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직격탄, 해운대 마린시티 그 후
태풍 '차바' 직격탄, 해운대 마린시티 그 후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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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부촌 해운대 '마린시티'는 원래 바다였다. 수영만을 매립해서 초고층 최고급 아파트를 지었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매립지여서 지각변동에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없지만 이번 태풍과 또 앞서 지진이 왔을 때 분명 마린시티가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것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린시티는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 백대가 침수됐다. 2010년 뎬무, 2012년 볼라벤과, 산바 때도 1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해운대구는 태풍에 피해를 줄이려 2010년, 방수벽 높이를 3.4미터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방수벽보다 더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과 근처 상인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결국 방수벽은 기존 계획에 못 미치는 1.2미터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이번 태풍 한방에 마린시티가 또 '물의 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수역을 높이 쌓으면 물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까. 해운대구 애초 계획대로 방수벽을 3.4미터, 아니 5미터, 그래 10미터까지 높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태풍 차마보다 더한 태풍이 해일이 들이닥치더라도 마린시티가 끄떡없을까. 

어느 정도 피해는 방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 재해 예방은 '논리'로, '학술'로도 설명할 수 없다. 방수벽 운운은 미봉책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 

나는 7일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이 1962년부터 2014년까지 53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큰 해일 피해를 당한 부산이 지난 50여 동안 평균 해수면이 매년 2.5mm 높아져 13.25cm나 상승했다. 

해일은 높아진 바닷물과 태풍이 만나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은 태풍이 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는 해일의 최고 높이를 의미하는 해일 극값도 연평균 3.5㎜가 상승했다는 이론이다. 특히 마린시티 부지는 애초 바다였기에 이곳은 물이 갇혀 있는 구조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숨통'이 있다. 학술이 곁들인 견해는 아니지만 거기서 나고 자랐던 경험에 비추어 볼때 해운대 바다의 숨통은 마린시티 쪽이었다. 80년대 마린시티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해일을 동반한 강력한 파도가 치면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을 넘지 못했다.

일종의 파도 분산 때문이다. 그 분산은 마린시티 바다까지 동시에 휘몰라치면서 퍼져 나갔다. 그런데 그 파도 분산 역할을 했었던 바다가 마린시티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파도가 칠만큼 친 후 쭉 뻗어오지 못하고 이제까진 마린시티 방수벽에 앞에서 운좋게 멈추었다. 또 그럴까?

문제는 이번 차마 해일처럼 파도가 갇히는 형국이 되면서 순식간에 '다이너마이트 파도'로 돌변할 경우다. 이는 막혀 있던 바다의 '숨통'이 갑자기 터졌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알지만 애써 무시한다. 마린시티 초고층 빌딩은 해운대에선 먼바다 였다. 태풍에도 눈이 있듯, 그 먼바다는 '바다의 눈'이었다. 

때문에 방수벽 운운은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강력한 해일에는 무용지물 일테다. 그렇다면 어떤 게 답일까. 방호벽은 더 높게 그 어떤 해일도 넘보지 못할 구조여야 한다. 최소 30미터 방호벽을 쌓아야 한다. 그 강력한 방호벽만이 마린시티를 물의 도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예산과 주민 반대 일테다. 그 예산은 시민들 혈세로 충당 될 가능성이 높다. 또 3.4미터 방호벽도 반대하는 마린시티 주민들과 상인들이다.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가지 예측 가능한 게 있다. 해운대해수욕 유료화 방안 일게다. 혈세로 방어벽을 설치한다면 분명 반대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꺼낼 카드가 틀림없이 해운대 해수욕장 유료화 정책일 것으로 추정된다. 

바벨탑은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지나친 욕망은 신의 노여움을 샀다. 지금도 해운대 일대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있다. 

해운대 초고층 빌딩은 아무나, 아무 때나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해운대를 너무 모른다. 해운대 바다를 너무 모른다. 해운대 파도를 너무 모른다. 그리고 해운대 미래를 너무 모른다.

하나 더,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이 동반한 해일이 덮친다면 해운대는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 던진 바벨탑 교훈은 뭘까?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