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외국인 156명이 이태원에서 한꺼번에 사망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검찰의 수사가 원천 차단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만 해도 대형 참사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 분야와 함께 검찰 수사 범위에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 3·9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부패·경제 말고는 검찰이 아예 수사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4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민주당을 향해서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이 먼저’라며 연이틀 역공을 펼쳤다. 경찰이 대형참사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상황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 탓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속한 강제수사로 증거를 확보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경찰) ‘셀프수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런 셀프수사가 문제라면 원상복구 시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형참사 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밀어붙였던 것이 바로 민주당이었다”며 “검수완박 책임까지 국민의힘에 돌리는 민주당은 ‘양심완박’인가 ‘기억완박’인가”라며 꼬집었다.
여권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검수완박법 개정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비대위원장은 “검찰도 대형 재난 (사고)에 대해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수순 아니냐(는 차원에서) 상식적으로 드린 말씀”이라고 언급했고, 주 원내대표는 “검수완박법을 원래대로 돌리자는 의견도 없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합수본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대형 참사를 수사할 수 없어 합수본 구성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검 측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없어 단독이든 합동이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검찰은 보이스 피싱·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경제 범죄로 간주해 합수본을 꾸린 적이 있지만, 참사는 경제나 부패로 간주하기 어렵다. 검수완박은 탄생 자체가 부조리다. 문재인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고 문 정권의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한다면, 검수완박법 폐기 절차를 당장 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