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논객 정재호의 직설]도마에 오른 이재명 화술
[92세 논객 정재호의 직설]도마에 오른 이재명 화술
  • 정재호
  • 승인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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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오징어 게임 패러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오징어 게임 패러디.

무릇 정치는 말로서 표현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언어구사 능력은 가히 발군(拔群)이다. “정치인은 말로 승부한다는 말은 오랜 세월 동서양 정치판을 가로질러온 고전(古典)이 아닌가.

청산유수를 닮은 이 후보의 말솜씨는 흔한 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민적 관심사의 알맹이를 선점하는 재간은 경쟁자를 주눅들게 한다. 정치인 이재명의 에누리 없는 가장 큰 밑천은 이다.

이재명 화법에는 타인과의 쉼없는 멱살잡이로 점철된 치열한 삶의 여한이 서려있다. 분노와 앙갚음 심리의 편린(片鱗)들이 연설마디마디에 박혀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흙수저 무산(無産)과 금수저 유산(有産)의 현장 감성을 듬뿍 호흡하면서 숙성된 그의 내면세계는 호전적인 격정으로 주름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와 장()에 따라 어울리는 낱말들을 골라잡는 임기웅변은 날렵하다. 민감한 지역 감정을 슬쩍 자극함으로써 표심을 낚아채는 가락은 예사롭지 않다.

3·9대선 D-79, 비탈진 언덕바지를 향한 숨가쁜 고비에서 이재명 언변의 진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숱하게 쏟아진 핵심공약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금새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철회는 아니라고 궁색한 토를 달았다. 여당과 정부일각에서 이견이 속출하자 뒷걸음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말뒤집기에 말장난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여기에 이 후보의 빗나간 역사인식 말썽이 맞물려 구설파장(口舌破長)은 날로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딱히 말 많은 집 장맛이 쓰다는 속담이 제격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역대 대통령을 줄줄이 엮어 진일 매국 인권학살, 국정 파괴자라고 매도한 이재명의 육성 동영상이 뜨면서 망언을 질타하는 목청이 후끈 달아올랐다. 요설의 달인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도량은 있을 법하거늘.

얼토당도 않는 난언(亂言)으로 이재명 지지율이 냉각기류를 탔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란 고사성어를 모를 턱없는 그를 향해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또 하나의 경구를 일깨워주고 싶다.

지난 주말 전남 광주광역시에서는 화들짝 놀랄만한 이색집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호남은 민주당의 기름진 텃밭이다. 5·18항쟁의 발화점인 금남로에서 이재명 구속’ ‘대선후보교체깃발이 나부꼈다. 충격적인 이변이 아닌가. ‘깨여있는시민연대’(깨시연)라는 단체가 주관한 집회는 이 후보의 패륜적인 행실과 대장동게이트에 얽힌 일련의 범증(犯証)을 내세우면서 엄정처단하라고 외쳤다.

50여명 남짓한 소규모의 모임이지만 결코 허술하게 봐 넘길 수 없는 것은 깨시연이 친문(親文) 통속의 한줄기라는 점이다. 여권 한모서리에서 유령의 그림자마냥 어슬렁거리는 ‘1월 후보교체설의 불쏘시개로 보는 예리한 시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3·9대선은 여야 후보가 나란히 사법 가족리스크 문턱에 서 있다는 관점에서 어떤 변곡점이 불거질지 모를 안개구름이 드리워진 불확실선상의 선거라는 방정맞은 시선도 없지 않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만들기를 다짐한 문재인 공약의 저주(역습)라는 심술궂은 비약도 있다.

아무튼 이재명의 경망한 다변(多弁)이 춤추는 가운데 지지율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있다. 노무현재단이사장 유시민이 정치평론 폐업’ 1년여만에 재개업을 신고했다. 이재명 지원을 다짐하는 몸짓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이재명을 생존자라고 호칭했다. 변방에서 천신만고 끝에 집권당대선후보에 오른 인간승리를 의미 부여한 함축성 언어선택으로 봄직하다. 유시민은 사고의 폭이 드넓은 달변가다.

이재명과 유시민이 합창할 말의 성찬이 대선풍향에 어떤 곡선을 그릴지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그들에게 훈사(訓辭)하고픈 몇 마디를 덧붙인다.

국민들은 코로나 재앙에 심리적으로 녹초가 됐다. 기름기 물씬한 정치인의 뻔지르한 말은 질색이다. 차라리 더듬거리면서도 가슴에서 토해내는 어둔(語鈍)한 말속의 진정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 말이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1930년 대구 출생. 경향신문 정치부장 역임.

-호는 두암(斗岩), 문전(文田), 동남(東南).

-1971년 백두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

-1973년부터 1980년까지 제9, 10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역임.

-현 민족중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