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그것도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동두천시·연천군)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당이 내리는 처분도 달게 받겠다. 유일한 직책인 예결위 간사직도 내려 놓겠다”고 했다.
이것은 김 의원 사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수해로 인해 이재민의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그런데 그들 앞에서 “비 좀 왔으면, 사진 잘 나오게”발언은 개만도 못한 발언이다. 이 발언은 사흘 전 기록적인 폭우로 시장 전체가 흙탕물에 잠긴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 나왔다. 이준석 대표 징계, 문자 파동, 지지율 급락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킨 뒤 첫 행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원·당직자 40여명이 수해복구 활동에 나선 자리였다. 문제의 발언은 주 비대위원장이 장난치거나 농담하지 말라고 ‘입단속’한 직후에 나왔다고 한다. 그 옆에선 수마에 할퀴고 놀란 상인들이 젖은 이불·옷가지를 말리고, 진흙 걷어내며 쓸 수 있는 세간살이를 찾고 있었다. 귀부터 의심했을 말을 접한 상인들이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이날까지 폭우로 1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반지하에 갇혀 유명을 달리한 ‘발달장애인 가족’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재산과 집을 잃고 어찌 살까 한숨 짓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문제는 주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작은 것 하나하나로 큰 뜻을 그거 (폄훼)하지 말고 큰 줄기를 봐 달라”고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들은 노는데 우리가 찍어 보면 나오는 게 없을 것 같나”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별거 아닌데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이 문제라는 식이다. 국민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 같다.
논란이 이어지자 주 위원장은 12일 “윤리위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참담하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낯을 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위는 원래 비상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비상 체제다. 정상 체제에서도 이런 인식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다. 여당이 제정신이라면 김 의원을 당장 윤리위에 넘겨 제명 등 중징계 해야 한다. ‘이부망천’ 네 글자로 사실상 국회의원 직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
주 비대위원장 인식 역시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한심하다. 국민 생각도 읽지 못하면서 어떻게 집권 3개월 만에 전방위 위기에 빠진 여당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 주 비대위원장으로선 국민의힘을 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