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시론]이재명 검찰조사에선 '벙어리' 지지자 앞에선 '피해자' 코스프레
[JBC시론]이재명 검찰조사에선 '벙어리' 지지자 앞에선 '피해자' 코스프레
  • JBC까
  • 승인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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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등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성남시장 당시 민간사업자들에게 7886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하는 대신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부정 처리 후 수뢰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검찰의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면 진술서만 제출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14개월 만에 정점으로 지목됐던 이 대표가 소환됐지만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죄가 없다면 검찰에서 당당히 밝히면 된다. 그런데 이 대표는 마치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서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1야당의 현직 당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이쯤 되면 수사 결과를 떠나 최소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게 공당 대표의 자세다.

이 대표는 직접 첨삭한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 현장이라며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가까우면 어떤 죄도 면해주고 권력자에 대항하면 사법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를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며 겨울이 아무리 깊고 길어도 봄 넘겨 아무리 권력 크고 강해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전날 호남을 찾았다. 한 달 전 성남FC 후원금건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도 호남으로 향했던 그다.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다.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걸 쉽게 짐직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광주를 찾았을 때 그는 "함께 싸우자"고 했다. 26일 전북 정읍에선 "잘 지켜주시면 저도 잘 지켜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호남인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자신을 지켜주면 당신들을 지켜주겠다는 대가성 거래를 제안한 건가, 아니면 날 안 지켜주면 당신들도 안 지켜주겠다는 겁박을 한 건가. 아니면 강성 지지층에게 검찰과 정부를 공격하라는 좌표를 찍어준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자 그의 지지층들이 대거 검찰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인사들이 검찰청사에 대거 몰려가 세를 과시한 것은 '이재명 방탄정당'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지지층 뒤에 숨어서 검찰 희생자를 자처하고 있다.

법치 국가에서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고 죄가 없으면 무탈할 일이다. 이게 법치정의를 구현하는 정상적인 국가다. 누구를 지키고 말고 할 게 없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묵비권 뒤에 숨지 말고 검찰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없는 죄를 만들어낸다거나, 정적 제거 마녀사냥이라고 외쳐봐야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기소되면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64%에 육박한다. 민심이 이런데도 지지층에 "지켜달라"는 노골적 요구를 하는 건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구태정치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69명 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이 제안한 기본사회위원회 가입을 독려했다.

이재명 지키기 충성서약을 하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여론의 역풍은 애써 외면한 채 당과 지지층을 방패막이 삼아 그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 지금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게 없다. 이 대표가 자신의 말대로 지은 죄가 없다면 당당히 조사받고 무죄를 주장하면 된다. 정치 탄압이니 야당 말살, 정적제거 등의 감성팔이도 더 이상 호소력이 없다. 그동안 민주당과 호남 뒤에서 그렇게 다부지게 말을 쏟아냈던 이 대표가 정작 검찰조사에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