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 시선]반역의 종결자 박근혜
[JBC 시선]반역의 종결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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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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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을 향해 내 사진 내리고" 내 이름 사용하지 말고조원진 대표를 겨냥 자기 정치운운한 것에 대한 그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7일 대구 달성 사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극진히 맞아주었다. 지난 7년간 자신을 지지해준 우리공화당과 국민을 시킨 이유가 여기에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이날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몇 가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집 현관 계단 앞에서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번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라고 인사하자 박 전 대통령은 오신다고 해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집 현관 진열대에는 지난달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후 두 사람이 현충원 오솔길을 함께 걸어내려 오는 사진도 진열돼 있었다. 윤 대통령이 사진을 언급하면서 누가 (우리 두 사람이) 누나와 남동생 같더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해 박 전 대통령이 웃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고, 홍차의 농도도 윤 대통령의 선호를 미리 파악해 맞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일 또한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를 정성스레 준비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두 사람은 환담을 마친 후 잠시 정원도 산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사저를 나설 때 박 전 대통령이 차를 타는 곳까지 배웅하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이 간곡히 사양하며 대문 계단에서 들어가시라고 해 박 전 대통령 대신 유영하 변호사가 차까지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당선자의 신분으로 달성 사저를 찾았고, 이번에는 대통령 신분으로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두 차례 전직 대통령 사저를 직접 방문 것은 전례가 없었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마치자마자 박정희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고마움을 극진으로 모신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웬지 이러한 장면을 바라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가 않다. 자신을 지지해 준 자유우파 국민들에게 진정한 감사의 인사말 조차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극진히 모시는 모습 속에 서 묻어난 비열함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이 반역의 역사에 줄을 섰다는 강한 뒤틀림 때문이다. 반역의 역사는 탄핵구속의 강을 건넜고, 불의와 거짓 사기의 세력 편에 섰다는 것임을 의미한다.

누가 뭐래도 탄핵은 권력찬탈이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시킨 행위다. 박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 이전에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과 체제에 대한 탄핵이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법치파괴적 행위다. 박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1737일 간 옥살이를 했었다.

사실 이 정점에 서 있었던 인물이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특검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앞장섰고, 문재인 정권 서울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보수우파 인사들을 탄압하고 구속시켰던 주구노릇을 한 핵심이었다. 특검 수사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것은 웬만한 국민이면 다 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의 두 차례 사저방문과 박 전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는 두 사람이 반역의 강을 함께 건넜음을 대외적으로 괴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반역의 묵시적 카르텔을 형성시킨 것으로도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묘소를 참배해 헌화·분향한 뒤 오솔길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묘소를 참배해 헌화·분향한 뒤 오솔길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에 대한 상징적 장면이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 묘역 옆 오솔길을 걸었던 사진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현관 입구에 진열했다.

이를 두고 적지 않는 국민들이 어찌 자신을 구속시키고 탄핵을 유발시킨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진열해 놓을 수 있는가 분노를 나타내지만 이것은 탄핵과 구속의 강을 건넜다는 일종의 이정표로 봐야 한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신권력과 밀착해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다지기 위한 것으로도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친박은 없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유영하 변호사만큼은 자신을 끝까지 지킨 유일한 측근이라며 극진히 챙겨왔다. 이것은 반대로 내가 탄핵과 구속의 강을 건넜으니 유 변호사 공천을 챙겨줘라는 시그널로 읽힌다. 또 내가 탄핵과 구속의 강을 건넜으니 나를 지지해 준 국민들도 함께 건너오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그렇지 않고선 박 전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을 향해 자신의 사진을 내리고 이름을 사용말고, 조원진 대표를 향해선 자기정치 마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다.

조 대표 말대로 탄핵의 강은 이렇게 건너는 것이 아니다. 58세에 유명을 달리한 정조희 목사는 탄핵의 강을 건너는 대신 죽음을 선택했다. 2017310일 죽은 5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반역의 역사가 아닌 정의의 역사 편에 섰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의 이름은 지울 수 없고, 이들의 사진만은 내릴 수 없는 이유와 까닭이다. 

암 투병중인 정조희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암 투병중인 정조희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안국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무효를 외치다가 유명을 다달한 한 분의 처참한 모습.
지난 2017년 3월 10일 안국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무효를 외치다가 유명을 달리 한 한 분의 처참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