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단상]군주의 눈과 귀를 가려서,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죽이고 갈라치기 한 '간신' 알고보니
[JBC단상]군주의 눈과 귀를 가려서,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죽이고 갈라치기 한 '간신' 알고보니
  • JBC까
  • 승인 2023.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신은 간사한 신하, 육사신(六邪臣)이다
영화 '간신' 포스터.
영화 '간신' 포스터.

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연산군은 임숭재를 채홍사로 임명하여 조선 각지의 미녀를 강제로 징집했고, 그들을 운평이라 칭하였다. 최악의 간신 임숭재는 이를 기회로 삼아 천하를 얻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양반집 자제와 부녀자, 천민까지 가릴 것 없이 잡아들이니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왕을 다스릴 힘이 내 손안에 있습니다! 내가 바로 왕 위의 왕이란 말입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간신줄거리다. 간신은 간사한 신하를 이른다. 누구나 혐오하는 존재일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자들은 늘 존재해 왔다.

한나라 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에는 신하들을 점검할 때 필요한 여섯 가지 잣대가 나온다. 육사신(六邪臣)이다. 육사신은. 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이 있다.

첫째, 구신(具臣)은 녹봉이나 타 먹고 주변 눈치만 살피는 자들도 가장 먼저 쳐내야 할 부류라는 것이다. 딱히 큰 위법을 저지르거나 하진 않지만, 무사안일에는 들 수 있는, 무능도 이 범주에 든다. 이는 간신이 진화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둘째, 군주가 어떤 말을 하든 모두 좋다고 하며 억지로 군주 생각에 영합하느라 장차 닥치게 될 위험은 돌아보지 않는 유신(諛臣)이다.

군주가 말하는 것은 다 옳다 하고 군주가 하는 것은 다 좋다 하며 아첨만을 일삼는 신하다. 이들이 군주를 망치는 방법은 그 군주들이 좋아하는 말과 취미, 기호를 살펴서 이를 주면서 군주의 호감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군주를 제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십상시'들. 중국 역대 왕조에서 늘 문제가 되었던 환관들과 악녀로 꼽힌 측천무후, 서태후와 조선의 영화 간신 소재 인물이었던 임사홍과 임숭재 부자가 대표적 인물로 거론된다.

셋째, 간신(姦臣)은 겉으로는 좋은 말만 하면서 속으로는 음흉해 자기가 천거하는 자에 대해서는 장점만 드러내고 쫓아내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점만 드러내 군주로 하여금 상벌을 바꿔서 내리게 한다. 마음이 음흉하여 착한 사람을 시기하고 어진 사람을 미워하여 군주의 정사를 흐리게 하는 신하다.

넷째, 현란한 말솜씨로 남을 혹하게 하면서 안으로는 동료를 이간질하고 밖으로는 난을 빚어내는 참신(讒臣), 즉 중상모략에 능한 신하이다.

간신과 참신은 거의 함께 나타나는 유형이다. 시기심과 권력욕으로 교묘한 혀와 잔머리로 군주의 눈과 귀를 가려서, 이성을 마비시킨 후에 충신(忠臣)과 양신(良臣)들을 참소하여 몰아내거나 갈라치기 하는 신하다. 남다른 권력욕을 가지고 야심많은 이를 움직이고 그를 위해 간사한 꾀를 내어 권력을 잡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그렇게 잡은 권력에 기생하여 권세를 누리는 유형들이다. 계유정난과 함께 세조의 왕위찬탈을 기획하고 주동했던 한명회. 연산군 때 권력욕과 시기질투로 남이(南怡) 장군 등 여러 억울한 이들을 참소로 죽게 만든 유자광(柳子光). 문정왕후의 동생이자 명종의 외숙으로 국권농단의 중심에 있었던 윤원형(尹元衡)이 대표적 인물이다. 고종 때 민비에 빌붙어 진령군이란 작호를 받은 일개 무녀가 민비의 권세를 등에 업고 국정농단을 일삼았던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들이 누군가를 해하고 참소하면서 아첨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사적인 패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지금 시대에 떠오르는 하나의 집단이 있다윤핵관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육사신((六邪臣)’에 비유해서 논란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중에도 박 전 대통령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이 여럿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간신에 의해 국정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여전히 간신과 충신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한탄스러움이 국민입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다섯째, 적신(賊臣)은 대권을 쥐었다고 전횡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사사로이 자기 집만 부유하게 하며 임의로 성지(聖旨-임금의 명)를 위조해 스스로를 높인다.

여섯째, 간사한 말재주로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며 군주의 잘못을 나라 안에 퍼트려 사방 이웃 나라에 소문나게 하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이다.

'간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이 2000년 펴낸 간신은 비를 세워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에는 동서양의 간신 현상을 분석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잖습니까그의 경고성 발언이기도 하다. 전제군주 시대와 자금의 간신은 개념이 다르기는 하지만 나라를 어지럽히는 관리는 언제 어디서나 있다.

시골마을 들목엔 대개 비석이 두엇 서있다. 고을을 다스리던 사람의 선행을 기록해 세워놓은 선정비(善政碑)’. 그 사람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라는 뜻도 있겠지만, 선정비는 뒷사람들이 배워 따라해야 할 마을규범으로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악정비(惡政碑)’를 세운 마을은 없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흉악하기 그지없는 간신은 모름지기 관청 밖에다 비석을 세우고 이름을 새겨 다시는 영구히 복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썼다.

간신 비(奸臣碑)’는 말하자면 악정비. 권력이 한 사람에 집중된 체제는 간신이 출현하는 실질적 토양이 된다. 이제 국민들이 간신비와 충신비를 따로 세워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권력과 금력에 빌붙는 자, 탐욕과 이익에 눈이 먼 자, 음행에 몰두하고 의리를 저버리는 자간신들이 판치는 잘못된 세상을 미리 막고, 또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국민들은 육사신의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Tag
#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