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산마을 경호 강화에 평온…욕설·소음 대신 매미소리
文 평산마을 경호 강화에 평온…욕설·소음 대신 매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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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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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양산 사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양산=엄재학 기자
문재인 양산 사저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양산=엄재학 기자

(양산=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욕설, 고함, 깡통 두드리는 소리가 사라지고, '맴맴' 매미 소리만 들리네요. 이게 얼마 만인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이 확장된 첫날인 22일 낮 사저 맞은편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평산마을 주민이 한 말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문 전 대통령 경호를 강화하고자 220시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울타리부터 최장 300까지 넓혔다.

평산마을 입구 쪽 청수골 산장(음식점)부터 평산마을 뒤쪽 지산마을 마을버스 종점(만남의 광장)까지 경호구역에 새로 들어갔다.

경호구역이 시작되는 청수골 산장 앞 도로에는 철제 펜스가 등장했다.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란 알림판이 세워졌다.

"어디 가시는지요"(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

"마을에 물건 갖다주러 갑니다"(트럭 운전기사)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은 출입 차량을 세워 일일이 검문한 뒤 평산마을로 들여보냈다.

방문객들도 행선지, 방문 목적을 물은 뒤 들어가도록 했다.

가방이 있으면 소지품 검사도 했다.

경호구역이라고 집회, 시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 회원들이 그동안 해왔던 집회·시위 역시 신고만 하면 경호구역 내에서 가능하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안전조치 등 위해(危害)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은 이 규정에 근거해 220시부터 화약 등 인화성 물질, 총포·도검류, 폭발물, 기타 위해 도구 등 반입을 금지했다.

확성기, 스피커 부착 차량도 마을 진입을 차단한다.

이날 지붕에 대형 스피커를 단 승합차가 평산마을에 들어가려다 경호구역 입구에서 곧바로 차단당했다.

장송곡, 찬송가, 군가 등을 틀고, 깡통을 두드리거나 욕설 방송을 하면서 평산마을 평온을 해친 소음 집회, 흉기 등을 사용해 마을주민과 방문객 등을 위협하는 행위가 차단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들의 단골 집회·시위 장소인 사저 맞은편 마을버스 정류장은 오랜만에 집회·시위 없이 조용했다.

지난 510일 이후 100일 넘게 매일 진을 치다시피 머물던 반대단체 회원들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1인 유튜버 서너 명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중계를 했다.

이들은 "아직도 대통령인 줄 아느냐", "경호원을 동원해 우리를 겁박한다. (경호 강화가) 어이가 없다"는 내용으로 인터넷 방송을 했다.

다른 유튜버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 권리를 무시한다"고 성토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 1명은 이날 오전 사저 쪽으로 접근하다 경호처 직원에 저지당한 후 결국 경호구역 밖으로 쫓겨났다.

사저와 가까운 주민들은 간만에 마을이 조용해졌다며 반겼다.

평산마을 주민 신한균 씨는 "마을이 이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아요"라며 "진작부터 이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다만, 경호구역 확대로 그동안 피해를 덜 봤던 마을 입구 쪽 평산마을 주민들이 소음이나 사생활 침해 피해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날 유튜버 몇 명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대신 경호구역 밖 평산마을 입구 근처 도롯가에서 인터넷 방송을 했다.

마을 입구부터 검문 검색이 강화되면서 생긴 일상생활 불편함도 풀어야 할 과제다.

경호처와 경찰은 마을주민과 마을주민 차량은 그냥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마을에 볼일을 보러 오는 외지인 등은 검문 검색을 거쳐 들어가야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평산마을 일부 주민은, 검문 검색으로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경호구역 확대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 대책을 경호처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