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눈]설마 '이재명 면죄부', 성남FC 사건이 ‘성동격서’로 읽히는 까닭
[JBC의 눈]설마 '이재명 면죄부', 성남FC 사건이 ‘성동격서’로 읽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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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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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집중해서 수사해야 할 대장동 안하나 못하나
판검사, 정치인, 언론인까지 비리 의혹 온상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12시간 만에 귀가했다. 그의 구속을 바라는 국민들은 그가 큰소리 펑펑치면서 귀가하는 모습에 속이 뒤틀렸을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대형 의혹 사건에 비해 잔챙이성격이 짙다.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 수사를 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가 이날 출소한 성남지청 앞에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고, 12시간 수사후에도 큰소리 치고 귀가하는 것을 보니 한편의 치밀한 각본의 수사로 읽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6개 기업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182억여 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 성남FC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냐 안했냐이고,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기업에게 특혜를 주었다면 후원금에 따른 특혜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 쯤으로 끝나는 수사다.

10일 이 대표는 성남지청 앞에서 조사 대상인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쿠데타라고 했다. 그만큼 당당하다는 것이다. 뭐 뀐 놈이 성질낸다고 이 대표 특유의 큰소리인지 아닌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사실 이 건으로 이 대표를 구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다소 의문은 이 대표 수사에서 검찰은 왜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적극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 사건의 몸통은 이 대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까지 이 대표 측근 세 명이 대장동 비리 등과 관련해 뇌물, 불법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 후 이 사건은 진척이 없이 멈추어진 사건이다. 근본 원인은 검찰과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에 있다. 왜 검찰과 경찰, 법원도 이 사건 앞에선 작아지는 것일까.

법조인들은 이 사건이 이 대표의 대장주 사건이지만 실은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연루된 '복마전 게이트' 성격이 짙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었다이 사건에 등장한 인물이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등 총망라 돼 있다. 작은 정부를 구성할 정도다. 

또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드러났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은 이 사건에 대해 '이재명 게이트'라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게이트'라며 특검 맞불을 놓았다.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핵심 의혹은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우선 대장동 업자들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에 뇌물과 정치자금을 주는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다. 다른 하나는 대장동 업자들이 이권을 챙길 수 있도록 수사 무마 등 도움을 준 의혹을 받는 이른바 ‘50억 클럽의 존재다

관련자들의 자금흐름만 추적해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를 안하는지 못하는 지 대장동 수사에 움추려 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 맨 마지막 물음표 인물은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다. 출처=네이버 이미지.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 맨 오른쪽 홍모 씨는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다. 출처=네이버 이미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50억 클럽으로 거론한 고위 법조인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등이 나온다. 이 중 구속된 후 재판을 받는 건 곽 전 의원이다. ‘50억 클럽중 법조인이 아닌 사람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다. 김만배 씨는 화천대유 회장으로 대장동 사업을 벌이면서 동시에 머니투데이에서 부국장급 기자로 재직했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은 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법관 퇴임 직후 김만배씨에 의해 화천대유에 영입돼 대장동 의혹이 알려질 때까지 11개월 동안 월 1350만원을 받고 고문으로 일했다. 김만배씨는 권 대법관 재임 시절 1년여 동안 8차례 대법원을 찾아가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이 시기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판결을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이 지사 무죄 청탁을 했다는 남욱씨의 증언이 작년 10월 나왔지만 문재인 정권 당시 검경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수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이런 의혹이 있는 데도 권 전 대법관은 간도 크게 변호사 등록을 했다.

박영수 전 특검도 수사의 칼날에서 벗어났다. 김만배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모셨던 박 전 특검 친인척인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전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회사가 보유했던 84아파트 1채를 최근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 단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1 수준이었고 당장의 시세 차익만 1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곽 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6년간 대리로 근무한 뒤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50억 원을 받은 때가 20213월이다. 2019년부터 매년 3월 천화동인 1~7호에 사업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로부터 석 달 뒤인 20216, 화천대유가 갖고 있던 미계약분 아파트 한 채가 ‘50억 클럽멤버인 박영수 전 특검 딸의 소유로 넘어갔다. 이렇게 곽상도·박영수의 자녀에게 각각 돈과 아파트가 제공될 무렵, 또 다른 ‘50억 클럽인 홍선근의 두 자녀에게도 거액의 대여금이 건네졌다.

법정으로 향하는 김만배 씨. 연합뉴스
법정으로 향하는 김만배 씨. 연합뉴스

김만배 씨가 법조계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광범위하게 금전을 매개로 인맥을 구축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2019~2021년 신문사 간부들과 수억원대 돈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신문 사회부장과 신문총괄을 역임한 석모 씨는 2019~2020년 아파트 분양대금 명목으로 김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9억원을 수표로 받았다. 석 씨는 빌린 돈으로, 20218월 이 가운데 2억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간부 김 모 씨는 2020년 김씨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 김씨는 차용증을 쓴 사인간 거래라 했고,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 씨는 2018년 김 씨에게 8000만 원을 빌려줬다가 20199000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채널A 법조인 출입기자는 2018년 김씨로부터 명품 신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뒤 20216~9월 넉달 동안 3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가 화천대유와 계약한 연봉은 12천만원이었다. 20197월부터 화천대유 홍보실장을 맡은 서울경제 선임기자 출신은 27개월간 총 9천만 원 급여를 받기도 했다. 뉴스1 부국장 출신은 2021년 연봉 3600만 원 고문 계약을 맺은 뒤, 그해 182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언론사를 퇴직하고 화천대유와 계약했다. 문제는 이들이 회사에 출근하지도, 고문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29, 뉴스타파는 김만배가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고 말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날 보도에서 김만배가 관리하는 기자들의 모임인 지회가 존재하고,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보도를 막아 온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 후, 검찰은 김만배가 신문사 간부급 기자 3명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금품을 건넨 것을 확인하고, 지난 6일 김만배를 불러 추가로 조사했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가 상품권을 주거나 골프를 접대한 언론사 기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흔한 말로 법조 출입기자 중 김 씨로부터 접대와 돈을 받지 않는 기자는 바보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김 씨는 머니투데이에서 회식할 경우 본인이 전부 결재를 했거나 참석 못할 경우 아예 카드를 주고 갔다고 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관리한 대상은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정영학 녹취록과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종합한 결과, 김만배는 스스로 대장동 로비스트라고 일컬으며 판·검사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1,300쪽에 이르는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는 김만배가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수시로 고위 법조인들을 만났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2013년을 전후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남욱·조우형 등을 수사할 당시, 김만배와 배성준(천화동인 7호 소유자, 당시 법조기자)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를 무마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언론인 수사를 언론에 흘리며 대장동 특혜 의혹이라는 본류를 흐리고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재명 대표는 말할 것 없고, 판검사와, 언론사 간부 등 굵직한 인사들이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각종 커넥션이 복마전으로 엮어져 있기에 검사의 수사가 한계점에 부디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에게 돈 받은 검사가 많다고 들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 검사가 검사를 상대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김만배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 연희동 자택을 매입한 등기부등본.
김만배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 연희동 자택을 매입한 등기부등본.

윤 대통령도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김만배 씨 친누나가 윤 대통령의 부친(윤기중 명예교수) 연희동 집을 매입했다. 해당 주택 매매가 이루어진 2019430일에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김 씨는 당시 윤 전 지검장을 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말이 있다. 두 사람간 모종의 관계가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연하게 부동산에 내놓은 집이 이렇게 팔리겠는가라는 의혹도 남아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말 구속기간 만기를 앞두고 출소됐다. 구속 연기를 통해서 재판을 받아야 할 김씨가 석방되자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좌파 정권때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아닌 친문무죄, 비문유죄(親文無罪, 非文有罪)’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제는 대장동 사건은 무죄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 대표를 향한 성남FC 사건은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쳐라)격이다. 검찰이 대장동을 집중해서 쳐야하는 데 성남FC 사건을 침으로써 대장동 사건 본류를 흐리려는 묘책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일단은 검찰이 이 사건 관련, 이 대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지켜 보면 성동격서 수사였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건을 통해 이재명 사건을 털고 '면죄부' 면허증을 끊어 줄 지, 아니면 '단죄'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