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C의 재팬터치⑧]일본인, 신으로 받드는 천황, 한국인 뿌리
[JBC의 재팬터치⑧]일본인, 신으로 받드는 천황, 한국인 뿌리
  • JBC까
  • 승인 2019.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인 강자에게는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엄청 강하다
일본인 그들이 말하는 조센진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
일본 천황 가족들.
일본 천황 가족들.

일본인은 강자에게는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엄청 강하다. 인종차별적 증오발언(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을 하는 자와 맞부딪쳤을 때 주눅이 들었다면 나는 그들에게 끌려가서 집단 폭행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그들을 바퀴벌레 대하 듯 쳐다보았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힘없는 약자가 그렇게 했다가는 사달이 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 재특회 시위는 일상이 됐다. 지금은 일부 지역에선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시위는 끊이질 않는다.

재특회는 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줄임말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시민단체다. 한국인을 간사하고 독한 흙먼지’ ‘바퀴벌레라 칭하고 일본의 한국인 학교에 쳐들어가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하는 등의 혐한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주변과 신오쿠보 한인 거리, 오사카 한국영사관 등에서 혐한·반한 시위가 일어났다. 주로 우익단체 등이 연 시위에서는 재일 바퀴벌레 조선인을 내쫓아라”,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해도 된다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몰아내자”, “조선인은 스파이의 자식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자신들의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일본은 1995년 유엔 인종차별 철폐 조약에 가입했다. 도쿄도도 외국인이나 성적소수자(LGBT)에 대한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혐오발언 등을 규제한다.

하지만 아직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는 없는 것이 현재 일본 사회의 실정이다.

나는 이들의 시위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놈들이 시위를 벌일 곳은 한인 밀집 지역인 신오쿠부역 부근이 아니다. 천황이 사는 천황궁 앞이다.

일본인이 들으면 기절초풍 할 말이 있다. 일본인 그들이 말하는 조센진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아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는 바로 천황이다. 이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말이다. 그럼 그들이 말하는 "조센진 죽이자" "몰아내자"는 도리어 천황을 죽이자는 같은 논리다. 

일본인이 신처럼 받들어 모시는 천황이 한국인 뿌리라는 것은 그들에게 여간 충격적이고 자존심 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천황을 일본 고유 민족 신앙인 신토(神道)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인은 천황이 신성하다는 근거를 무너뜨리고 그에 도전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일본은 천황의 뜻을 실천하고, 그 심기를 편안케 해드리며, 천황을 위해선 몸과 생명을 바치고 있다.

그들에게 천황은 모든 이로부터 모든 것의 우위다. 천황은 일본과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천황이 없는 일본은 상상할 수 없다. 천황은 국민의 상징이며 종교 생활의 중심이다. 천황은 신을 초월한 신 자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회의적인 태도와 부정적 시각으로 상대를 대하기도 하는 데 일본인 중 천황에 대해 그렇게 보거나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일본인이 천황을 비난하는 것은 바로 일본 존재를 부정하는 그런 인간쯤으로 치부 받는다.

일본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천황은 신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알지만 일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는 적진을 공격할 때 동쪽을 향해 세 번 고개를 숙이고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萬歲·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 이것은 천황에 대한 무제한적이고, 무조건적 충성을 맹세하는 뜻이다.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일본의 신문·잡지·방송 등에서 천황에 대해 비난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201499일 일본 궁내청은 중일전쟁, 태평양침략전쟁 등 쇼와(昭和)의 격동기에 일본 군주로 군림했던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의 생애를 기록한 쇼와천황실록을 완성, 공개했다.

1901년 다이쇼(大正)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난 쇼와일왕은 25세때 즉위, ‘살아있는 신(現人神)’으로 떠받들어졌다가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A급 전범들과는 달리 전후 인간선언과 함께 상징천황으로 여생을 보내다 1989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대 일왕 중에서는 재위기간이 최장인 62년이었으며 가장 장수했다.

쇼와일왕은 1945927일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과의 회담에서 전쟁의 전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맥아더 회고록에는 나와 있으나, 쇼와실록에는 이러한 언급이 빠진 외무성 공식기록(2002년 공개) 전문을 싣고 맥아더 회고록의 관련 부분도 같이 실어 전쟁책임 문제의 양론을 병기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천황이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하기로 했을 때 “A급 전범이 합사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빠졌다. 곁에서 그 말을 들은 측근의 메모엔 남아 있다. 그런 실록을 두고 일본 주요 언론은 한 줄 비판도 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천황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신문이 산케이다. 일왕의 말 오코토바(言葉·말씀)’가 나올 때마다 전문을 싣는다. 아키히토 일왕의 5촌 노리코 공주가 결혼했을 때도 꼬박꼬박 자를 붙이고 하셨다는 경어체 기사를 썼다.

경어체 기사는 북한의 신문·방송 말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사히신문이 위안부와 관련된 과거 기사 몇 건을 취소한 것을 놓고 위안부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신문도 산케이다. 일본은 천황에 대해 비난하거나 대놓고 언론이 비판을 할 경우에는 우익들의 무서운 보복이 기다리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본은 천황을 위해, 천황에 의해존재하는 국가다. 그런 천황의 뿌리가 한국인이라니 그들의 입장에선 참으로 기가 막힐 것이다.

일본 극우들이 조센진을 죽이라는 말은 결국 천황을 죽이라는 그 연장 선상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