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靑, 세월호 유가족 사찰"…김기춘 등 71명 수사의뢰(종합)
"박근혜靑, 세월호 유가족 사찰"…김기춘 등 71명 수사의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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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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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유경선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사찰하도록 당시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을 제시하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특조위 사무실에서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요청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을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받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보다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조위는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이르면 내일 중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조위는 과거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을 수사했던 '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군 특수단)과 검찰이 당시 기무사령관과 참모장 등 6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하기는 했지만 청와대 보고라인을 향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의 피해 사실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추가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조위의 조사결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2014년 4월18일부터 9월3일까지 총 35차례의 대면보고를 포함해 기무사가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보고받았다. 또한 610(진도)부대와 310(안산)부대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0월까지 총 627건의 사찰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무사 지휘부는 610부대와 310부대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위기와 소란행위 등 특이언동, 사생활과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부대원들은 신분을 가장해 첩보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실종자의 형인 A씨의 경우 사이버상에서 정부에 문제제기를 한다고 기무사 등이 판단해 네이버 닉네임, 학적, 학번, 이메일, 통장사본,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사찰한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중고카페에서 거래하는 물건과 좋아하는 야구 구단까지도 파악해 보고됐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와 국방부 관계자들이 기무사의 보고를 직접 받은 정황이 담긴 여러 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특조위가 공개한 2014년 5월10일 청와대 보고문서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반응과 관련해 '보고 직후 비서실장께서 아주 만족해하신 듯 함', '비서실장께서 구체적 유가족 보상계획 있는지 궁금해 했다' 등의 기록이 확인됐다.

아울러 2014년 5월23일 장관보고 문건에서는 김관진 전 장관이 '기무사 보고서가 아주 잘 되었다며 크게 칭찬을 한 뒤 격려금을 하사했다'고 언급됐다. 같은 해 6월14일 김 전 안보실장이 유병언 건과 관련해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임'이라고 호평한 내용도 공개됐다.

같은해 6월25일 청와대 문서에는 세월호 관련 주요 현안으로 '유가족 요구사항 선별적 수용 필요', '최근 사이버상 여론 변화 추이' 등도 비서실정과 안보실장 등에게 서면으로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기무사 팀장을 직접 만나서 추가설명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유가족 사찰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특조위는 당시 문서에는 '기무사에서 수시로 비서실장에게 정보보고를 제공 중이다. VIP(박 전 대통령)께도 간접적으로 보고'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같은해 8월29일 이재수 전 사령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보고서에는 '안보실장이 세월호 관련 보고해 줘서 고맙다 면서 상세 내용으로 재보고 요청', '2장으로 보완하여 9월3일 청와대 서면보고' 등이 적혀있었다.

특조위는 부대별 보고와 군사동장, 청와대 및 국방부장관 보고, 사령부 지시 이메일 등을 참고해 조사한 뒤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박병우 세월호진상규명국장은 "청와대가 직접 지시한 문건이나 녹취록은 현재 확보하지 못해서 직접 지시 단정은 어려우나 대면보고를 받은 점은 문건에 나와 있다"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기무사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35차례 대면보고를 받고 크게 칭찬하고 격려금을 주는 행위가 단순히 보고만 받은 행위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기무사 정보보고는 중앙에서 어떤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제언도 포함됐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보고로 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단 한번의 비판 없이 기무사의 보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윗선의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조위는 청와대 비서실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 뿐만 아니라 기무사 실무진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당시 기무사 지휘부 및 예하부대원 66명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특조위는 "진도를 담당하는 610부대와 안산의 310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분위기와 소란행위 등 특이 언동, 사생활,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지시가 위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신분을 위장하거나 정보원을 활용하는 등 방식으로 사찰과 보고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문호승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기존 수사에서는 기무사 지휘부가 부하 대원들에게 불법 사찰하라고 지시한 혐의만을 기소했다. 그 결과 지시한 상관은 가해자로 지시를 받은 부하대원은 피해자 규정하는 가운데 실질적 피해자인 유가족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사건의 진상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유가족은 국가의 보호대상인데도 오히려 개인정보와 민감한 정보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찰당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 등을 침해당했다"며 "또 실제로 유가족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집단' '빨갱이' 등으로 갖은 모욕의 대상이 된 바 있으므로 사찰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