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힙합 패션’ ‘엉덩이 탐정’ 與野잠룡들 '변신 마케팅'…조원진은 시장 장보기
‘롤’·‘힙합 패션’ ‘엉덩이 탐정’ 與野잠룡들 '변신 마케팅'…조원진은 시장 장보기
  • JBC
  • 승인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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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일상 문법에 맞춰 포장·홍보하는 현상
디지털 혁신 이미지로 변신 디지털 여론전에 나서
전국 민생탐방 시장 투어에 나서고 있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잘 익은 수박을 들고 웃고 있다.
전국 민생탐방 시장 투어에 나서고 있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잘 익은 수박 방석을 들고 웃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주 두 차례 전국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과 만나고 있다. 사실상 대선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대선 후보 주자들은 가상 공간에서 디지털·혁신 이미지 변신과 캐릭터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면 조 대표 행보는 여전히 아스팔트가 축인 대중집회와 민생 탐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상인들을 통해 그들의 고초를 전해 듣고, 이를 정책에 뒷받침 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가 이처럼 전국을 누비고 있지만 언론은 그를 외면할 뿐 아니라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중인 다른 대선 주자들을 더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시장 투어가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와 못지않게 조 대표의 이미지를 변신시킬 디지털 혁신 변화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캐릭터 곰.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캐릭터 곰.

지난 대선에 출마한 조 대표는 자신의 캐릭터를 '곰'으로 설정했다. 곰의 이미지는 포근함이다. 최근 조 대표는 당원들 사이에 의 모습도 더하고 있다. 믿음과 신뢰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들에게 더욱 친근함을 더해주자는 의미다.

가수 만수는 원진이형개사곡도 만들었다. 당내에선 조 대표가 자신을 원진이형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약간 불편하게 여겼다는 후문이다. 그런 소문이 나돌면서 어느날 부터 원진이형 부름이 사라기지 시작했다.

반면 이광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2030세대에게 광재형으로 불리면 제 영광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 이 의원은 주최하는 행사마다 광재형이란 표현을 일부러 넣고 있다.

정치권에서 형의 원조는 조 대표였지만 그 선점을 이 의원에게 빼앗긴 양상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택진이형’(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용진이형’(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처럼 디지털 세대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며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대선 전략과 잘 맞아떨어져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본격적인 대선 몸풀기에 들어가면서 가상 공간에서 디지털·혁신 이미지를 내세우고 각종 개릭터와 부캐를 들고 나오고 있다.

우리공화당도 이에 걸맞는 혁신을 시도하겠다는 뜻은 밝혔지만 지난 대선 때처럼 조 대표의 곰 캐릭터를 이어갈 것인지, 새로운 부캐’(부캐릭터)모습으로 변신할 지는 논의만 무성하다.

정치인들이 애써 변장에 나서는 건 6070 ‘꼰대로 비판받는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 점에서 중장년층 정당이미지가 강한 우리공화당은 더욱 친근한 혁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최근 정치권은 부캐’(부캐릭터)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본래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부캐'로 젊은 층에 접근하자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에도 우리공화당도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가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릴 주요 세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Z세대의 일상 문법에 맞춰 이를 부캐로 포장·홍보하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여야 일각에서 15~60초짜리 짧은 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이나 유튜브 쇼츠(shorts)’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최신 트렌드다. 노년층이 주로 긴 길이의 영상을 소화하는 데 반해, 빠르게 소비되는 휘발성 콘텐트에 익숙한 MZ세대를 공략한 변화다.

우리공화당의 가장 취약성은 젊은층이다. 무엇보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혁신적 변화와 변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마술사와 힙합 등의 스타일로 변신하는 모습을 딕톡에 공개한 정세균 전 총리.
마술사와 힙합 등의 스타일로 변신하는 모습을 딕톡에 공개한 정세균 전 총리.

조 대표보다 나이가 9살 많은(72)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과감한 변신을 한 것도 젊은층에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7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기 SNS인 틱톡에 마술사와 힙합 등의 스타일로 변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 전 총리가 손뼉을 치자 마술사로 복장이 바뀌고, 해리포터 옷을 뒤로 집어 던지자 금반지와 가죽재킷, 선글라스를 착용한 힙합 패션으로 변한다.

정 전 총리는 세균맨별칭도 있다. 만화 호빵맨의 악역 캐릭터인 세균맨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정 전 총리의 웃는 모습이 만화 뽀로로캐릭터인 루피와도 닮았다는 설도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튜브에서 신인 가수 '최메기(MEGI)'로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부캐로 신인가수 최메기를 만들었다. 이 영상에서 최 지사는 걱정마, 걱정마, 당신은 귀한 사람이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직접 불렀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는 이낙연 전 총리.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는 이낙연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에 마련된 롤(LOL·리그오브레전드)파크를 찾았다. 롤파크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전용 경기장이다. 그곳에서 전직 프로게이머 강형우 씨로부터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강습을 받고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경을 쓰고 게임 체험에 나선 이 전 대표는 닉네임으로 지지자들이 붙여준 별명인 '여니'를 부캐로 사용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1020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유명 아이돌 가수의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혁신 이미지를 강조 중인 이광재 의원은 지난 18일 국내 주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에 접속, 젊은 층 공략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우리별닉네임이 붙은 캐릭터로 스키점프, BTS 댄스 등을 체험한 이 의원은 여기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오겠다우리 (캠프) 사무실도 메타버스에서 일하는 걸 구현해보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가상 공간에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가상 공간에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전 세계 2억 명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시작했다. 원 지사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주 2회 이상 접속해 이용자들과 가상 공간에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자신을 닮은 만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친근감을 강조하고 있는 여야후보도 있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 방영된 일본 만화 엉덩이탐정 캐릭터로 변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19년부터 국내에서 방영된 일본 만화 엉덩이탐정 캐릭터로 변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난 달 30일 개설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페이스북 자기소개란 속 엉덩이탐정 닮음이라는 문구가 이목을 끌었다. 검사 윤석열의 캐릭터는 소신, 강골, 카리스마 등의 수식어로 묘사되어왔다. 모두 을 느끼게 하는 수식어다

엉덩이탐정은 2019년부터 국내에서 방영된 일본 만화 캐릭터로, 엉덩이 모양 얼굴을 하고 미안하지만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라며 정중하게 수사를 하는 탐정이다.

7 3 가르마와 얼굴형이 비슷한 데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총장의 이미지와 묘하게 겹쳐 이같은 별명이 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찍부터 윤 전 총장을 엉탐(엉덩이탐정의 줄임말)”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내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 고길동을 닮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길동은 둘리 등 다른 등장인물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짠한 이미지의 캐릭터다.

지난 대선 때 스마트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캐릭터로 변신한 홍준표 의원.
지난 대선 때 스마트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캐릭터로 변신한 홍준표 의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앵그리버드가 캐릭터다. 홍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눈썹 문신을 진하게 한 모습이 스마트폰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닮아 홍그리버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별명 내루미를 이미 적극적으로 SNS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내루미는 만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로, 혀를 낼름거리며 음식을 먹거나 적을 공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 선거분위기는 정치인들의 꼰대적이고, 근엄한 이미지 대신 친근한 이미지를 보이는 디지털 여론전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인사들은 전국을 돌고 목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전은 이제 구시대 선거운동 방식이라며 가상 공간에서 디지털·혁신 이미지를 누가 얼마나 잘 내세우느냐가 선거 승패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