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프레임, 특검 이재용 회장 구속영장 청구 [제1화]
소설 프레임, 특검 이재용 회장 구속영장 청구 [제1화]
  • JBC까
  • 승인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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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세상이 소설 투성이다. 현실이 소설, 소설이 현실이다. 이글은 소설이다. 오로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개인, 기관의 이름은 모두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경제보다 정의가 우선입니다 이재영 오성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15일 일요일인데도 삼엄한 경비의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은 분주했다. 지난 12-13일 특검에서 조사를 받았던 오성그룹 이 회장의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특검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 회장 수사를 직접 담담했던 이재식 특검보와 강동훈 부장검사, 오영철 검사는 구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민수 특검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장고를 거듭했다.

이 회장은 원래대로라면 1월15일 구속영장이 발부될 예정이었지만 박 특검 수사팀에서는 여론의 흐름과 좀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하루 연기했다.

박 특검 수사팀이 이 회장의 신병처리를 하루 더 미뤘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박근혜 대통령 혐의 등 향후 남은 수사는 물론 정치·경제적으로도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었다.

특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로 방향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박 특검은 국민적 관심이 워낙 큰 사건이라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검이 이 회장 영장청구를 하지 못할 경우 향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유리한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은 안심만 할 수 없다. 만약 이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다면 향후 특검 수사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회장 구속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나 우려는 뒤로 했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검은 이미 영장청구를 기정 사실화 한 상황에서 영장 청구 발표를 하루 연기하겠다는 것은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에 이 회장 구속을 망설였다는 명분도 쌓고, 이에 따른 국민 여론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나아가 이런 저런 사정을 모두 고민한 끝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했다.

정 팀장은 16일 오전 특검 사무실에서 취재중인 문상대 기자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다.

"특검이 오늘 오후 영장을 청구할 거 같습니다."

정 팀장은 이러한 소식을 이날 오전 손상철 부장에게 전했다. 일간타임즈 편집국은 준비상이 걸렸다. 국장은 각 데스크들에게 이 회장이 구속 될 것에 대비해 사전에 기사를 준비 할 것을 지시했다. 국제부는 외신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의 최 일선에 있는 정 팀장은 특검이 이 회장을 소환 할 때부터 구속영장이 청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놀라지 않았다. 특검의 당연한 수순이라 보았다.

특검은 수사하기 전에 이미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고리로 오성과 이 회장을 지목했다. 대중연금의 오성물산-안국모직 합병 찬성과 오성의 정유라씨 지원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됐다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특검은 그동안에도 박 대통령과 이 회장, 최순실과의 관계가 범행을 촉발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그 가능성, 그 가설을 진실로 증명해내야 했다.

범행을 입증하는 방법은 범인의 자백, 관련자의 증언, 객관적 물증 등이다. 가장 완벽한 것은 객관적 물증이다. 요즘 검찰과 경찰 등 수사권이 있는 기관들은 큰 사건이 나면 관계자들의 금융정보부터 확인한다. 특검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금흐름은 특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숫자로 설명해준다. 주는 사람은 시키는 사람이고, 받는 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게 '갑'과 '을'이다.

누구 계좌에서 얼마가 빠져나가면 분명 누구 계좌로 입금된다. 규모가 크고 은밀한 거래일수록 단계를 많이 거치며 세탁한다. 그러나 모든 게 전산화된 요즘 세탁 사실을 완벽히 감추기는 힘들다. 불법자금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검은 절차를 밟아 최순실 등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금융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퍼즐 맞추듯, 이를 꿰맞추는 작업을 했었다.

특검은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오성물산-안국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찾아냈다.

특검은 최순실의 독일법인인 코아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대한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천800만원 후원, 미래·Y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대중연금공단을 통해 오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또 이 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이 회장에게는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은 오성이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확인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특검은 2017년 1월 16일 오후 2시 서둘러 이 회장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종합이었다. 특검은 한마디로 돈 많은 오성그룹 이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오성물산-안국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이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회장의 구체적 수법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일문일답까지 진행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특검 발표를 그대로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사건을 발표한 특검은 한편으론 큰 짐을 벗어난 거 같은 홀가분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언론 입맛에 딱 맞는 뉴스였다. 세속적 관심사가 응축된 사건이었다. 사건에 등장하는 키워드만 봐도 그렇다. ‘박 대통령’ ‘최순실’ ‘정유라’ ‘오성과 안국모직 합병 커넥션’….

언론의 호들갑은 호떡집에 불났을 때보다 더 심했다. 인터넷은 특검 ‘이재영 구속영장 청구’ 박근혜 이재영 관계 의심’ 등 자극적이고 쇼킹적 제목을 쏟아냈다.

아직 아무런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이재영, 박근혜 대통령과 무슨 딜?’ ‘이재영 회장 구속영장 청구…오성전자 주가 출렁’ 등 제목의 흥미만을 위해 쓴 관련 박스 기사들이 줄줄이 달렸다.

언론은 이 회장과 오성그룹의 반론과 상황은 작게 다루었다. 이 회장이 구속될 경우 글로벌 기업 오성은 국제적으로 어떤 조롱을 받고, 또 경제위기가 더해질지 여부는 사실상 눈을 감았다. 좌파적 색채가 강한 매체들은 특검의 구속 영장 청구를 모두 반겼다. 우파 성향의 매체들은 이에 눌려서 관심을 덜 받았다.

언론은 감추고 있던 선정적이고, 상업주의적 속성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냈다. 해설 또는 분석, 의견기사들 역시 점잔은 뺐지만 자극적인 단어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이재영 재벌’ ‘금전만능’ ‘박근혜 최순실 직격탄’ …. 또 기업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재벌의 망상적 집착까지도 다루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폭발했다. 이재영은 하루종일 인터넷 실검 상위에 걸려 있었다. 댓글이 폭주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당장 ‘이재영을 당장 구속시켜라!’, '오성그룹 해체하라!', '재벌 족벌 경영 무너뜨리자!'

특검은 여론을 등에 업고 있었다. 거침 없었다. 

정 팀장은 이 회장 구속등 특검의 수사 전반이 여론을 타고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 팀장은 그날 저녁 현장을 뛰고 있는 문상대 기자를 격려하고 기사방향을 상의하려고 강남역 부근 삼겹살 집으로 불렀다.

“고생이 많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할 때 한 브리핑 말고 더 진전된 이야기 없니?”

“아직은 … 없습니다.”

정 팀장은 문 기자에게 소주를 한잔 따라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간다.”

“뭐가요?”

단숨에 소주를 털어 넣은 문 기자가 귀를 쫑긋 세웠다.

“특검의 수사 방식이 … 영, 아닌 것 같단 말이야 … 무리한 것 같아!, 왜 그리 서둘러~”

“어떤 부분이죠…?”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되는 건가? 이 회장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인데…삼성의 승마종목 지원을 뇌물로 본다면 문제다. 다른 기업들은 스포츠 유관 단체에 지원을 하지 않는가. 기업과 정부 간에 수없이 오간 대화의 한 대목을 잘라서 이를 유죄 증거로 삼는다면 '나에게 한 문장만 다오. 그를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나치 괴벨스와 무엇이 다른가. 2015년 3월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되면서 승마종목 종사자들은 삼성의 지원만 바라봐 왔지 않는가. 그 모든 관행도 뇌물죄로 만들 것인가. 무슨 이런 법이 다 있는가?”

“다른 사건에서는 어떻게 처리됐죠?”

“대개는 돈을 받았다고 시인을 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상대로부터 자백을 받은 후 영장을 치는 게 당연했지. 그런데 이 사건은 특히 박근혜 탄핵과 직결되어 있으니 예외로 적용된 측면도 없지 않고.”

“특검이 박 대통령을 불러 조사를 하지 않았고, 이 회장은 뇌물 여부에 대해 시인도 하지 않았는데…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게 이상하다는 거죠.”

“글쎄 말이야…, 서둘러 엮어 넣기에 바쁜 듯한 인상이야! 비난 여론이 비등하니까… 그걸 업고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요. 사실 일선 기자들 사이에도 특검 수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특검 조지는 기사를 쓸 수도 없어 난감합니다. 그런 기사 쓰면 이재영 회장과 박 대통령 최순실을 옹호하는 듯이 비쳐지기 때문에….”

정 팀장은 맥주를 시켜 소주폭탄주를 만들어 자신이 먼저 마시고 문 기자에게 한잔을 건넸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지만 직접 증거가 너무 없어….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하기에 부담을 느낄 거야. 그라나 내 생각엔 구속 영장 발부 할 거야. 앞으로 상황 잘 챙겨야 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거로 확신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문 기자가 궁금해 하며 물었다.

"있지~~"

"뭡니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젤 무서워 하는 게 뭘까. 국민 여론이야. 이 사건은 국민 공분이 너무 커서 '희생양' 이 나오지 않고선 끝나지가 않아."  

문 기자는 생각이 달랐다. 법원은 증거를 중요시 한다. 박 대통령을 조사 하지 않고 이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는 마당에 과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특검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느꼈다..

“특검 수사가 좀 이상하긴 합니다.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문 기자도 소주폭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꺄웃거렸다.

“아무래도 특검이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야….”

“어떤 의미이신지?”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 농락은 이미 여론재판의 대상이 돼 버린 것이지.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이재영 회장도 이미 마녀가 돼 버린 상황이라는 거지. 언론이 사실상 여론재판을 선도한 셈이고…. 세상은 실체적 진실보다는 소문에 흔들리잖아? 그걸 절묘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앞선 검찰 수사와 뭐가 다른지부터 구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다.

철저한 진실규명보다는 성급한 체포라든가 유죄 시인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금 공권력은 이미 정치의 시녀요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 같다.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상황에서 국가가 이를 조용히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앞장서서 무차별한 집행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특검은 이 회장에 대해 횡령 뇌물죄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난감했다. 실제 이 범죄와 관련 있다고 믿는 박근혜는 조사하지 않았고, 또 시인도 없었다. 최순실도 사실이 아니다 했고, 다른 혐의로 구속 상태다. 이들의 직접 증언이 없는 상태에서 이재영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회장이 만난 사실, 그후 자금 집행이 이루어진 등으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뻔한 것 아니냐? 그런데 절차와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은 잘못이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해서 뇌물혐의에 대해 자백 받아서 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 서두느냐?”고 못마땅해 했다.

특검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은 그냥 발부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였다. 특검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사람들이 법원을 욕하지, 특검은 비난 안 한다. 특검은 욕먹을 일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일단 특검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떠안는 거지 특검은 알 바 아니다. 법원이 기각하면 특검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법원이 안 받아줘서 할 수 없다고 국민에게 밝히면 된다. 법원으로서는 일단 영장 발부하면 끝이다.

정 팀장은 그 다음날 손상철 데스크와 이 사건 취재 방행과 기사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손 부장 특검이 이재영이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서 최순실에 돈을 지원해줬다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구석이 많습니다.”

정 팀장의 의문은 아주 간단 명료했다.

“손부장, 특검은 수사하기 전에 이미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고리로 오성과 이 회장을 지목한 탓입니다. 국민연금의 오성물산-안국모직 합병 찬성과 오성의 정유라씨 지원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됐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재벌총수들과의 뒷거래만 입증된다면 수사의 큰 성과로 치부되고 나아가 박 대통령 탄핵은 따 놓은 당상이므로 특검이 사활을 걸 만도 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어떻게든 엮어 넣으려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재계와 법조계 일각의 지적에는 뭐라고 대꾸할까요.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회장의 첫 독대가 합병 일주일 후에 이뤄진 만큼 합병 대가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뒤엎을 명백한 근거부터 내놔야 하지 않습니까. 지분이 대중연금의 2배가 넘는 소액주주의 과반수와 증권사 상당수가 합병에 찬성한 데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사 방식에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죄가 있으면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혐의를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을 펴는 것은 떳떳하지 못합니다.“

“정 팀장 말도 일리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나서서 괜히 구속이 석연치 않고 이상하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낼 경우 우리가 재벌을 옹호한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그럼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는 겁니까. 어째서 그런 것을 알면서 모른 척 합니까?”

정 팀장은 오성 광고를 들먹였다.

“언론은 오성 광고를 받을 땐 온갖 빨아주는 기사 다 적어주고, 이제 와서 모른 척 합니다.”

정 팀장은 언론의 행태에 더 화가 났다.

손 부장은 “야, 열 받게 하지 마라. 나도 이라고 싶어, 그러냐.”

알 듯 모를 듯 한 손 부장의 말은 그 이상 취재를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정 팀장도 이 사건이 국민적 비난이 거센 것이 사실이자만 눈을 감는 언론이 마치 특검의 앵무새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손 부장 만약 손 부장이 수조원대 재벌 총수라면 과연 대통령과 공모 사주할까요.”

“정 팀장 우리는 그런 거까지 알 필요가 없지 않겠나, 우리는 특검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있는 것만 전달하면 되지 않는가.”

“물론 사건 팩트만 전달하면 되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너무 여론에 이끌려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뭔가 바람에 정작 숲은 보는데, 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손 부장도 공감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손 부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정 팀장은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이태섭 변호사를 만나고 싶었다. 영장 전담 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민감한 사안이라 특검 수사가 끝나면 만나자고 했다.

그가 특검 후 만나자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화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영장 전담 전 판사인 그가 내뱉은 한마디가 이 사건의 외압 혹은 예단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이 사건의 진실보다 박 대통령과 재벌 오너에 대한 증오와 처벌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오죽하면 이 회장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서 돈을 지불했다는 식의 횡령의 당위성으로 몰고 갔을까.

어쩜, 이 사건은 진실 여하를 떠나 세상 사람들은 이 사건의 세속적인 부분에 대해 더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이 사건은 흥미와 대중의 분노가 우선인 팩트로 뒤바뀌어 갔다.

정 팀장은 취재 과정에서 다양한 의문점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기사로 적을 수가 없었다.

그 의문점을 적을 경우 언론사가 재벌회장과 마녀 박근혜를 옹호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팀장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왜”라는 단어를 지우기로 했다.

이 사건에서 “왜”를 떠올리면 추측과 억측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팩트만을 적어야 하지만 이런 사건 따위를 놓고 왜 라는 의문점을 적어본들, 시간과 낭비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언론, 검찰, 특검 등 어느 집단에서도 그런 것에 대해 의문점을 품고 재수사 내지 보도 방향성을 틀지 않는데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도 된단 말인가.

다만 정 팀장은 자신이 품었던 ‘왜’ 의문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언론, 검찰, 특검 등 우리 사회 모두가 ‘프레임’에 갇혔다.

‘촛불과 국민 분노와 마녀사냥.’ 프레임을 낳고 말았다.

이 프레임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시작 시작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