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마지막 명령이다’…황교안 사퇴 후, “김진태 지지하라”
우파의 ‘마지막 명령이다’…황교안 사퇴 후, “김진태 지지하라”
  • JBC까
  • 승인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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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19일 “탄핵 부정”, 20일 “오해다”

박근혜 사면, “국민 의견” 중요 즉답 피해

 

태극기 우파들은 황교안 전 총리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려야 할 거 같다. 지난달 15일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우파 일각에선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는 우파 일각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보수 우파 차기 대통령 후보 선두를 달린 그가 한국당에 입당함으로써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기대감이었다. 그가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후 뱉었던 일련의 어정쩡한 발언들도 “그의 본심이 아닐 것이다”면서 애써 감싸 주었다.

그러나 황 후보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였던 TV토론 등에서 내뱉었던 발언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그를 지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파가 황 후보에게 바란 것은 그가 당 대표가 되어 나라를 반듯하게 잘 이끌어 달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 ‘석방과 사면론’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알고 싶었다.

그동안 황 후보는 ‘어정쩡한 발언’, ‘미꾸라지식 빠져나가기 발언’, ‘구렁이 담 넘어 가는 듯 한 발언’. ‘오락가락 발언’, ‘자기 모순적 발언’을 했을지언정,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O-X 답변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딱 걸렸다. 지난 19일 황 후보가 든 'X' 팻말은 그의 지지자들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지난 19일 TV조선에서 진행한 한국당 당 대표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OX 문답에서 X를 선택한 황 전 총리의 대답은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이 안 됐다, 그런 상황에서 탄핵이 타당한 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였다.

그동안 탄핵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황 후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이어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객관적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묻고 탄핵을 결정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상 탄핵 부정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의 탄핵 부정 입장에 크게 고무되었다.

황 후보는 그 동안 탄핵에 대해 질문을 하면 “자유우파에 주력하고 힘쓰는 한국당에 꼭 필요한건 국민 통합이다”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그런 황 후보의 이날 발언은 그가 탄핵에 대해 분명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하루가 지난 후 바뀌었다. 범여권 촛불세력이 그의 탄핵 부정에 대해 성토하면서다.

촛불 세력들은 “배박(박근혜 배신)논란으로 일부 극우 세력과 강성 친박(친박근혜) 진영으로부터 지탄받은 바 있는 황 후보가 탄핵을 부정하면서까지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탄핵 당시) 황 전 총리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당은 존립할 가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광온 의원은 “이른 바 친박 표도 구해야할 것 같고, 탄핵 자체를 부정하겠다고는 말을 못해 (변명으로) 자락을 까는 당당하지 못한 자세다”라고 질타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탄핵에 동참했고, 그 안에 한국당 의원도 많은 수가 동참했다”며 “이는 공당 대표의 자질이 의심되는데, 또 다시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정호진 당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정농단 박근혜 정부의 부역자로서 딱 맞는 정체와 본색을 드러냈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지난 정권의 헌법 파괴 행위를 반복할 모습이 쉽게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황 전 총리의 발언에 쓴 소리를 보탰다. 김정현 대변인은 "황 전 총리의 발언은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지지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서 "역사 인식 수준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황 후보의 탄핵 부정 발언은 곧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황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라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승복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는 수용하고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 할 때”라며 탄핵 결정에 분노한 우파 진영을 설득한 바 있다.

 

 

이같은 비난과 논란이 일자 황 후보는 지난 20일 채널A가 중계한 당대표 후보 3차 TV토론회에서 모두 발언부터 “오해를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황 후보는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존중하되, 탄핵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음을 분명히 한다”고 수습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진태 후보가 집요하게 황 후보를 몰아세웠다.

김 후보는 황 후보를 겨냥해 “탄핵이 부당했느냐”고 재차 묻고 “절차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이미 말했다”는 답을 듣자마자 “헌재 결정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결론은?”이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전날 토론에선 부당하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이제는 ‘탄핵 정당성에 대해 말한 건 아니다’고 말을 고친 것이냐”며 “분명하게 O, X로 말해달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황 후보는 “탄핵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사재판 결론이 나기 전에 헌재 결정이 내려진 것은 하자가 있다는 것이 황 후보 입장이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당시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그동안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협공에 나섰다.

황 후보는 이에 “전날 토론회에서 O, X로 물었는데 원래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며 “선택지가 없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으로 제 말씀을 왜곡하는 점에 유감”이라며 불쾌감도 숨기지 않았다.

황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692일째) 구금돼 참 안타깝다”면서 “사면에는 법률적 절차가 필요하지만 국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사면 결정이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 입당할 때는 “사면은 형사법적 절차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통합하고 화합하고 하나 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면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반면, 김진태 후보는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사면보다 무죄 석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우파들은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오락가락 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황 후보의 탄핵 부정 발언은 결국 한국당 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태극기 우파'를 끌어모으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다.

황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우파들이 실망 후 김진태 후보쪽으로 쏠리자 그가 탄핵부정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탄핵 찬성 세력인 김무성, 유승민 등을 끌어안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의 탄핵 부정은 결국 이들과 결별을 의미한다. 그가 탄핵 부정에 대해 한 발 뺀 것도 이들을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황 후보가 차기 당 대표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준표를 돕던 현역 의원들이 전부 보따리 싸서 황교안한테 가 버렸다”고 말했다. 황 후보를 향한 줄서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황교안 대표론'의 실체를 가늠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는 김진태 후보 대세론이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당 등에 따르면, 태극기 우파는 8000여 명이다. 이들은 전체 선거인단(37만8000여명)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황 전 후보가 대표로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당장 걱정은 황 후보가 당선되고 난후부터라는 시각이다.

그의 우유부단함에서 드러났듯, 황 전 총리가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과 맞설 수 있냐는 것이다. 탄핵 부정 발언을 했다가 촛불세력들이 비난을 하자 바로 “오해”라고 수습하는 그에게서 이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 발을 녹이려고 발등에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향후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과 한패거리가 되어 대한민국을 더욱 좌경화로 몰아 부칠 것이다. 그가 문재인과 맞짱 뜰 수 있을까.

 

 

당내에서는 김무성-김성태-권성동 등 탄핵 세력들이 그를 들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기반이 없고, 강한 투쟁력도 없고, 이리 저리 끌려다닐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이는 그가 이번 당 대표 출마 사퇴 후 김진태 후보를 지지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현재로선 물 건너 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대한민국을 살릴 한국당 차기 대표는 김진태 뿐이다.

이것이 준엄한 역사의 명령이자 자유대한민국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