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까]태극기 우파 사람들
[아무튼 까]태극기 우파 사람들
  • JBC까
  • 승인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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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우파 국민들이 지난 10월 광화문 모여 문재인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태극기 우파 국민들이 지난 10월 광화문 모여 문재인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는 매일 같이 각종 시국 현안에 대해 까고 있다. 일부는 그런 나를 보고 “세상 돌아가는 판을 너무 잘 안다”고 추켜세워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게 있다. 태극기 우파 민초들이다. 알려고 하면 다르게 변해 있고, 이해를 하려고 하면 이미 저 해를 넘어 가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이 보수 우파 바닥에 얼굴을 내민 것도 8년(2012년 10월 JBC까 방송 시작)전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나에게 이 바닥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모습속에 애국심이 느껴지고, 그 분들이 존경스럽게 보이지만 개인별로 만나면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드러나니 말이다.

내가 이 바닥에서 가장 모르는 사람들은 소위 태극기를 든 우파 리더들이다. 내가 그 분들과 만나서 특별히 이야기를 나눠 보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이념과 사상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신기한 것은 그런데도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지만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것이 유일한 ‘보증수표’다.

또 사람의 처신과 행동도 낯설다. 구름이 흘러가고 바뀌듯 사람들이 시시각각 바뀌고 변한다.

그런데 이 바닥에서선 오늘 밥 먹고 히덕거리다가 내일 상대를 공격한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선생님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그 분노가 분수처럼 터져나온다.

한편으론 측은한 생각과 또 한편으로 인간 막장을 보는 느낌이다.

이런 천태만상은 진영의 논리를 '잉태'한다. 이는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진영의 논리가 아니다.

태극기 우파쪽에는 우리공화당과 지난 31일 창당된 자유통일당, 그리고 각 태극기 시민단체가 수두룩하다.

문제는 민초들이 각각의 단체에 가입되면 그 때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듯 하다. 내 조직이 최고요, 내가 모시는 지도자가 최고다.

행여 상대가 우리 쪽을 비난하면 말과 댓글로 흉단 테러를 가한다. 툭하면 상대의 약점을 골라서 이러쿵 저러쿵 도발을 해댄다.

태극기 집회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는 순수성과 목적성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집회가 차기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용도로 전락된 느낌이다. 작금의 집회가 대한민국 자유를 지킨 초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집회가 특정 목적성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순수한 민초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또 흥미로운 것은 이 바닥에는 언론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적당히 ‘구라’를 쳐도 통한다는 것이다.

기존 정치권의 경우 언론이 감시 기능을 한다. 정치인의 언행이 정도를 벗어나거나 지난 발언과 비교해서 지금의 발언이 다르면 검증한다.

그러나 이 바닥은 다르다.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가 다반사다. 언론의 관심밖이니 그 틈새를 노린다.

뭐 뀐 놈이 성질낸다고, 오히려 당사자가 더 기고만장해진다.

기존 언론 자리에 유튜브가 채우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들을 상대로 마음껏 자신을 드러낸다. 유튜브도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유튜브가 어디를 가서 영상을 찍는 것은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이 바닥에선 마치 '허가제'다. 누가 허락해 주는가. 입김 센 민초님들과 지도부다.

언젠가 광화문 부근에서 특정 세력이 주최한 집회를 보고 있었다. 한 60대 중반 여성이 다가와서 “당신 우리공화당 지지하는 데 여기 왜 왔냐”고 다그쳤다.

나는 현장 촬영을 하지 않는다. 취재 중인데도 이렇게 따지고 물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이없었다.

이런 환경속에 기존 언론사들이 태극기 집회 안으로 들어와서 취재를 할 수 있을까. 언론이 없다보니 정치인들이 민초들을 자기 마음대로 요리하고 소위 데리고 논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뜻'과 '탄핵무효', 무죄석방'을 혼합시키면 민초들을 현혹시킬 최상의 무기이지 카드가 만들어진 셈이다.

신당 창당도 묻지도 따지지 않고 오케이다. 오직 우리끼리, 우리편 논리로 재무장된다.

북한과 좌파들의 전매특허 ‘우리끼리’는 저리 가라다. 여기에 ‘너 건 너거끼리, 우린 우리끼리’ 분열도 자리잡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람에게 실망해서, 소외당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자격 미달이어서, 아무리 곰곰이 생각을 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애국운동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애국운동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인정 받고, 메시지를 받기 위해서 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상과 이념으로 똘똘 뭉친 좌파, 사람에 따라 뭉친 우파. 우파끼리 갈등과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와 까닭이다.

그래도 나는 민초편이다. 이들의 애국심에 존경을 가한다. 이들을 속이는 정치인들로부터, 이들을 수단과 목적용으로 이용하려는 자들로부터 감시 기능을 다할 것이다. 기존 언론이 하지 못하는 데 나라도 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이고 선생님 왜 이리 착하고 순진한교", 내가 아는 유일한 태극기 우파들의 맨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