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일사일언]尹·기시다, 야구선수 장훈과 함께 원폭피해자 위령비 참배 바란다
[JBC일사일언]尹·기시다, 야구선수 장훈과 함께 원폭피해자 위령비 참배 바란다
  • JBC까
  • 승인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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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전설 장훈.
일본 프로야구 전설 장훈.

194586, 미군이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히로시마 인구 34만 명 가운데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히로시마 미나미구에서 나고 자란 장훈(일본 이름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이기도 하다. 장훈의 집은 원폭 투하지점에서 2~3정도 떨어져 있었다. 장훈은 어머니 덕분에 원폭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이후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 장훈은 피나는 노력 끝에 왼손 투수, 왼손 타자로 거듭났다. 원폭 피해를 강조하며 평화의 상징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히로시마에는 이렇듯 수많은 재일한국인들의 상흔이 깊게 새겨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기로 했다. 일본 총리가 사전에 한국인 위령비 공식 참배 일정을 예고한 것은 처음이며 한·일 정상 공동 참배 역시 한 번도 없었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에는 장훈 가족을 포함해 수만 명의 조선인이 살고 있었다. 주로 군수공장 등에서 일하던 노무자와 가족들이 집단촌을 형성하며 살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일본이 신원확인도 하지 않은 채 피폭된 시체들을 소각하거나 매장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는 장훈의 누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장훈은 당시 열두 살이던 큰누나를 잃었다. 이번에 두 정상이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러 갈 때, 장훈도 함께했으면 한다.

(히로시마 교도=연합뉴스) 2021년 8월 5일 일본 히로시마시 나카(中)구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에서 히로시마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거행됐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히로시마 교도=연합뉴스) 2021년 8월 5일 일본 히로시마시 나카(中)구에 있는 평화기념공원에서 히로시마 원폭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거행됐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일본에서 출생한 그는 재일한국인의 차별을 극복하고 일본을 주 활동 무대로 하고 있지만 끝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바꾸지 않고 활약한 위대한 한국인이다. 그 덕에 1980년에는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훈했고, 2007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1961년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장훈은 전설적인 안타제조기였다. 데뷔 3년차인 1961년에 타율 336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타격왕을 차지했고, 1967년부터 1970년까지 4연속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총 7회 타격왕에 올랐다. 특히 1970년에는 타율 383, 34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후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1980년에는 롯데 오리온스로 이적했고, 이 해 528일 가와사키 구장에서 벌어진 한큐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 6회말 12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야마구치 다카시로부터 2점 홈런을 뽑아내며 통산 3000안타 고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3시즌 동안 활약하며 통산 타율 319, 504홈런 1676타점 319도루를 기록했으며 그 중에서도 통산 3085안타는 넘어설 수 없는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기사다 총리는 장훈과 교착점이 많다. 윤 대통령의 야구사랑은 남다르다. 야구 명문으로 불리는 충암고를 졸업해 대학 시절 야구부 활동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직접 시구를 선보였고, 지난 미국 방문 때는 국가대표팀 야구점퍼를 입고 산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윤 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하고 최근에 프로야구 개막식에 시구한 것이 화제가 된 것을 고려해 프로야구 선수가 쓰던 배트, 글로브, 공인구 등을 선물로 줬다. 윤 대통령이 야구의 전설 장훈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모를 리 없고, 그래서 장훈과 동행 참배한다면 역사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다.

기시마 총리도 장훈과 인연을 떼래야 뗄 수 없다. 기사다 총리의 지역구가 히로시마다. 기시다 총리도 젊은 시절 장훈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두 정상이 장훈과 동행 참배를 할 경우 더욱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G7 정상회의는 히로시마시 미나미구 에 위치한 그랜드프린스호텔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미나미구(南区)는 장훈의 출생지다.

윤석열 정권 출범이후 문재인 좌파정권의 죽창가에서 벗어나 한일관계가 더욱 발전될 조짐이다. 일본 총리가 원폭으로 희생당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하는 건,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일본 사회가 재일 한국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뜻깊은 성과다.

전설적인 야구선수 장훈을 인터뷰중인 필자.
전설적인 야구선수 장훈을 인터뷰중인 필자.

장훈은 지금도 원폭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 장훈은 일본 본토에 원폭이 떨어진 86일과 9(나가사키)은 가장 가슴이 아픈 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동쪽을 향해 손을 모아 기도한다. 장훈은 일본 방송에 출연, “이제는 (핵무기 개발 등을) 그만 두었으면 한다. (경험자로서)인간의 소행이 아니다. 핵은 모두 없애고 싶다고 주장했다.

원폭의 가장 큰 피해자 장훈은 한일의 상징적 인물이다.  장훈과 함께 두 정상이 참배하는 날, 그 아픔도 치유되고, 한일이 핵문제에 대해선 공동대응하고 함께 인식한다는 묵직함이 전 세계에 전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