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눈]박근혜 촛불시위 통해 본, 윤석열 퇴진 촛불시위
[JBC의 눈]박근혜 촛불시위 통해 본, 윤석열 퇴진 촛불시위
  • JBC
  • 승인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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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장면.
촛불시위 장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행동22일 서울시청 앞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 대행진을 열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진군한다. 같은 날 광화문에선 문재인·이재명 구속과 주사파 척결을 내세운 맞불 시위가 열린다.

이번 좌파들의 촛불시위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1610월 박근혜 퇴진 촛불에 이은 촛불시즌3’을 여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 이슈는 바뀌었지만 201610월 좌파들이 일으킨 촛불시위를 뒤돌아보면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촛불을 드는 좌파들의 전략을 알 수 있다.

2016년 좌파들의 촛불시위 신호탄을 쏘아올린 자는 자살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박 전 시장은 2016최순실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인 11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112일은 새로운 국민혁명의 날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혼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 위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목적지는 (대통령) 하야가 끝이 아닌 새로운 체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여야 한다“4·19 혁명과 5·18민주항쟁, 6월항쟁 등 국민은 언제나 정의로운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왔고 언제나 옳았고, 위대했다고 주장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주장한 박원순은 낡은 시대의 군중선동꾼의 표본이다.

이어 이재명이 등장한다. 20161114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주 금남로광장에서 열린 촛불대회에 참석해 바로 이 광장에서 광주 시민을 학살했던 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며 혈서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서약했던 일본군 장교의 딸인 박근혜가 나라를 팔아먹고 광주를 학살하고도 제대로 책임 진 적이 없다. 이제는 그 자들을 응징해야 할 때라고 선동했다. 이 시장은 또 129박근혜 탄핵은 단지 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탄핵만이 아니다. 몸통인 새누리당에 대한 탄핵이며, 뿌리인 재벌체제에 대한 탄핵이다. 친일 독재 부패 세력에 대한 전면적 청산의 출발이며, 대한민국 구체제 앙시앙레짐의 종언이라고 선언했다. 체제 혁명을 지향하겠다는 이재명 시장의 공언이다.

촛불집회를 꾸준히 부추겨온 문재인 전 대표는 20161114일 부산시국대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돈으로 사익을 추구한 주범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한 범죄단체의 리더라고 규정하면서 버틴다면 국민의 힘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을 든 문재인.
촛불을 든 문재인.

 

임기 내내 촛불시위를 찬양해온 문재인은 더욱 노골적이디. 문재인은 201622일 국회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국민이 이깁니다라는 행사에서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단지 박 대통령의 퇴진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이번이야말로 지금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시민혁명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는, 하늘이 우리 국민들에게 또 한번 내려준 기회다. 3번째 맞이하는 대청소, 대청산의 기회다. 오래된 적폐, 구악들,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을 전부 청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지만 문재인 등 좌파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선동했다. 그래서 그들이 찬양해온 촛불시위가 촛불혁명으로 되살아났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201612월 말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촛불은 바슐라르 같은 위대한 몽상의 철학자만이 아니라 나 같은 범용한 세속인에게도 아담한 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명상에 젖게 하고 손바닥으로도 가릴 조그마한 불꽃의 희미한 따뜻함은 세상의 한기를 덥힐 소중한 소망을 피워준다. 그 촛불들이 몇 개에서 몇천 개로, 몇백만 개로 모여들어 도심의 소요를 지우고 초겨울의 추위를 막아낼 뜨거운 불꽃으로 번져날 때 그 수줍은 미덕은 마침내 광장의 정치학으로 비약하고 그 조용한 아름다움은 세련된 민주주의의 미학이 되었다. 수천만의 우리는 작은 촛불이 광장의 정치시학으로 확산되는 장면을 현장에서, 화면으로, 기사로 겪고 보고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12·9 결단을 일구었다. 여든에 이르는 내 생애에 4·196·10에 이은 세 번째 시민혁명, 그래서 우리의 일상화한 민주주의, 아렌트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민주주의의 일상성으로의 발전을 확인한 것이다며 촛불시위 찬양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을 든 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혁명 정부라는 주장도 잇따랐다. 경희대 미래문명원 임채원 교수는 2018719일 한겨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는 인류 역사에서 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사건입니다. 또한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부분에서도 성장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요. 한국의 사례가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촛불집회는 성공한 혁명이다고 강조했다. “‘보수세력에서 중도세력으로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게 무슨 혁명이냐고 반론을 펴는 사람도 있어요. 과거의 혁명은 지배계급을 바꾸는 수직적 변화였지만 21세기의 혁명은 직접 민주주의가 확산하는 수평적 변화이죠. 그런 관점이면 촛불집회도 충분히 혁명이라 부를 수 있죠.”

촛불혁명출판위원회20188월 펴낸 촛불혁명 시민의 함성책에서 우리나라는 친일과 독재, 반공, 반민족, 숭미 부정이 더욱 강화된 체제가 되었다고 비난했다. 이 책은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6.10항쟁 이후 반짝 민주공화국 시대가 열려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참여정부에 대한 끊임없이 흔들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독한 괴롭힘 등을 이겨내지 못해 그 귀한 민주공화국은 유지 발전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박근혜 대통령을 친일장교 출신 독재자의 딸로 묘사했다. 이 책은 발간사를 통해 명백한 참사, 명백한 의혹의 세월허 침몰에 따른 거룩한 분노, 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은 그치지 않았고, 목숨 건 고공농성도 이어졌다. 친닐독재 분단 강화 국정교과서 공작,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노동법 개악 적용, 독점자본들만의 경제, 자기들 편 아니면 전가의 보도 종북 좌파 빨갱이 취급, 다중의 우민화, 그것을 통한 권력으로 장악된 사법, 행정, 언론 등 거칠 것 없는 무소불위 세상이 되었다. 20164월 총선으로부터 회칠한 돌무덤 뚫고 천심 민심이 솟아올랐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죽음의 책임을 덮기 위한 수천 명 견찰을 동원한 부검 시도를 막았다. 세월호 특조위 중단에 대한 반발, 사드반대 투쟁이 이어졌고, 미르K재단 최순실,정유라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모진 고난에도 416 유가족과 시민들의 투쟁이 멈추지 않던 중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담이 드러났다. 한겨례의 시리즈 기사, JTBC 등 언론폭로가 이어졌다. 2016년 가을은 광화문으로부터 오색민주화의 기운이 일어 민주화 단풍천하가 되었다. 5천만 국민 대표하여 5만 의인이 모이고, 10만 시민 손 잡고, 100, 150만 사람들, 민중들이 발그레 타는 촛불로 총궐기 행진했다. 123, 광장의 어두운 하늘을 지상의 243만 촛불과 함께 훤히 밝힌 초승달은 새날의 상징이었고, 일주일 후의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 위대한 촛불이 이룬 성과였다. 친박 수구세력은 그동안 자신들 편이었던 언론, 검찰, 특검, 여당도 모조리 부정하고 헌법재판소까지 위협했다. 다수결 선봉주의로 선거의 여왕 받들더니, 이제는 다수의 희생양인 양 천심의 민심도 저주했다. 박영수 특검호는 나락으로 가라앉던 나라 비로소 온건히 세웠다. 도적 수준 대통령과 작당한 삼성총수도 구속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조차 부정하는 불법 위법 대통령과 청와대는 치외법권 지대였다. 의혹의 박 정권 침몰선에서 최순실을 향해 염병, 염병하네, 염병하고 있네!’ 특검실 청소 아줌마 일갈이 촛불 위로 출렁거렸다. 탄기국 집회 행진은 민주의 봄 꿈 부푼 촛불 주변에 계엄령을 선고하라, 군대여 일어나라등의 음험한 선동과 군홧발로 어련거렸다. 그들은 배후를 가진 내란 음모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휘몰아치던 칼바람 물러나고 찬란한 생명의 봄바람이 불어왔다. 마녀호(박근혜)가 침몰하자 세월호 진실호가 떠올랐다. 적폐 중의 적폐 종북몰이 색깔론 대신, 헌법 수호 경쟁을 통한 참된 민주공화당을 세우는 대선이 되도록 촛불을 들었다. 마침내 새로운 민주공화당 시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다시금 이어질 수 있었던 참사와 적폐, 수십 백 여년의 반민주 반민족 대결과 전쟁위협 등 떨치고 자유와 민주, 상식과 원칙, 자주와 평등, 평화의 시대가, 역사와 촛불시민 앞에 겨레와 세계만방의 기대에 찬 눈망울 위에 돌이킬 수 없는 희망으로 우뚝 섰다. 촛불혁명 이후 정치, 경제,사회, 역사, 언론, , 경찰, 검찰, 대법원 등 전방위적 변화와 개혁이 진행되었다.”

종북좌파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백낙청 씨. 연합뉴스
종북좌파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백낙청 씨. 연합뉴스

좌파 학자들은 촛불시위로 박근혜를 끌어내린 후 그 다음 촛불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71월 초 창작과 비평특별기고 새해에도 가만히 있지 맙시다란 글을 통해 박근혜 퇴진이 끝나지 않아서만이 아닙니다. 촛불혁명은 대통령의 퇴출을 넘어 불평등과 불공정이 청산되고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기욱 인제대 교수는 분단 고착화에 따라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반공반북의 관습적 가치체계를 규탄하며 촛불시민은 이면헌법의 완전 폐지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우리의 헌법은 이면헌법 위에 덧씌워진 것이라며 분단 체제를 내파해가는 작업을 촛불혁명의 과제로 제시했다.

백 명예교수도 창작과 비평봄호(2017)에 발표한 글 촛불의 새 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에서 탄핵반대세력을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 다름 아닌 이면헌법이라고 말했다. 백 명예교수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성문헌법 위에 눌러앉아 법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이면헌법이다고 주장했다. 촛불은 이 폐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동했다.

좌파학자들이 혁명적 촛불시위를 찬양했지만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평가를 냉정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시작은 촛불시위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최 명예교수는 202157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촛불시위 이후 극대화한 진보·보수 이념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시작은 촛불시위부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를 떠받친 것은 진보, 보수 이념을 대표하는 정당 간 경쟁이다. 하지만 촛불시위로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이 붕괴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촛불시위로 인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정부는 역사청산, 적폐청산 등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했다이후 이전 사회의 성과와 보수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해 이를 이해하는 방식은 건강한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 교수는 20201127일 서울대 한국정치사 콜로키움 강연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촛불시위이후의 한국민주주의주제 발표에서 최 명예교수는 민주화로부터 촛불시위까지의 정치는 보수의 헤게모니가 관철된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촛불시위와 현임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의 궤멸, 붕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하에서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쪽의 실패는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는 촛불시위대도 이 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정권과 자유 우파 국민들이 이번 촛불시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