친분이 있기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한 정치인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선거 때 당선되어 반드시 국회로 입성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고, 구호로만 정치를 하는 그 구태를 쓸어버려야 한다.

나는 그와 사상과 노선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그를 지지한다.

그가 누구냐면?

서대문을 기호 2번 더민주당 김영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