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국밥먹던 송해 목소리 못듣는다…95세로 별세
지하철 타고 국밥먹던 송해 목소리 못듣는다…95세로 별세
  • JBC까
  • 승인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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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MC인 방송인 송해가 8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전국노래자랑 MC인 방송인 송해가 8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국민 MC' 송해(95·송복희)8일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눈 감기 전에는 반드시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무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결국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지난달 14일 건강 문제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한 상태였다.

고인은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19511·4후퇴 때였다. 인민군을 피해 황해도 재령에서 연평도로 피란 간 그는 미국 군함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해주음악전문학교 성악과에 다니던 음악도가 졸지에 실향민이 됐다.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과 생이별한 뒤 바다를 건넌 그날을 잊지 못해 그는 예명을 바다 해()’로 지었다. 이후 본명 송복희 대신 송해의 삶을 새로 일궜다.

38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한 뒤 1955창공악극단에서 데뷔했다. 그곳에서 사회를 보고 노래를 부르며 경험을 쌓다 동아방송, MBC 등에서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했다.

1960년대 동아방송에서 스무고개나는 모범운전사에 출연했다. ‘스무고개에선 코미디언 박시명(1924~1986)과 콤비로 유명했다.

국민MC 송해.
국민MC 송해.

고인의 상징과도 같은 KBS 1TV '전국노래자랑'19885월 경북 성주 편부터 자리를 지켰다. 34년간 공개 녹화를 통해 무려 1000만 명 넘는 사람을 만났다. '일요일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고 국민 MC로 인정 받았다. 전국 팔도 안다녀 본 곳이 없는 그였다. 평양도 가고, 금강산도 갔다. 하지만 고향 땅만큼은 밟아보질 못했다.

그는 일요일이면 마치 전 국민을 호령하듯 전국 노래자랑~”을 외쳤다. 전국민의 프로그램. ‘일요일의 남자라는 애칭도 붙었다. 20038월엔 '전국노래자랑' 광복절 특집으로 평양 모란봉 공원 야외무대에서 북한 진행자 전성희와 공동 사회를 보기도 했다. 20038월엔 '전국노래자랑' 광복절 특집으로 평양 모란봉 공원 야외무대에서 북한 진행자 전성희와 공동 사회를 보기도 했다.

지난 4월 말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돼 5월 공식 공표됐다.

95세 현역 MC인 송해가 TV 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95세 현역 MC인 송해가 TV 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고인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프로정신과 현장제일주의, 체력관리다. 그는 프로그램에 앞서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다. 녹화 전날에는 해당 지역에 도착해 사투리와 특산품까지 샅샅이 조사한다. 나보다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려면 남보다 더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인으로 송해는 소박함 그자체다. 방송인의 필수라는 큐카드가 없었든, 그에겐 현대인에 필수로 보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없다. 누룽지에 김치찌개, 계란후라이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택인 도곡동에서 자주 찾는 종로까지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주당인 송해가 해장을 위해 단골로 다닌 2000원 우거지국밥집은 송해 국밥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버스(B)와 지하철(M), 도보(W)로 움직이는 ‘BMW’를 체력유지 비법이라고 말했다. 또 매일 목욕탕에서 심신을 가다듬고 우거지국밥과 마늘을 즐겨 먹는다. 이렇게 다진 체력으로 대본을 외우며 아이디어를 깨알같이 적는다. 그 과정에서 매주 바뀌는 대본만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서너살 꼬마부터 백살 어르신들까지 송해 앞에서 스타로 변신했다. ‘미스터트롯’(2020)의 스타 임영웅,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김수찬은 물론 미스트롯’(2019)의 송가인, 국악소녀 송소희, 오마이걸 승희와 별도 전국 노래자랑이 낳은 스타들이다.

송해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출연진의 삶을 끝까지 귀를 기울여 새겨듣고는 오래된 친구처럼 풀어냈다. 흥에 겨운 송해도 춤사위와 노래 솜씨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돋웠다. 송해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천상 예능인이자, 상대를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그의 친화력을 칭송한다.

송해에겐 큐카드’(방송대본)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즉흥적으로 교감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즉석이다. 송해는 오히려 배운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건강이 좋지 않았다. 1월에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고 지난 3월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최근에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코로나19 기간 스튜디오 녹화를 이어오던 '전국노래자랑'2년 만인 지난 4일 야외 녹화를 진행했으나 참석하지 못했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송해는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전국노래자랑'에 하차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고인의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엔 1986년 오토바이를 타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그의 아들 고() 송창진 관련 사연도 담겼다.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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