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반갑다" 해운대 멋진친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친구야 반갑다" 해운대 멋진친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JBC까
  • 승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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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바빠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 속에 지난 추억이 스멀스멀 파고든다.

지난 30년은 멋모르고 뛰어왔다면, 지난 30년은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남은 30년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삶에 대해 부러워하면서도 그 삶에 수반되는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의 추억이 묻어있는 해운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바다 뒤를 바라보면 빌딩숲이요, 오륙도가 보이는 바다 앞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연과 문명이 교차하는 곳이 해운대다. 앞은 그대로인데, 그 뒤는 물질문명화가 되었다.

우리는 이곳에 추억을 깊이 심어놓았다. 각자가 저 한켠 추억의 주인공이었다. 바다를 걸으면서 지나가는 곳이 추억의 발자취다. 멀리서 본 불빛은 검은 바탕 위에 쏟아진 보석처럼 반짝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표현은 참 여러 순간에 맞아떨어지는 말 같다. 우리는 힘든 고비를 매순간 고개를 넘듯이 넘고 또 넘어왔다. 인생이란 무거운 봇짐을 매고 우리는 그렇게 버티어왔다.

실로 삶의 기쁨은 멀리 있지 않는 것 같다. 돈 명예 권력 이것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주변에서 우리의 삶을 정겹고 따뜻하게 해주는 그것들이야말로 진한 행복 일게다. 잔잔한 일상의 물결 속에 들어 있는 기쁨은 남은 우리 삶의 밑천이다.

어찌보면,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행복보다는 고통이다. 겉으로 보이는 풍족함보다는 물질적으로 환경적으로 힘들더라도 고통 속에 자신이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람만이 계속 삶을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는 말이다.

참 모순이 가득한 삶이다. 살기 위해 필요한 고통이라니. 인간의 삶은 해운대 불빛처럼 화려하지 않다. 화려한 불빛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보면, 멀리서 본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마주할지 모른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세상의 부조리에 좌절하면서 그래도 털고 일어나서 종종거리며 살아왔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결국 살아남은 자가 승리한다.’ 인생 60까지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인생 2/3 승리자가 우리다. 우리는 만날 수 있었고, 우리의 추억을 소환한 것도 지금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우리는 문학이나 그림, 음악, 영화 같은 예술문화를 통해 미래 삶을 설계하곤 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언젠가는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겠노라고 꿈꿨고, 이소령 영화를 보면서 강한 나를 키웠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산문집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인간은 늘 꿈을 꾸고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어떤 꿈을 품고 우리의 30년을 그리고 살아갈까. 우리는 성인병과 맞딱뜨렸다. 성인병은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삶의 이정표다. 하지만 그 이정표는 지워야 한다. 우리의 30년을 살아가기 건강이 우선이다. 각자가 건강하지 못하면 추억도 추억으로 끝난다. 건강하지 못하면 초라한 노인이 될 것이다. 육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넉넉한 정신건강도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만나서 추억을 안주삼아 노닥거릴 수 있다.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의 금수저 의사 브루스 윌리스는 모든 걸 다 가졌으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은 괴롭다며 영생을 스스로 포기한다. 설사 영생을 얻어서 더 풍족해지고 발달한 미래에서 살 수 있다 해도 과거 추억이 있던 사람들의 고통스러웠던 마지막 작별의 순간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계속 떠오른다면 행복하기가 힘들고, 그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에 사로잡혀 옛날이 좋았다며 편향에 빠져들 수도 있다.

다행은 우리는 이런 편향의 추억소환자가 아니다. 또 눈부신 해운대를 두고 서울로 향한다. 멀리서 찾아온 친구를 반겨준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추억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가 있어서 더욱 추억이 아름다운 것 같다.

섹스폰으로 해운대 추억을 춤추게 해준 친구의 다음 연주가 기대된다. 케니 지 버금가는 연주를 듣고 싶은 것은 또다른 약속이다. 섹스폰 소리처럼 각자의 인생도 다음을 위해 울려퍼지길 기대해본다.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