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시론]윤석열 검사공화국…또 검사 출신 인사 앉히려 '화' 자초
[JBC시론]윤석열 검사공화국…또 검사 출신 인사 앉히려 '화'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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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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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2대 본부장으로 임명해 논란일 일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2대 본부장으로 임명해 논란일 일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가수사본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1월 출범한 조직으로, 본부장이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초대 본부장은 경찰 출신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권한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마저 검찰 출신이 지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 공화국의 한 단면이라 할 만하다. 불행하게도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문제가 불거져서 26일 사퇴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들 문제로 국민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비난을 무릅쓰고 검사 출신 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에 앉히려 한 것만 보아도 검사 선호도를 엿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니, 검사 출신을 선호하려는 지 모르지만 국정 전반에 검사가 포진해 있다.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여럿 등용해 검찰이 통치하는 나라냐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수사권의 한 축인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기구의 수장 자리까지 검사 출신을 앉히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마저 깨뜨린 처사이자,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근본 취지를 몰각한 행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주요 직책에 자신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들을 중용해왔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는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를 각각 임명했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조직·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실세 자리인 데다 조 실장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변호인을 맡은 바 있어 뒷말이 무성했다. 총리비서실장에 2년 전까지 검사였던 인물을 앉혔다. 검찰 출신을 정부부처 장차관급에 6,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에 6명 임명한 데 이어 추가 차관급 인선에서도 검찰 라인발탁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전례 없이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강 교수는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윤 대통령과 카풀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에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막내로 꼽히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50)가 임명됐다.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인사기획관에, 이원모 전 검사가 인사비서관에 임명됐다. 민정수석을 대체한다는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검사가 기용됐다.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발탁됐고, 부속실장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임명됐다.

최측근이라고 할 한동훈 전 검사장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해 현직 검사를 파견한 것까지 합치면 정부 조직 어디에나 검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여당 내의 이른바 '윤핵관' 중에도 검사 출신이 다수이니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 현실화한 셈이다. 집권자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잘 알고 그 아젠다를 실현하는데 내 사람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공약을 하고 당선됐으니 그 공약을 실현시켜줄 적절한 인재를 찾는 조건으로 내 뜻을 잘 아는 사람을 쓰겠다는데, 그 자체를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내 사람이어야만 된다는 아집으로 향할 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구축한 친정체제에 갇혀 바깥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이면 유능하고 자신과 호흡이 잘 맞아서 검사 출신을 선호하는 지 모르겠지만 과거 군 출신인사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정부 곳곳에 육사 출신들을 심어 국정 운영에 폐단을 낳게했다. ‘윤핵관에 이어 윤핵검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