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 이치무라 고미치로 민주당 의원 낙선 너무 아쉽다
한국통 이치무라 고미치로 민주당 의원 낙선 너무 아쉽다
  • JBC까
  • 승인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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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무라 고이치로 민주당 의원

지난 16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그가 당선됐을까 궁금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마츠시다 고노스케 회장이 설립한 ‘마쓰시다정경숙’(松下政經塾) 9기생인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한국과 일본간 현안들이 생기면 만사 제쳐 두고 한국으로 달려오곤 했다. 그는 한국의 정계,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는 지인들과 만나 현안을 풀고자 했다.

그가 일본 민주당 이치무라 고이치로(市村浩一郞) 중의원이다. 아쉽게도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다. 일본 역대 의원중 그처럼 한국을 좋아했고,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 해주는 정치지도자가 드물었다.

 

일본 정치권 전략적 한일관계 사무총장이기도 한 그는 미래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한일 관계 구축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는 한국을 먼저 알고 이해해야만 한국인의 정서에 접근할 수 있다며 수없이 한국을 방문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일본의 역사문제와 독도 문제 등 한일 관계 갈등의 골이 깊고,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처럼 곪아만 갔을때도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08년 한국의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본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던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 출생지가 일본 오사카 히라노구 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한일 관계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고 그의 당선을 바랐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 이 대통령을 예방,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일본 정치권 전도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겸손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그는 드러나지 않는 외교를 한다. 그가 추진해온 한일외교의 바탕은 '체온외교’ 였다. 그에게 "외교란 무엇인가" 물었다. 그는 "서로가 진정으로 서로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외교"라 했다. 손과 손을 맞잡으면 따뜻한 체온이 통한다. 그 체온은 우정으로 발전되고, 그 우정은 한국과 일본간의 우애와 협력 증진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 것이 그였다.

 

그리고 그는 공식적인 외교에서 풀리지 않을때 '막후외교'를 펼쳐왔다. 흔히 일본은 ‘막후정치’(네마와시)의 나라라고 한다. 막후에서 다 합의가 되면 당사자들은 만나서 박수 치고 헤어진다. 이제까지 관계와 전례를 볼때 한국과 일본간 정치협상은 막후협상에서 더 빛을 발했다.

 

일본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한국의 19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자 마자 특사 파견을 추진했으나 한국과의 이견 차이로 무산됐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최근 한국과 일본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 일본의 우경화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국간의 불신이 깊어졌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간 정상적인 대화 채널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비공식 외교 루터마저 거의 끊긴 상태다. 일본이 특사 파견을 놓고 막후 협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 16일 치러진 선거에서 ‘강한 일본’을 외쳤던 자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한국통 정치인 이치무라 고이치로 의원을 잃었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볼때 그의 체온외교와 막후외교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한국인을 향해 한국말로 ‘위하여’ 건배를 외쳤던 이치무라 고이치로 의원의 낙선이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