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눈]유영하 대구시장 탈락과 실추된 박근혜 명예
[JBC의 눈]유영하 대구시장 탈락과 실추된 박근혜 명예
  • JBC
  • 승인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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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선거에서 유영하 변호사 지지를 호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영상.
대구시장 선거에서 유영하 변호사 지지를 호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영상.

세속(世俗)의 삼권을 권력·명예·돈이라 한다. 인간의 탐욕 중 가장 큰 탐욕이 이 세 개를 갖는 것이다. 인간은 돈을 가지면 권력을 갖고 싶어 하고, 권력을 갖고 싶으면 명예를 얻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 세 가지를 주지 않는다. 권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달이 뜨면 지듯이 권력도 10년 흐르면 진다는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하지만 이 역시 3대를 넘기지 못한다. 3대 이어진 부자가 없다.

명예는 좀 다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 말은 인간 명예의 품격성을 따진 것이다.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가 명예.

아무리 권력과 돈이 있다지만 인간이 명예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상실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예를 정치적 생활의 목적으로 삼았다. 스토아학파(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그리스 로마 철학을 대표하는 주요 학파)에서는 건강 ·()와 더불어 지고선(至高善)으로 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다.

프랑스 계몽사상의 선구적 법학자 몽테스키외(1689-1755)법의 정신에서 덕을 민주제의, 절도를 귀족제의, 명예를 군주제의 원리로 삼았다. 한국에서도 명예는 선비들 사이에 중요한 도덕적 품위로 여겨왔다.

이웃나라 일본은 명예를 중시여기는 나라다.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고 한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1887-1948)는 자신이 쓴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의 명예에 대한 의리는 한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일본인은 명예를 중시해서 타인에게 비방을 받았을 때 살인과 같은 극단적 수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히 법률이 존재하기 이전의 메이지 유신까지는 명예를 손상당하면 공공연한 보복행위가 자주 일어나기도 했다.

명예에 대한 의리는 개인의 종사 분야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일본인은 명예를 지키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자결을 택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자결이란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일본 사무라이의 자결은 전장 패전에 대한 책임이다. 특히 자신이 모셨던 주군의 명예를 손상시켰을 경우 수치로 여긴다. 이 경우 할복으로 죄를 씻으려 한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명예가 실추된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조롱과 멸시, 괄시 인신공격 마녀사냥을 당했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가장 실추된 것은 탄핵과 구속이었다. 이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해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마저 손상을 가져오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31일 특별사면복권 됐을 때 자유 우파들은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외쳐왔다. 박 전 대통령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강한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은 탄핵과 구속의 부당성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명예회복이기도 하지만 실은 대한민국 자유체제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명예회복은 본인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국민의 지지와 불법과 거짓을 바로잡겠다는 본인의 강인한 정신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구시장 경선 예비 후보 김재원(왼쪽부터), 홍준표, 유영하.
대구시장 경선 예비 후보 김재원(왼쪽부터), 홍준표, 유영하.

지난 23일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한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유튜브를 통해 유 변호사를 공개지지 했다. 후원회장도 자처했다. 유 변호사가 경선에서 질 경우 박 전 대통령 명예에 손상이 갈 것이란 우려가 사실이 되어버렸다.

이날 경선에서 유 변호사는 18.62%를 얻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26.43%)보다 적은 득표율이다. 홍준표 의원은 49.46%를 얻었다. 오죽했으면 홍 의원은 박심을 팔았지만 대구 시민은 날 선택했다고 조롱식 발언을 했을까.

지난 2012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80.1%였다. 전국에서 얻은 득표율은 51.55%. 대구 예비경선에서 유 변호사가 얻은 18.62%는 박 전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에 비견한다.

예전 대구는 박 전 대통령 이름을 내걸고 출마하면 당선이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2008년에 열린 제18대 총선일 불과 열흘 전에 중국서 입국하여 친박연대 소속으로 달서구 병 선거구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당시 대구 경북은 친박돌풍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출생했다. 현재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에서 내리 4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유 변호사가 경선서 3위로 탈락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 적어도 2위는 될 줄 알았다. 박 전 대통령 명예에도 여간 손상이 간 게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여왕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고 해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우리공화당 지도부.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우리공화당 지도부.

 

세상은 변하고 있다. 문재인 좌파 정권에서 오는 510일이면 윤석열 정부로 바뀐다. 유 변호사가 오직 박 전 대통령을 모셨다는 그 이유만으로 출사표를 던져서 당선을 기대했던 것 같다. 이것은 변화된 시대흐름을 예측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년 째 박 전 대통령을 위한 탄핵무효와 무죄석방을 외친 대한민국의 자유우파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 같은 투쟁을 해 온 것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권력찬탈이고, 구속이 불법이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희생을 해왔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04.15 총선을 앞두고 34일 낸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라는 메시지 발표 후 그 다음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그 후 탈락당했다. 지난 324일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이사 간 다음날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유 변호사에게 조금이라고 진 빚을 갚으려는 심정으로 덜컥 후원회장과 공개 지지를 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과 공개지지 영상을 찍는다 해도 거절했어야 했다.

가뜩이나 자유 우파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6년간 박 전 대통령을 위해 희생한 국민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먼저 할 줄 알았는데 느닷없는 유 변호사 지지에 당혹스러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공개 지지하는 영상이전에 자신을 위해 희생해온 국민을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순서였다. 모든 일에는 이치와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명예를 지키고 산다는 것은 쉽지않다. 돈을 잃으면 다시 벌면 되고, 권력을 빼앗기면 다시 찾으면 된다. 그러나 한번 실추된 명예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명예를 잃어버린 다는 것은 결국 탄핵과 구속의 부당성 마저 묻힐까 걱정이다. 이것은 진실과 정의마저 묻힐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탄핵무효니 명예회복 따위는 외치고 싶지 않다고 허탈해 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멀어지면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물 건너 갈까 괜한 걱정마저 든다.

이번 유 변호사 대구시장 출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젠 국민들도 박 전 대통령이 노후를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유 변호사가 다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이제 박 전 대통령에서 벗어나서 정치를 하길 바란다. 째째하게 박 전 대통령 후광에 기대어 더 이상 명예를 실추시키지 마라. 지금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하고 쉴 때다. 명예회복의 그 때가 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