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와 불쌍한 임직원
조현아와 불쌍한 임직원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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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누구를 위해 나는가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 불쌍하다. 아마도 직원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내놓으라는 유수의 대학은 물론 유학파 일게다.

그런데 대한항공 직원들이 ‘땅콩 리턴’을 한 조현아(이하, 갸)를 위해 몸바쳐 충성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이것은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비애’를 보는 거 같아 씁쓰레하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대한항공 직원들은 ‘갸’를 위해서 간과 쓸개까지 빼가면서 온갖 비위를 다 맞춰주면서 직장 생활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솔직히 그런 ‘갸’를 상사로 안둔 게 천만다행이다. 등골마저 오싹해진다.

대한항공 직원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갸’를 위해 충성했겠는가. 대한항공 측이 ‘갸’가 땅콩 리턴이라는 ‘대형사고’를 쳤을 때, 임직원들이 이 사건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의 대책수립 후 행동 과정을 보니, 회유, 거짓증언, 심지어 ‘공주님’을 위한 화장실 청소 까지 신경써줬다는 언론 보도를 보니 ‘갸’를 향한 직원들의 충성심 ‘엑설런트 코리안 에어맨’들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갸’가 서울 공항동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2층에 도착할 즈음 현장에는 최고위 임원은 물론 홍보실 직원 40여 명의 대한항공 관계자가 나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조사가 진행될 항공운전감독관실이 있는 2층으로 향하는 1층 입구부터 막아섰다. “무슨 권한으로 출입을 통제하느냐”며 기자들이 항의했지만 “현장 기자들과 포토라인을 (1층으로) 정했다”며 막무가내였다.

대한항공 측이 이러는 거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 다음이다. 화장실 청소까지 한번 더 시켰다는 언론 보도를 보는 순간, 그동안 측은하게 느껴졌던 대한항공 직원들의 정신상태마저 의심스러워 졌다.

모르긴 몰라도 제정신이 박힌 대한항공 직원 중에는 “내가 ‘갸’ 딱가리나 하려고 대한항공에 입사 했는가”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을 거다. 나는 ‘갸’를 향한 대한항공 일부 임직원들의 그런 행태를 보면서 북한 김정은을 떠올리면서 비교해봤다.

이것이 비단, ‘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만 ‘갸’ 문제가 불거져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북한 절대 권력자 김정은.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할아버지 뻘 앞에서 담배를 꼬라 피고, 할아버지뻘 들은 그 앞에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며 메모하고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갸’의 절대권력도 김정은 못지 않는 거 같다. ‘갸’ 한마디에 기장이 비행기를 돌리고, 비행기내에서 직원들이 무릎까지 꿇고. 절대 권력자가 따로 없다.

‘갸’ 둘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애비’ 잘 만난 거 외 다른 게 있는가. 애비 잘 만나 세습했고, 부사장 되었다. ‘갸’들에겐 ‘반기’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김정은에게 반기를 들면 총살이고, ‘갸’에게 반기를 들면 비행기에서 쫒겨서 내려야 한다.

이것이 어찌 ‘갸’ 만의 문제일까. 삼성만 콕짚어 말하더라도 이재용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삼성왕국의 후계구도를 완벽하게 다져놓았다. 이 역시 북한 체제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이 일반인과 다른 것은 분명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거 뿐일 게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자랐고, 좋은 사립학교와 해외 유수대학 유학을 갔다왔다.

그런데도 마치 이 자들은 일반인과 다른 DNA를 갖고 태어난 것 쯤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얼마 전 일본 뉴스를 통해 ‘땅콩 뉴턴’을 보았다. 일본 친구들이 대한민국 국격을 깎아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다. 국격은 쌓기도 힘들지만, 갸 처럼 잘못된 짓거리 한방에 깎아 내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재벌이 한국경제 발전을 이룩한 순기능도 있지만, 조폭 같은 문화와 오너들 그 일가를 향한 받들어 충성케 하는 그 문화는 없애야 할 ‘적폐’다.

‘갸’ 애비는, ‘갸’를 가정교육 제대로 못시켰다고 토로했다. 그 애비가 그런 애를 부사장으로 앉혔으니 대한항공이 이제까지 잘 돌아간 게 참으로 신기했을 따름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벌가들이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지분과 세습을 넘겨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갸’를 부사장에게 앉힌 것은 갸 애비가 더 문제다.

또 무조건 오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배알리 없는 임원, 아부만 있고 영혼마저 없는 무색무취 인간, 밑으로 짓밟고 위로만 충성하는 중간급 간부급 인간들.

도대체 직원들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여보, 아침 출근할 때 간 쓸개 냉장고에 보관하고 가.”

아내의 그 한마디에 이 땅의 가장들은 힘을 얻는다.

그런데 2014년 12월 세밑의 셀러리맨들 어깨가 더욱 처져 있는 거 같아 안쓰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직장인들이여, ‘갸’ 같은 상사 안둔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