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권했던 유엔 크림결의안 찬성 선회…"가치존중 더 선명히"
韓, 기권했던 유엔 크림결의안 찬성 선회…"가치존중 더 선명히"
  • JBC까
  • 승인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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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엔 3위원회서 기권해 논란
본회의 투표서는 '찬성표' 유사입장국과 조율 강화
혹한기 우크라 민간인 고통 지속 감안
유엔총회 모습.
유엔총회 모습.

지난달 유엔총회 산하 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에 기권해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최종 표결인 본회의에서는 찬성으로 돌아섰다.

한국 정부는 15(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16)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크림 지역 인권상황 관련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은 지난달 16일 같은 결의안이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 총회 3위원회에 상정됐을 때는 기권했다.

통상 유엔 총회 인권결의안은 매년 11월께 3위원회 표결을 거친 뒤 12월 중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되는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같은 유엔 총회 결의안에 대해 3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다른 표를 던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2006'인권침해 및 자결권 행사 저해 수단으로서의 용병 사용' 결의에 대해 3위원회에서는 기권했다가 본회의에서 반대로 선회한 사례 등 일부 전례가 있지만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보통은 (총회 산하) 위원회 결의와 본회의 결의가 12달 사이이기 때문에 대체로 입장이 유지되는 것이 많은 관례"라면서도 "우리도 과거에 입장을 바꾼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3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78개국·반대 14개국·기권 79개국으로 통과됐던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82개국·반대 14개국·기권 80개국으로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 지역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가 주요 제안국이다.

지난달 기권 당시 정부는 이 결의안이 '크림과 우크라이나 여타 영토의 병합은 불법이며 즉각 복원해야 한다'는 등 인권 결의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정치·군사적 내용을 다수 담고 있어 기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가치외교' 기조가 일관성을 잃고 흔들린다는 논란이 언론과 전문가 등에서 제기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선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 언론과 국민들에게 많은 오해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가 지키려던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러시아가 한겨울에 들어가며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혹한을 무기 삼아 민간인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좀 더 명확히, 광범위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14년에 병합된 크림 지역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찬성표를 던진 국가가 대폭 늘어나고 기권표는 줄어드는 등 여론의 변화가 반영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국제사회, 특히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들과의 조율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표결 결과를 놓고 보니 유사입장국과 동떨어져 있는 상황을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 재검토 요인이 됐다"고도 말했다.

3위원회 표결 당시 한국은 기권한 반면 미국과 유럽 국가, 일본, 호주 등 이른바 서방 국가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입장 선회는 가치외교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서 점점 더 강력한 준거가 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14'히잡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란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하자는 미국 주도의 결의안에도 고심 끝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서방이 인권 가치를 고리로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등 다자 무대에서도 '진영외교'가 강해지는 상황은 한국에 또 다른 고민이 될 수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