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개그맨’ 최홍만. 개콘 프로에서 보기를
‘격투 개그맨’ 최홍만. 개콘 프로에서 보기를
  • JBC까
  •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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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가 주룩 주룩 내렸던 16일 저녁 간만에 웃음이 ‘빵’ 터졌다. 올들어 TV를 보다가 웃음이 그렇게 터진 적 없었다.

드라마 쇼와 예능 프로를 보고, 터진 웃음이 아니다. 로드FC 최홍만과 아오르꺼러 간 경기를 보면서 터진 웃음이었다.

최홍만이 16일 오후 중국 북경공인체육관에서 열린 '샤오미 로드FC 030' 메인이벤트 무제한급 4강 토너먼트에서 아오르꺼러를 1라운드에 1분36초만에 어이없는 KO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가 끝난 후 네티즌들의 비난과 익살 섞인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로드FC 한편의 코메디를 보는 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절한 격투기 경기를 보면서 “코메디 같다”고 하는 것은 실례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오죽하면 그런식의 댓글을 쏟아냈을까. 격투기는 코메디가 아니다. 피가 터지고 살결이 찢겨져 나가는 그 잔혹한 경기가 격투기다.

링의 전사들은 살기 위해, 이기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런데 왜 이 경기가 '코메디 쇼' 같다면서 팬들이 어이없이 웃었을까.

이들이 펼친 경기의 꼬락성이 때문이다. 두 선수의 몸을 보자. 한 사람은 키가 장대고, 비쩍 골았다. 또 한 사람은 중국산 두꺼비 마냥 배가 산처럼 나왔다. 격투기로 다듬어진 근육질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 시작 종이 울리자마자 이들이 뻗는 주먹은 허공만 향할 뿐이다. 킥은 기대도 안한다. 발차기가 힘겹다. 둘이 갑자기 엉켜서 뒹굴더니 한 놈이 실신했다. 맞은 거 같기도 하고, 지쳐서 쓰러진 거 같기도 하고, 분간이 안된다.

최홍만 얼마나 가공할 만한 펀치를 날렸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쓰러진 그 놈은 실신해버렸다. 최홍만은 그 실신 한 놈 젖가슴을 몇대 툭툭 친다. 최홍만 승이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당 부족이냐, 심근경색이냐, 고혈압이냐"고 비꼬았다. 또 “빈혈있나? 누가 독침 쏘았나?”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외에도 "고개 숙인 아오르꺼러를 최홍만은 넘어뜨린 후 꿀밤 세대를 놓았다" "저질이야, 때리던놈이 실신하고 실컷 맞던 놈이 영문도 모르고 이겼다" "화장실 갔다 왔는데 티비 보니깐 최홍만이 아오르꺼러 가슴을 치고 있더라"는 등. 오죽했으면 팬들은 이런 댓글로 이 경기를 질타했겠는가.

나 역시 이런 경기는 처음 본다. 상대는 제대로 맞지도 않았는데 자빠지고 실신했다. 대단한 최홍만이다. 

격투기는 일반 스포츠와 다르다. UFC 등 경기를 보면 링에 피가 낭자한다. 손은 박진감에 땀이 절로 배어난다. 상대가 한 대 맞았을 때 저러다 죽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에 눈이 감긴다. 인정 사정이 없다. 끔찍한 그 자체다.

아주 잔혹함이 더해져서 링은 ‘너 죽고 내가 산다’는 그 냉혹함만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선 그런 전사들의 격투는 오간 데 없다.

도대체 이들은 격투기를 뭘로 보고 까부는가. 도대체 이들은 격투기가 키크고 뚱뚱한 기인들의 싸움장 쯤으로만 아는가.

최홍만은 뭐냐. '격투기맨 이냐'. 아니면 '쇼맨이냐', 아니면 격투기 맨을 가장한 '연예인'인가.

최홍만과 경기를 벌인 중국 아오르꺼러는 누군가. 도대체 그런 자를 격투기 선수랍시고 최홍만과 매치를 시키고---한마디로 한심하다. 두마디로 어이없다. 세마디로 불쌍하다.

로드FC측은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최홍만과 아오르꺼러간 경기를 흥행만 시키면 그만인가.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1970년대까지 국민 프로스포츠로 자리잡았던 프로레슬링이 왜 내리막길을 걸었는가.

그것은 프로레슬링이 쇼여서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이런식의 경기를 펼치면 머지 않아 격투기도 프로레슬링처럼 국민들이 외면 할 것이다.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격투기는 차라리 예능프로 ‘무한도전’에서 해라.

아무튼, 봄비로 인해 기분도 우울했다.  최홍만이 웃겨줘서 고맙다.

개그프로보다 재밌었다. 이젠 최홍만을 ‘격투 개그맨’으로 불러야겠다.

최홍만 예능 개콘 프로에서 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