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을 조선시대 인물이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우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인 단체 ‘문화자유행동’의 최범 공동대표가 지난 12일 창립기념행사 발표문에서 밝힌 생각이다. 경향신문이 13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이용호·김승수·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등 다수의 여권 인사가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김준규 전 총장, 보수 성향 소설가로 2017년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서툴고 때 묻었지만 용감한 시도였다”고 평가한 복거일 작가 등도 참석했다. 문화자유행동은 신생 문화예술단체로 보수 성향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됐다.
문화자유는 창립 취지에 대해 “문화가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특정 집단의 이념과 잣대는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다수의 문화인들이 문화 분야의 자유가치에 기반을 둔 대안을 개발하고 문화예술계의 부조리와 모순 및 퇴행을 바로 세우기 위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한국 좌파의 성격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인데 집단주의를 재생산하는 것은 하나는 종족주의, 또 하나는 맹목적 전통 숭배”라며 “사실상 좌파가 말하는 민족주의는 종족주의”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좌파는 근대를 외세의 침략이라고 본다”며 “화폐나 광화문광장을 조선시대 인물이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우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세종과 이순신을 그냥 위대한 조상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는 근대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자일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문화예술계에서 우파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구체적 전략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우파가 다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 형태에 맞는 사회문화적 내용을 갖춰야 한다”며 “좌파는 반대한민국·반근대화 세력이다. 이에 대해 우파는 대한민국·근대화 세력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발제자들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평가하고 지원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강태원 영화감독은 “영화계가 좌경화된 언론, 법조, 정치권과 연대해 대중문화의 주도권을 장악했다”며 “문화계 이권 카르텔의 등장”이라고 주장했다. 정광렬 문화가치연구소 대표는 “시대의 변화와 수요에 따라 정부의 역할과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며 “좌파의 이슈 선점과 담론 형성에 대한 대응 미흡 등 산적한 문화정책 현안이 많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자유행동은 창립선언문에서 “한국 문화 제도의 부조리와 모순 및 퇴행을 바로잡기 위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세종이랑 이순신은 조선시대 사람이고 대한민국 사람은 아니지 않나”라며 “민족의 영웅하고 상관없고, 소위 국가 정체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역사적인 인물은 역사적인 장소에 그분들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이 박물관이나 무슨 이순신 기념관이나 세종대왕 기념관에 있는 것은 괜찮다”며 “광화문은 어쨌든 간에 대한민국의 중심 가로이라 전부 다 조선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공화국의 정체성을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착종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문화자유는 이용남 영화감독, 이재경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최범 문화평론가가 공동 대표를, 사무총장은 우상일 전 문화관광체육부 예술국장이 맡았다. 이들은 1월부터 창립취지와 활동방향 등에 대해 매주 토론을 해왔으며, 8월 24일 발기인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