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 단상]자신을 죽인 자와 '손잡은' 박근혜와 주군 죽인 자를 복수 한 '주신구라' 이야기
[JBC 단상]자신을 죽인 자와 '손잡은' 박근혜와 주군 죽인 자를 복수 한 '주신구라' 이야기
  • JBC까
  • 승인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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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쿠라 영화의 한 장면.
추신쿠라 영화의 한 장면.

2년 전 나라봉김수복 단장(74)으로부터 비디오 테이프를 건네받았다. ‘주신구라(忠臣臧)’의리인정(義理人情)’이라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낸 1702년의 역사적 사건, ‘아코 낭인 47사 습격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에도막부시대 쇼군에 의해 할복을 당한 영주의 가신 47명이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복수극을 완성한다는 주신구라에 관한 이야기다. 근세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 역사적 사건을 아코의 낭인들이 일으켰다고 해서 아코 사건이라고도 하며, 그 외에 겐로쿠 시대에 일어났다고 해서 겐토쿠 사건혹은 주신구라 사건이라고도 부른다.

이 스토리는 1701년 천황의 사절로 에도에 온 아코번 영주 아사노 나가노리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치욕을 당했다는 이유로 쇼군 앞에서 칼을 꺼내 기라 요시나카 얼굴에 상처를 입히자 쇼군은 불경죄를 물어 할복을 명한다.

당시는 에도 막부의 5대 쇼군인 쓰나요시(德川綱吉)의 시대였다. 쓰나요시는 성군이 되고 싶은 욕심에 정치적 무리수를 많이 둔 쇼군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개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개를 포함한 동물을 죽이지도 먹지도 못하게 하는 악법을 선포해 별명이 개쇼군으로 불린다.

주군 아사노가 할복하자 가신들은 낭인(로닌)으로 전락했다. 이들은 주군을 죽게 만든 기라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2년의 준비를 거쳤다. 아코 번의 가로(家老) 오이시 구라노스케(大石內藏助)는 아코 번의 사무라이들을 결집한다.

그들은 주군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참아낸다. 간페이는 아내 오카루를 유곽에 팔아넘기는 일까지 감내하고, 고나미는 복수를 위해 떠나는 리키야와 하룻밤뿐인 부부의 연을 맺는다. 기헤이는 아내와 이혼하고 어린 자식의 목숨도 내놓는다. 120여 명의 동지 중에서 최후까지 남은 이는 47명뿐이었다.

1702130일 큰 눈이 에도성을 뒤덮던 날, ‘어떤 산도 군주의 은혜보다 가볍고, 한 가닥 머리카락도 신하의 목숨보다 무겁다(萬山不重君恩重, 一髮不輕我命輕)’는 한문이 새겨진 일본도를 찬 오이시 구라노스케 이하 47명의 아코 사무라이들은 기라의 저택으로 잠입, 원수의 목을 치는 데 성공한다.

오이시는 막부 감찰관의 저택으로 사람을 보내 자수의 뜻을 밝히고 센카쿠지(泉岳寺)의 주군 무덤에 기라의 머리를 바친 뒤 막부의 처분을 기다린다. 이들은 나중에 막부의 명에 따라 전원 할복한다.

그렇게 47명의 자객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며 일본 전역의 사무라이 전설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주신구라 스토리다.

주신구라는 이후 일본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각종 민속극과 가부키의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일본 오사카 인근에는 충신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효고 현 아코(赤穗)시가 있다. 이곳에는 ‘47인의 사무라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주군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쳐 원수를 갚고 주군의 숭고한 뜻이 깃들어 있다. 47인은 지금도 목숨을 걸고 지켜낸 진정한 의리의 표상으로 널리 회자 되고 있다.

명예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에 연연하지 않으며 충성을 종교처럼 신앙하는 무사들, 뇌물과 여색을 밝히는 비열한 관료, 사랑하는 남편의 할복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던 여인, 혹은 남편의 대의를 위해 기꺼이 유녀로 전락하는 여인이 등장한다.

한국에는 일본판 주신구라 정신을 실현한 사람들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과 구속시켰던 자들의 복수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7년 째 태극기를 들고 저항해왔던 자유우파 국민들이다.

여기에 앞장선 정치인이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다. 그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오직 진실과 정의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새누리당을 탈당 한 후 그는 지난 20171010-23(14)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단식을 했다.

조원진은 역대 가장 청렴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정권찬탈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인권유린과 인권말살을 넘어 정치적 인신감금이라는 잔인한 정치보복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좌파 독재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려 죄 없는 박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식투쟁은 본인의 의지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정치투쟁 중 수위가 높은 것이다. 주로 야당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죽음을 무릎 쓴 단식 투쟁은 여론을 환기시켜 여권의 양보를 일정부분 받아내곤 했다. 문제는 목숨을 건 조원진의 단식 투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풀어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목숨 건 단식투쟁을 통해 조 대표는 한국판 주신구라정신을 이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017310일 대통령 탄핵에 분개한 5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과 58세 나이로 하느님 앞으로 간 정조희 목사야말로 한국의 주신구라(忠臣藏)가 아닌가. 이들은 불의와 거짓이 아닌 진실과 정의 앞에 섰고 자신들의 목숨을 버렸다. 7년 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태극기 우파 국민도 틀림없는 주신구라였다.

태종 이방원이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고 꼬드기기 위해 부른 시조로 배신과 변심을 부추기는 하여가.

정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방원의 하여가에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지킨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단심가’. 죽음으로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아니하고 끝까지 꿋꿋한 의지와 기개 인간의 미덕인 지조와 절개를 잘 나타내준다.

그러나 주군이 먼저 배신해버렸다. 자신을 탄핵시켰고 죽였던 자들과 손을 잡고 희희낙락했다. 배신 행위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추악한 짓 중 하나다. 배신은 인간의 악행중 최고의 악행이다. 배신은 이유를 막론하고 그 이유와 명분을 합리화 내지 정당화 하기 힘들다.

한국인의 피에는 유독 배신의 DNA가 깊숙이 박혀 있는 듯 하다. 배신은 권력이 눈앞에 아련거릴 때 튀어 나온다.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조선의 역사는 배신과 배반, 야비함이 승리한 역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종이라는 어린 왕에게 저지른 수양의 만행은 실로 배신과 배반, 그리고 야비함의 결정판이었다.

권력의 속성에 따른 배반은 일상의 배반과 다르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서도 비켜있다. ‘신뢰의 속도(The Speed of Trust)’에서 스티븐 M. 코비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하나는 인격에 대한 믿음이고, 하나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이 구분이 유용한 이유는 모든 배신이 도덕 문제나 인격 문제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는 역설 때문이다. 이 말은, 배반은 인격도 능력도 아닌, 오직 자신의 권력 문제와 복합적으로 야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굳이 해석하자면, 자기의 권력 이해타산에 기반한 얄팍한 짓거리다. 한국의 주신구라가 나올 수 없고 오직 간신 뿐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