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정재호의 세모(歲暮)] “박정희정신을 학습하라! 온고지신의 참모습이다”
[93세 정재호의 세모(歲暮)] “박정희정신을 학습하라! 온고지신의 참모습이다”
  • 정재호
  • 승인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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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나라 안팎 사정이 매우 험준하다. 글로 옮기기조차 호들갑스런 비약이라는 비판에 사로잡힐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안에서 남한’(南韓)북한’(北韓)이 험상궂게 으르렁거린다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보수·진보의 불편한 공존을 에둘러 지적한 자조론이다. 70년 전 해방공간의 좌·우 박치기 싸움을 떠올리게 하는 이념내전’(理念內戰)이 연출되고 있는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 자학의 넋두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가 사회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는 야무진 주문(注文)에 힘이 실리는 까닭은 정한 이치일 수 있겠다.

친북(親北)이란 생소한 낱말이 슬금슬금 종북(從北)으로 변질 될 때만해도 이른바 색깔론을 에워싼 논쟁이 엄청 뜨거웠다. 하물며 종북에 주사파’(主思派)라는 끔찍한 꼬리표가 뒤따라 붙어도 충격파장은 미지근한 오늘이다. 내성(耐性)이 굳어진 탓이다. 내성이란 신경세포가 외부충격에 반응하지 않는 먹통의 초기 증세를 뜻한다.

문재인 좌파 정권이 5년간 요긴한 곳곳에 마구 뿌린 종북씨앗이 단단히 뿌리내린 결과다. 언어의 빗나간 진화(進化)는 가공할 사회적인 건망증(健忘症)을 유발한다. 문재인 정치의 굴욕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일부 언론은 정권의 눈치를 살펴가며 보도 수위를 조절했고, 공영방송은 권력의 품에 안기는 경쟁을 일삼았다.

문재인 씨가 2017년 초 광화문 광장에서 촛붓시위 중이다.연합뉴스
문재인 씨가 2017년 초 광화문 광장에서 촛붓시위 중이다.연합뉴스

촛불 우상화 바람에 휘말린 언론의 난()은 한참 동안 광장(廣場)의 광기(狂氣)에 떠밀린 마녀사냥의 씀씀이 감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았던가. 정말 3·9대선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막판 대세를 견인한 주역은 6, 7, 80세대다. 그들은 허허벌판에 천지개벽의 새벽을 연 박정희시대를 함께 호흡했다. 아픔과 기쁨의 굽이마다 서로 뜨겁게 껴안았던 노병(老兵)들이 몰아 숨쉰 가슴의 맥박은 화통했다. ‘꼰대들의 뒷심이 판을 갈아엎었다.

세계언론들은 실버 레볼루션(silver revolution = 노인혁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이 땅의 좌파들은 노인을 거추장스런 상대로 업신여기지 않았던가. 나라가 어지럽게 돌아갈 때면 난세영웅대망론(亂世英雄待望論)이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민심의 율동(律動)은 인지상정이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43주기, 탄신105주년, 5·16혁명 61주년, 10월 유신 50주년, 현대사 전개 속의 정점(頂点)을 품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저물고 내일이면 새해 새벽이 열린다.

이 시점에 박정희 정신을 소환, 재조명하는 까닭은? 그렇다. 오늘 우리가 처한 국난타개를 위해 부국강병을 성취한 영웅 박정희의 리더십 그 정수리를 찾아 조야(朝野)가 더불어 분발하자는 뜻을 담고 있음이다.

과연 박정희정신의 정수는 무엇인가. 역대 대통령 중 자신의 사생관(死生觀)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박정희가 유일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내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 "내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1974.5.20.) 친필 휘호로 자신의 숙명적 행로를 천명한 그는 반체제인사들의 온갖 험담에 맞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거두절미 짧게 응수했다.

잘고 용렬한 수다를 거부하는 당신의 성정을 고스란히 토설했다. 평가는 후세의 몫이라는 역사 인식이 성광처럼 번쩍이고 있지 않는가. 거인(巨人)의 처연한 고독감이 일렁거리는 대목이다. 숙연해지지 않는가. 인간 박정희의 진면목은 18년 치세 도처에서 점철된 그의 언()과 동()에 한 점 에누리 없이 각인돼 있다.

식민지 아들로 태어난 박정희는 치열한 민족주의자의 기품을 잠시도 놓치지 않았다. 겉보기와는 달리 개방적이며 유연한 감수성이 풍만했다. 일체의 호강을 뿌리치고 청빈(淸貧)의 길섶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내면은 4개의 스스로 자()자를 앞세운 자주(自主), 자립(自立), 자조(自助), 자존(自尊)으로 꽉 차있다. 박정희의 상징적 대명사인 새마을 운동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절규였다. 빈곤으로부터의 역사적인 대탈주극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배불리 먹어보자는 원초적인 인권(人權)운동이다. ‘인권대통령으로서의 박정희의 심상(心想) 그 한복판을 투시할 수 있지 않는가.

박정희는 손수 벼루에 먹물을 갈아 붓끝을 적실 때가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76년 새해 첫날 아침에 쓴 無欲則剛’(무욕즉강)은 박대통령의 해맑은 정신세계를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힘이 강해진다는 뜻은 비우면 채워진다는 이치와 상통한다.

1968년 12월5일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하고 있다.
1968년 12월5일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1968125일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이야 말로 박정희정신의 핵심(核心)이라고 내세운다. 393()로 된 국민교육헌장은 글월의 짜임새가 돋보이는 명문이다. 조국근대화를 지향한 박정희의 애국심이 넘실거리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도도한 문맥의 조화가 눈부시다.

개혁의지와 함께 자유, 협동, 권리, 의무의 무게를 가지런히 세워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한점 떼고 붙이고 할 틈새가 없는 헌장의 완성도는 3·1독립선언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는 찬사를 낳았다. 자랑스런 헌장이 걸림돌을 만난 것은 언필칭 문민’(文民)을 치켜세웠던 김영삼정권 때다. ‘국가주의가 치중됐다는 논란이다. 얼토당토 않는 궤변이다. 나라사랑에 한도(限度)가 있단 말인가.

1993년에 개최된 헌장선포 제25회 기념식을 끝으로 각급 학교 교과서에서 교육헌장이 삭제된다. 4반세기만의 봉변(逢變)을 거쳐 좌파 노무현정권이 들어서면서 법정기념일에서 배제됐다. YS정부와 참여정부 최악의 실책으로 기록되어 마땅할 것이다. 오늘날 전교조(全敎組)의 흉측한 실태와 겨누어 볼 때 더더욱 그러하지 않는가.

올곧은 교육100년 대계가 허망하게 쓰러지는 실록(實錄)이다. 슬프고도 분하도다. 윤석열 보수정권이 출범한지 7개월. 국정지지율이 40%에 턱걸이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대들보 삼은 윤정권의 국정전개(國政展開)는 고전 중이다. 세계적인 경제한파 탓이 크지만 과반을 훌쩍 넘은 좌파가 의회권력을 거의 통째로 틀어쥐고 있는 마당이다. 사사건건 발목잡고 있는 그들의 노림수는 뻔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골탕 먹인 속임수 광우병파동 촛불난동의 꿀맛에 젖어있다. 오죽하면 야당독재라는 말이 생겨났을가.

그러나 대국(大局)의 흐름은 윤석열의 판정승으로 기울고 있다. 물류대란으로 윤 정권의 턱밑까지 기어오른 민노총의 떼법 총파업에 맞서 끝내 항복을 챙긴 윤 대통령의 뚝심효과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사법고시를 뚫는데 팔전구기’(89)라는 초유의 기록을 보유하는 윤석열의 뚝심은 딱히 숱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박정희의 불굴혼(不屈魂)을 닮았다는 풀이도 없지않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밤잠을 설치면서 역대정권의 공과를 다룬 관련 책을 정독하는데 심취하고 있다고 들린다. 특히 탁상공론보다 현장확인에 무게 중심을 두었던 박정희의 행보와 용인술(用人術)에 관심집중하고 있다는 귀띔이 있다.

사석에서 피력했다는 윤석열 생각의 현주소를 탐색하면 박정희학습효과가 예사롭지 않음을 읽을 수 있다. “인기(人氣)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고 민심(民心)은 속속들이 국민의 무거운 생각이 아닐까제대로 짚은 언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 끝 정책을 밀어붙인 박정희 특유의 심근(心根)에 다가서고 있음이 아닐까. 윤석열은 TV로 생중계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인기 없어도 노동·연금·교육 3개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력을 받은 자심감의 현장이다.

마키아벨리(Machiavelli·1469~1527)는 유명한 지도자론에서 사자(Lion)의 당당한 기상과 여우(Fox)의 민첩한 꾀가 어우러진 지도자가 이상형이라고 썼다.

윤대통령께 감히 권한다. ‘기상을 선택하시라! 기상과 뚝심은 초록동색이다. ‘는 참모와 장관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은 법. 국정(國政)순풍에 돛단배가 아니다. 손발 맞추어 함께 노 저어야 한다.

만고에 빛나는 성어(成語)가 있지 않는가. 박정희정신의 학습(學習)이야 말로 아니지워질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모습이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