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경심 씨가 추석 연휴 직전인 27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정 씨의 가석방 뉴스를 접하자마자 최서원 씨가 떠올려졌다. 정 씨의 가석방은 되고 줄기차게 가석방을 요구해 온 최 씨는 안된단 말인가. 정 씨와 최 씨 죄를 비교하면 정 씨는 범죄혐의를 저질렀고, 최 씨는 선동에 의한 마녀사냥 당했다.
정 씨는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는 등 조 씨의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올 2월엔 아들 조원 씨와 관련한 입시 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으나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 법무부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정 씨에 대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는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11월 구속된 최씨는 7년 옥살이 중이다. 가석방없이 만기 출소할 경우 최 씨는 85세에 출소한다.
필자는 최 씨의 수사기록과 판결문 등을 읽어보았는데 도무지 그가 왜 국정농단의 주범인 지 정확히 모르겠다. 국정농단 주장은 언론이, 국정농단 수사는 검찰이, 판결은 법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촛불선동세력들의 선동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최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못지않게 선동에 의한 마녀사냥을 당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 인사 내용 등을 사전에 받아보았다’, ‘최 씨가 쓰던 태블릿PC를 JTBC가 확보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 200여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조언을 듣고 대국민 사과했다’ 등 언론은 이와 유사한 선동 보도를 쏟아냈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사실상 가짜뉴스에 가깝다. 사법부와 정치권은 이를 두고 ‘최씨의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까지 최 씨가 국정농단에 가담한 것으로 오인케 하는 언급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좀 더 꼼꼼하게 일을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최 씨에게 조언을 구했다”해명했다. 이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공사 구분을 못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로 인해 최 씨는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더욱 부각되었다.
죄가 없으면 풀어주는 게 법치다. 올 초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복된 수술로 무통(주사)을 달고도 너무 아프다 아프다 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그저 너무 속상하고 죄송스럽다”며 “저희 어머니는 그저 손주와 딸을 그리워하는 60대 후반 할머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갖은 고생 다 하고도 딸 밉다, 누구 하나 원망하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그저 박 전 대통령 걱정, 손자 걱정, 제 걱정뿐인 어머니”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잘못이 있다면 말을 탄, 학교에 안 간 저의 죄”라면서 “제 학위 복원이나 그 무엇 하나 바라는 것이 없다. 학위도 재산도 남편도 친지도 제게 남은 것 하나 없지만 돌려받고 싶은 것은 어머니 한 분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 만큼 비운의 여성이 있었을까. 박 전 대통령과 한 때 영광을 누렸던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딸은 중졸이 되었고, 남편과도 이혼했다. 검찰은 그의 남은 재산 모두를 탈탈 털었다.
정 씨의 가석방 뉴스를 접한 후 지난 2020년 6월 최 씨가 쓴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읽어보았다. 최 씨는 “나는 함께 지내는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최 씨는 남편 정윤회 씨와 관련해 “사실 내가 아버지(최태민 목사) 딸만 아니면 우리 부부 사이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정씨)는 아버지와 박 대통령에 엮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 나에게 제발 박 대통령 곁을 떠나라며 수차례 권유했다”며 “박 대통령을 떠나자니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세상이 그냥 놔두질 않을 것 같았다”고 썼다. 또 “그래서 나는 결국 그를 최태민의 사위에서 놓아주기로 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는 취지다.
그는 “나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 투명인간이 돼야 했고, 비서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다”며 “그분(박 전 대통령)이 그걸 싫어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나의 개인사에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을 했는지, 마음은 어떤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최씨는 “첫 여성 대통령이기에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시길 누구보다 바랐는데, 반대파의 공격으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내가 그분 곁을 떠났다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진작 떠나지 못한 나 자신이 후회되고 한스럽다”라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말 특사로 풀려났다. 1737일 간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구속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최 씨는 교도소에서 병마와 싸우며 하루 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최 씨는 한 때 자살도 생각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처지를 한번 쯤 관심 있게 챙겨 봐주었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국정농단 주범으로 묶여 있다. 최 씨가 석방되어야만 박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특사로 풀려났지만 최 씨가 석방되지 않는 이상 박 전 대통령의 특사는 '반쪽특사'에 불과하다.
최 씨의 죄는 박 전 대통령과 한 묶음이다. 최 씨를 여전히 가두고 있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을 가두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최 씨의 석방은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 첫걸음이다. 박 전 대통령 입에서 최 씨 석방 이야기가 흘러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