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냈으니 딛고섰노라" 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봉행
"견뎌냈으니 딛고섰노라" 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봉행
  • JBC까
  • 승인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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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총리 대독 추념사 "희생자·유족 명예회복 최선 다할 것“

유족 사연 소개에 곳곳 눈물, 문화공연으로 추모 분위기 더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제주=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제주=연합뉴스

75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이번 추념식은 '제주 4·3, 견뎌냈으니 / 75, 딛고 섰노라'를 주제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유족과 도민, 각계 인사 등이 행사장을 채웠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 소리에 맞춰 4·3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시작으로 개막 영상, 헌화·분향, 국민의례, 인사말,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 공연, 유족 이야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장을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대통령 명의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한창섭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제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4·3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족들은 화해와 상생의 바탕 위에서 서로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며 평화와 인권을 이뤄낼 수 있는 어머니 같은 따뜻한 국가를 꿈꾸고 있다""4·3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이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제주가 앞장서겠다""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평화인권헌장과 트라우마 지표를 완성해 평화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경과보고에서는 4·3을 소재로 한 소설 '순이 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작가가 그동안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했다.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표선고 학생은 미래 세대의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낭독했다.

뮤지컬 배우 카이와 김소현, 이예은 어린이 등은 추모 공연으로 추념식 분위기를 더했다.

가슴 아픈 사연도 소개됐다. 4·3 당시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잃고 '1941년생 이삼문'이 아닌 '1953년생 박삼문'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 이야기가 영상으로 소개된 뒤 큰아들 박상일씨가 뒤틀린 가족관계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현장에서 전했다.

박상일씨는 "2016년 아버지가 66년만에 제주를 찾아 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 갔을 때 할아버지 이배근 위패와 함께 아버지의 위패도 있었다""희생자 취소 신청은 받아들여졌지만, 이배근 희생자 유족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박씨는 "다행히 7월부터 희생자와의 친생자 확인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저는 이배근 할아버지 후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하늘에 있는 가족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사연을 들은 행사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큰 박수를 보냈다.

본 행사 후에는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를 주제로 문화제가 열렸다.

가수 송가인과 이정이 공연한데 이어 도립무용단이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염원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도외 거주 유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도 이어진다.

'레드 콤플렉스'와 연좌제로 아픔을 겪었던 지난날을 임충구(79) 어르신이 직접 전한다.

행사는 도립합창단, 4·3 평화합창단을 필두로 추념식 공연 출연자들이 함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노래하며 마무리된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참배객들은 위령 제단에 헌화·분향하며 4·3 영령을 추모한다.

정부는 43일을 지난 2014년 국가기념일인 '제주4·3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 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