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프레임 판결문…굿바이 이정미
탄핵, 프레임 판결문…굿바이 이정미
  • JBC까
  • 승인 2017.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했다. <위 사진) 이 재판관은 지난 10일 헌재에서 박근혜 대통령 파면 판결문을 읽었던 장본인이다.

이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중국 고대 법가사상가 한비자가 남긴 한 소절을 소개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재판관은 박 대통령 파문에 대해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나는 그가 밝힌 퇴임사 대목 중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라는 대목에서 가시가 목에 걸리듯 읽기에 아주 불편함을 느꼈다.

공정은 판사의 기본 덕목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이 전 재판관이 굳이 공정을 강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영훈 전 대법원장은 “법관이 갖춰야 할 덕목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청렴과 공정성”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전 대법원장은 “법관이 청렴성과 공정성을 잃는다면 법관의 존재기반을 상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관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공정, 그런데도 이 재판관이 퇴임식에서 ‘공정’을 왜 강조한 것일까. 혹시라도 자신이 내린 탄핵 판결문이 공정한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공정을 강조하는 것인가.

재판관이 신이 아닌 이상 공정한 판결은 애초부터 없다. 판결에서는 늘 불공정 시비가 붙게 마련이다. 

특히 이번 대통령 탄핵을 두고 ‘반대’와 ‘찬성’ 쪽이 갈라져 있었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어차피 한쪽은 공정, 또 한쪽은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판결에서 공정은 무엇일까. 판결 공정은 판결문 내용이나 방법이 일반인에게 편파적이지 않고 공평한 정도를 의미한다.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의 의미는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의 양면을 포함하고 있다.

공정성은 때로는 이념적 성향을 띨 수도 있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공정성'과 '조직이 생각하는 공정성'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공정한 판결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국민을 오도하여서는 안 된다.

이를 정리하면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라"는 것이다.

우리라 흔히 말하는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는 대 원칙이다.

사소한 사항을 부풀린다든지, 없는 사실을 만든다든지, 통계 중 일부를 과대하게 해석해서 전체를 왜곡한다든지 등은 어떻게 보면 공정성을 위배한 사항일 것이다.

특히 공정한 판결에서 중요한 사안이나 논란이 되는 사안에서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따라서 이 재판관이 퇴임사에 밝힌 공정 운운은, 이런 공정이 전제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게 아닌데 공정 운운은 상대에게 스스로 '불공정 재판관'임을 낙인 찍히도록 할 수도 있다.

나는 이번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하는 과정과 절차, 심리 방법에서 과연 공정했는지 의문이다. 적법절차는 헌법의 가치다. 이를 "치우자"고 말한 강원일 재판관의 인식이다. 이는 이미 탄핵을 하겠다는 의도다. 

보는 사람에 따라 공정 여부 인정 여부가 다르겠지만 내가 판단하는 불공정성은 탄핵 심리 절차상 탄핵 선고 기한을 사전에 못 박은 거,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방어를 제한 한 점 등이다.

대통령 변호인이 밝힌 것처럼, 만일 피청구인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면 대리인으로서 심판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헌재는 이에 대한 사전 해명을 했었지만 여전히 공정 시비가 가시지 않는 이유가 뭘까.

예컨대,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내우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 8인이 탄핵 결정을 내린 것도 위헌이라는 주장 ▲최순실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내린 탄핵 ▲탄핵 소추 사유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입증을 위한 변론 등 방어권 제한 ▲고영태 일당의 거짓 진술, 증언 ▲박 대통령의 범죄가 아니라 최순실의 부정, 비리에 연루되어 유죄가 된 점.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 인정 ▲대통령의 권한 남용 및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결여 인정.

결국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문제는 박영수 특검의 공소장에서 거론된 ‘혐의’에 불과하다. 다시 강조하면, 대한민국 헌법 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우외한의 죄를 범하지 않고선 형사 소추가 안된다. 이것이 판결의 대명제이고, 공정한 판결을 위한 인식의 출발선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헌법을 무시했다. 나는 헌재의 판결은 초헌법적이고, 독선적 판결이요, 여론의 눈치를 본 비겁한 판결로 본다.

헌재의 판결을 공정한 판결로 본다면, 그건 ‘박근혜 탄핵'의 당위와 절대적 가치의 프레임’에 갇힌 자들이다. 나는 박근혜 탄핵쪽으로 기울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건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로 해석하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탄핵 사건을 보지만, 탄핵의 진실을 보고 있지 못하다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프레임에 빠진 자들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말은 ‘헌재 판결이 낫다’다는 것이다. 이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진실 운운’하고, ‘탄핵 반대’를 외치는 것은 유치한 자기 변명이라고 몰아 부칠 수 있다.

이정미 전 헌재 재판관과 이번 탄핵에 참여한 7인 재판관은 누구인가. 신의 아들, 딸인가?

그들도 사람이다. 헌재의 판결이 모든 진실과 거짓을 구분 짓지 만은 않는다.

‘헌재 판결이 탄핵으로 결정났다’는 프레임에 빠짐으로써 이 사건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탄핵을 반대하는 자들은 프레임에서 깨어난 자들이고, 찬성하는 자들은 프레임에 갇힌 자들이라는 이분법 논리가 아니다.

판결의 숭고함은 죄를 주는 것이지만 진실을 던져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죄와 진실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것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면 판결의 프레임에 갇힌다.

법은 진실의 부활을 상징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악랄하게 인간을 매장시키기도 한다.

헌재는 왜 많은 법조인과 사람들이 이번 판결이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난하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신의 저술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은 늘 정의와 같은 선상에 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정과 정의의 실익을 주었을까.

따라서 이번 탄핵 판결은 헌재, 스스로가 프레임에 빠져서 내린 전형적인 프레임 판결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13일 헌재를 떠났다. 굿바이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