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 그 불편한 호칭
'박근혜씨' 그 불편한 호칭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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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호칭 살펴보니, 국민 '입'에서 나와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

당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전두환 전 대통령 호칭이 있다.

‘전통’이다. 전두환 대통령 줄임말이다.

그러나 각종 집회에서 등장한 전 전 대통령 호칭은 ‘살인마 전두환’ ‘찢어죽일 전두환’이었다.

80년 광주사태를 피로 물들인 것을 빗대어 부른 국민적 분노 호칭이었다.

재야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 호칭을 쓴 경우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횟수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집회현장에서 전 전 대통령 처럼 ‘화형식’이 많이 거행된 역대 대통령은 없었을거다.

학생운동권과 재야의 타깃이 된 전 전 대통령은 툭하면 집회현장에서 화형식에 처해지곤 했었다.

 

격려사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최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이하부터 이정희)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불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역대 대통령 호칭과 별칭에 비교해볼 때, 따지고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은 물론 일반인까지 가세해서 이정희를 질타하고 있다.

문제는 이정희가 호칭한 '박근혜 씨' 때문이다.

사실 ‘씨’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위가 높거나 윗사람에게 사용하면 실례다.

‘박근혜 씨’ 그건 대통령을 비꼰 호칭이고, 소위 비하 내지 깐죽거린 호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신의 호칭에 대해 언급한 적 있었다.

박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 대한 애칭을 PP(President Park)나 GH 같은 영어이니셜 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불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약칭인 GH는 근혜라는 이름의 이니셜이기도 하면서 그레이트 하모니(Great Harmony, 대화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카카오톡 본사를 찾아 “어떤 사람이 GH, 그레이트 하모니로 (별명을) 붙여줬다. 하모니로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 불러달라고 해서 불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별칭과 애칭은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이미지에 어울릴만한 것이 붙여져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된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대통령이 좋은 의미의 애칭으로 불리고, 또 좋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으시다면,

 전적으로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괜찮은 별칭이 붙는다.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청와대 등 권력내부에서 사용한 호칭이 있다.

또 국민들이 사용한 호칭과 애칭이 있다.

청와대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대통령 각하’ 또는 ‘각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각하(閣下)는 전각 아래에서 뵙는다`는 뜻으로 귀족이나 고위 관리, 고위 장성 등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2인칭 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그러나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을 표방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공식 석상에서 ‘각하’라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붙여준 애칭은 '물태우’였다.

뜨근 미지근한 정책을 지향했기에 부쳐진 호칭이다.

'각하' 호칭이 사라진 것은 1998년 출범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님’이란 호칭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까지 사용됐다.

 

   바보 노무현 이미지    출처=구글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호도 없었고 영문 이니셜도 없었다.

친노세력은 ‘바보 노무현’, ‘노짱’이라 호칭했고, 청와대에선 ‘VIP’, 국민들은 ‘노통’이라고 불렀다.

이명박 전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님’과 ‘각하’라는 호칭이 병행해 사용됐다.

또 일반인들 사이에선 영어 이니셜인 ‘MB’가 호칭으로 사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별칭 이미지   출처=구글

그런데 정권 초 발생했던 촛불 시위 이후 그의 이미지를 비꼬아 ‘쥐명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이정희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불렀다.

과연, 그 호칭이 국민속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굳어질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