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정재호의 충정칼럼]시대의 소명 ‘단일화’ 거부할텐가
[93세 정재호의 충정칼럼]시대의 소명 ‘단일화’ 거부할텐가
  • 정재호 칼럼
  • 승인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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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왼쪽)과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왼쪽)과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39일 자정을 넘어 10일 꼭두새벽으로 건너가는 시간이면 대통령 후보가 결판 난다. TV화면을 뚫고 총알처럼 어지럽게 튕겨나오는 숫자의 행렬.

20대 대통령 탄생의 피말리는 순간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중 한 사람은 주먹을 불끈 쥐고 두 팔을 치켜세우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난사(亂射)하는 가운데 승자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대선판에서 본디 기적은 없다. 상수(常數)를 어깃장 놓는 변수가 쉼 없이 부침한다. 3.9대선 D-26, ·윤 양강구도의 초접전 상황. 오차 범위에 갇힌 판세의 끝자락은 안개구름이 자욱하다. 딱히 ‘51 vs 49’의 형국이 아닌가.

각급 다양한 여론조사에 투영된 구석진 속을 뜯어보면 큰 흐름을 분산시킬 여울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한가운데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닮았는가. 3등에 매달려 있는 안철수 변수귀하신 몸이 되어 떡하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지지율 10% 안팎을 술래잡기하듯 오르내리는 안철수 후보의 향배가 3.9대선의 행로를 좌지우지하는 변곡(變曲)의 극점(極點)에 좌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단일화의 성사 여부가 승리방정식으로 급부상 한 셈이다.

시간에 쫓긴 탓도 있겠지만 단일화가 공론에 붙여진 마당에 서둘러 무릎을 맞대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물론 이론(異論)이 없지 않다. 윤 캠프 일각에선 다자구도로 가도 이길 수 있는데 굳이 번거로운 단일화에 집착하여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는 자강론(自强論)이다.

문제의 초점은 신승(辛勝)이냐 낙승(樂勝)이냐다. 간신히 어설프게 이길 경우 180석 더불어민주당과 대결 국면에서 문재인 정권이 대못질한 악정(惡政)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적지않다.

넉넉히 이겨야만 국정수행에 탄력을 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자는 생각이 우세한 판이다. ‘안철수 책임총리론의 출발점이다.

안철수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단일화에 선을 긋고 나는 당선이 목적이라고 기염을 토하자 이번에는 보수시민 단체와 종교계까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단일화 세몰이로 윤·안 진영을 몰아붙이고 있다.

필자는 민족중흥회의 이름으로 윤석열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나흘째인 지난해 119일자 칼럼에서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의한 바 있다.

설연휴 이후 윤철수(尹哲秀)정부를 강도 높게 거듭 주문했었다. 586운동권 권력에 의해 빚어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실정(失政)의 화근인 과잉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시대적인 논란으로 떠오른 틈새를 뚫고 윤 후보가 들고나온 광화문대통령은 신선한 충격을 몰고왔다.

단일화를 뛰어넘는 책임총리론은 시의적절한 핵심화두가 될 충분조건이 성숙되었음을 시위(示威)하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안철수는 철수 양보로 점철된 자신의 10년 정치행보를 통해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한, 어쩌면 마음속 가장자리에 맺힌 회한(悔恨)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와 마주앉았는지도 모른다.

기회를 요리하는 솜씨는 전적으로 주어진 자의 몫이다. 배우자 김혜경 리스크로 지지율이 냉각되어 30% 중반에 걸터앉은 이재명 진영도 놓칠세라 안 후보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분명히 보내고 있다.

평소 안 후보가 주장해온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후보와의 단일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사사건건 맞서는 정의당과의 단일화는 고려대상이 아님을 못박고 있다.

윤석열은 판을 떠들썩 키우기보다 안철수와의 담판에서 단일화 보따리를 풀 요량으로 보인다. 톱다운(Top down)방식이다.

“10분이면 끝난다는 윤 후보의 호언이 상대방을 깔보는 오만의 소산이 아니길 바란다. 오만으로 비쳐지는 순간 성난 민심은 뒤돌아 보지 않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강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겸손은 쌓아올릴수록 후덕(厚德)해지는 법이거늘. 안철수 후보도 대의(大義)앞에 고집을 풀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열망하는 정권교체의 진면목은 무엇인가? ‘행정부 수반의 교체라는 평면적인 차원을 뛰어넘는 좌파정치의 청산인 것이다.

이념적 가치를 공유하는 윤·안 단일화가 끝내 실패함으로써 행여 전과 4범 천륜(天倫)을 찢은 패륜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진 이재명 정권이 더러운 닻을 올렸다?

끔찍한 사변(事變)이다. 시대의 소명을 거스른 두 사람은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나란히 피고석에 앉게 되지 않을까.

2022211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