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정재호의 연두 칼럼] 윤석열의 핵주권론 선택과 집중
[94세 정재호의 연두 칼럼] 윤석열의 핵주권론 선택과 집중
  • JBC까
  • 승인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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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 벽두 조야(朝野)의 예리하고도 묵직한 초미의 관심사는 수직상승 중인 남북간 긴장 수위의 향방으로 쏠려있다. 구랍26일 북한무인기 5대가 서울영공을 침범, 그 중 1대가 비행금지구역을 뚫고 용산대통령집무실 3km거리까지 침투했다. 대공 감시기능이 나사풀려도 유분수지 이럴 수 있느냐.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체(核心體)가 조밀하게 자리잡은 곳이 졸지에 벌거숭이가 된 꼴이 아닌가. 서울 하늘을 휘젓고 날은 동안 까맣게 몰랐다. 군당국이 어물쩍 해명 끝에 실토한 태만의 민낯을 향한 민초들의 서릿발 삿대질은 당연지사다.

최근 김정은이 쏟아낸 험구(險口)를 요약하면 이렇다.

남한은 우리의 명백한 적이다. 남조선 전역은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 핵탄(核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한다. 선재공격도 공화국의 자위수단이다.

이에 맞선 윤석열대통령의 발언 감도(感度) 또한 결코 예사롭지 않다.

무인기 침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혹독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다. 위장된 평화로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북공격시 1001000배로 보복하겠다.

북한 무인기 도발을 규탄하는 한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판국에 여야가 서로의 탓으로 몰아붙이는 안보정략화(安保政略化)에 매달리는 꼴불견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안보참사로 못 박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북한에 끌려다닌 문재인 정권의 굴욕적인 대북정책 후유증이라고 반박한다. 트집꺼리 사냥에 쌍심지를 켠 거야(巨野)는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대한 국정조사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태원 사고에 이은 무인기 춘사(椿事)란 먹잇감을 허술하게 놓칠 리 만무한 그들이 아닌가. 임시국회 소집을 보채는 까닭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 속셈을 깔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여권은 이적시비(利敵是非)로 말썽 많은 9.19군사합의를 비롯, 제대로 된 훈련조차 기피함으로써 군심(軍心)을 녹슬게 한 문재인 치하 일련의 의혹투성이를 낱낱이 캐내어 적폐청산의 칼끝을 들이댈 기세이다. 여야는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 끌어가기에 승부수를 던질 요량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튼 틈만 생기면 남남갈등을 부채질해 온 김정은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남북·여야가 강대강(强对强) 구도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핵무장 로드맵을 밟을 적절한 시기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무현정부 때 합참의장을 거쳐 이명박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상희예비역 육군대장은 한 여론과의 회견에서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가 예상되지만 우리의 생존이 우선이라고 내세웠다. 국제군사전략가로 통하는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양국의 핵공동관리가 쉽사리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군사전문가들도 한·미 확장억제체제만으로 김정은의 전술핵무기 선제공격의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흐름이다.

때마침 조선일보와 통일과 나눔재단,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전국의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독자적인 핵무장 찬성68% ‘반대한다’(31.9%)보다 2배 높게 나타났다. 북핵위협 여부에 대해서는 위협을 느낀다82.9%로써 안 느낀다’(14.6%)를 압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북의 도발이 더 심각해질 경우를 전제로 전술핵배치나 독자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오랜 시간 음지에서 외로운 목소리에 머물렀던 핵주권론이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양지로 발돋움하는 순간인가. 김정은의 무모한 호전성이 불러들인 정당한 변곡(變曲)의 시그널(Signal)인 것만은 확실하다.

대한민국 핵개발의 여정은 눈물겹다. 시작과 끝은 유비무환(有備無患) 자주국방을 갈구했던 대통령 박정희의 운명과 함께한다.

1978926일 서해안의 한 바닷가에서 불꽃을 뿜으며 비행체가 하늘로 솟구쳤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광경을 망원경으로 응시하던 대통령이 손수건을 꺼내어 눈시울을 훔쳤다. ‘백곰이란 암호명이 붙은 미사일 시험발사의 현장이다. 세계에서 7번째 미사일 보유국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박정희의 야심적인 음밀한 핵개발은 아시아로부터 미국의 역할감소를 선언한 닉슨독트린 직후부터 시작됐다. 눈물겨운 여정이었다.

차라리 007을 닮은 극적인 음양기복(陰陽起伏)을 뚫고 박정희의 핵개발은 야무지게 무르익고 있었다. 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마침내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에 닿았다.

1978926 미사일 성공한지 1년 한달 뒤, 하필 26. ‘26일의 저주인가 10.26 국상(國喪)의 광풍이 거인 박정희의 영혼을 앗아가버렸다.

이 땅의 좌파들은 춤추고 노래했다. 그들 중에는 오늘도 춤사위를 멈추지 않는 자들이 우리 내부에 있다.

오늘날 안팎으로 험준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도전과 응전은 숨가쁘다. 문재인 정권이 거덜낸 막중한 적자재정을 제자리로 옮기는 설거지 노릇도 까마득한데 세계적인 경제한파까지 겹쳐 무엇 하나 온전히 건져올릴 건더기조차 없는 형평이다.

요행히 박정희시대경제난국 극복의 실록연구에 심취한다는 윤 대통령의 학습효과인가? 그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박정희의 경제 부흥 전략은 권력(정부)와 자본(기업)을 하나로 묶는 동업(同業)체제였다. 국부(國富)를 키우고 기업의 몸집도 키우는 동시효과의 극대화이다. 윤 대통령은 민간기업과의 유대를 중시하는 원팀(One team) 전략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박정희의 당찬 기상을 닮은 윤석열 특유의 뚝심이 여러모로 돋보이고 있다. 집권 이후 첫해에 들어선 그의 솜씨가 익어가고 있음인가. 국정지지율이 탄력을 받아 상승하고 있다.

5년 동안 감감 소식이던 대규모 간첩단 일방타진 보도가 전해지면서 윤석열을 읽는 시선이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윤석열의 집중(集中)과 선택(選擇)은 제대로 초점을 잡고 있다.

구악(舊惡) 청산의 쾌도(快刀)가 본격적으로 뻔적이면서 국정동력은 동반상승할 것이다. 윤석열의 행동하는 뚝심을 서둘러 만나고 싶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