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
  • JBC까
  • 승인 2017.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민지 원흉 이토히로부미 일본에서 추앙 왜?

 이토 히로부미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千代田区)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국회의사당.

일본의 ‘정치1번가’라고 불리는 나가타초 1번지에 위치한 이 국회의사당(아래 사진)을 지난해 말 방문했다.

1920년 1월 30일에 착공하여 1936년 11월 7일에 완공된 이 건물 중앙홀에는 세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국회의사당을 안내해준 일본 민주당 중의원 비서 한명이 세사람의 동상에 설명해줬다.

그는 유독 한 동상을 가리키며 “정상(필자를 지칭) 저 동상은 한국인이 싫어하는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 동상입니다.”

메이지 헌법 반포 50주년을 맞아 1938년 2월에 건립했다는 동상의 주인공은 이토 히로부미(아래 두번째 사진)였다.

 

그리고 이타가키 다이스케(板垣退助),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信)이다.

초대 귀족원 의장과 초대 내각총리대신, 그리고 초대 한국통감을 지내고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당한 이토가 한국에서는 식민통치의 원흉으로 꼽히지만 일본에서는 위인의 한 명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컬하다.

안내 해준 비서에게 “왜 이토 동상이 일본 국회 중앙홀에 세워져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는 총리를 무려 4번이나 역임하면서 일본을 근대화의 길로 이끈 주역이었다. 그리고 현대 일본의 기반을 다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1899년에 마련된 메이지 헌법의 초안을 비롯해 양원제 의회를 수립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기 때문에 그 공을 인정해 동상이 세워졌다”고 말했다.

이토는 일본에서는 국부로 추앙받는 애국자이자, 선각자이며 뛰어난 정치가다.

 

호색가이자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 알려진 젊은 시절 이토 히로부미

그러나 한국인들에게는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고 한국통감이 되었던 식민지 원흉이다.

1909년 만주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해 죽음을 맞이한 이토.

그는 봉건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던 근대의 일본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고, 한반도를 식민지화함으로써 제국주의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0일 일본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위 사진)이 “안중근은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망언을 했다.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일본 정부 대변인이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는 망언을 한 것은 외교적으로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중근 동상

외교부는 이날 ‘역사의 양심에 눈감은 스가 일본 관방장관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 독립과 동양의 진정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신 위인”이라며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존경받는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는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 대한제국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무력을 동원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을 주도했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짓밟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해악을 끼친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잇따른 망언을 일삼고 있는 일본의 아베총리는 이미 이토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2013년 7월 5일 BS후지TV 프로그램에서 아베총리는 “이토 히로부미는 존경받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 점은 (한·일이)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서울에 온 지한파인 일본 유명 광고 기획사 한 간부도 “이토 히로부미상은 한국인들에겐 원흉이지만, 일본인들에겐 아직도 추앙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회에 동상이 세워진 것은 이토상이 일본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특히 이토는 1963년 발행된 일본의 천엔(円)권 화폐 속 인물(위 사진)이 됐을 정도로 지금도 일본인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인들의 이런 점을 의식해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일본의 시각은 일본 집권세력이 아직도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퇴행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한일 관계가 블랙홀에 빠져드는 마당에 일본이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한 것은 한국인들의 자존심과 성역을 건드린 것과 같다.

설령, 일본의 관점에서는 그가 ‘근대화의 주역’이자 위대한 정치인, 외교관일지 몰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약육강식 논리에 철저한 제국주의의 '원흉'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원흉'부터 시작해서 '제국주의자', '국권침탈자', '살인마' 등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과 일본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토를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과 관점이 한국과 일본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좌진 장군 장손 김경민씨는 최근 “한국인들의 애국심은 냄비애국심”이라고 표현했다.

금방 끊다가 식어버리는 애국심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일본은 한국인들의 속성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멍언은 흥분만 하면 안된다”면서 “그들의 전략을 속속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일본을 이기는 것이라는게 김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