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시론]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대대적 수술해야
[JBC시론]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대대적 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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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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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한국시간)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각각 만났다. 숄츠 총리와는 정식 회담이 이뤄졌지만 기시다 총리와는 비공개 약식회담, 바이든 대통령과는 짧은 환담이었다.

대통령실은 한일 회담과 관련해 두 정상이 만나 갈등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 만남의 형식이나 의전상 실책들이 외교적 의의마저 크게 퇴색시켰다.

29개월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한 행사장에 윤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국기도 없이 30분 동안 대좌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은 약식회담’, 일본은 간담이라고 각각 밝혔다. 우리 대통령실의 일방적 발표에 일본 측이 발끈하면서 어렵사리 이뤄진 터라 한국이 회담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대통령실이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에 윤 대통령이 참석해 48초간 환담을 나누는 것으로 대체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 일정을 이유로 뉴욕 체류를 단축한 데 따른 여파였다지만,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윤 대통령은 미리 잡혀 있던 두 가지 세일즈 외교 행사 참석도 취소해야 했다.

이처럼 저자세 감수, 인증샷 찍기 외교가 된 것은 참모들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또 다른 무리수를 두면서 빚어진 일이다. 문제는, 애초 너무 기대치를 높여 홍보했고, 반대로 이벤트나 다자 무대에서 발생할 돌발 상황에 대해선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일 정상과의 회동 결과는 대통령실의 당초 예고와는 차이가 컸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한·일 회담을 먼저 발표해 일본 반발을 샀고, 결국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장소로 찾아가는 상황을 초래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문제 논의를 부담스러워하는 데도 성과를 낙관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패싱’, 엘리자베스 여왕 영구 참배 무산 등을 보면 학자 중심 외교팀은 실무에선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역량에 대한 재점검과 전문 외교관등용 등 쇄신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나타난 스턴트식 즉석 외교는 사전준비 부실과 대처능력 부족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 정부 외교라인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진지하고 성숙한 국제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있는 외교력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곳곳에서 잡음과 혼선이 빚어진 것은 현재 외교라인의 준비부족과 자질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일본의 경우 기시다 내각이 하락하는 지지율로 곤혹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일본 측이 회피한 측면도 있고, 일본을 적대시한 문재인 정권에 비해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데 대해서는 평가 할 만 하지만, 한일 외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좀더 섬세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국제사회의 외교는 말이 아닌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더 큰 사고는 윤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비속어를 써가며 의회주의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노출돼 외신에까지 보도됐다. 대통령실이 이를 사적 발언이라고 해명한 부분도 문제다. 대통령이 섰던 그곳은 공적 자리이지 사적 자리가 아니다.

외교 현장에서 해서는 안되는 욕설을 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손상시킨 것이다. 대통령다운 품격이 대한민국의 국격이다. 옷이 맞지 않으면 옷을 고치던 아니면 몸을 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