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정재호의 직설] 훈련 외면한 군대와 ‘장군의 초상’
[94세 정재호의 직설] 훈련 외면한 군대와 ‘장군의 초상’
  • JBC까
  • 승인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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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備無患(유비무환) vs 無備有患(무비유환)

‘문재인시대’ 청와대 행정관 전화 한 통에 별 3개 장군이 달려나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국정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국정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장군은 폼 잡는 자리가 아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폐부를 찌르는 송곳같은 뾰족함이 시공간을 싸늘하게 짓눌렀다. 대한민국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김승겸육군대장)27일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 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조직을 훈련시키겠다는 의지와 정열이 없다는 점이라고 피력한 그는 동기부여가 안 보인다고 한숨저린 를 달았다.

그의 핵심적인 화두는 강군(强軍)을 위한 장군의 몫을 명시적으로 제시함에 있었다. ‘훈련의 열기가 식어버린 군대를 거느린 장군들의 초상을 빗대어 치열한 자기성찰을 다그친 매서운 질책으로 봐야 옳다.

딱히 용장(勇將)아래 약졸(弱卒)없고 졸장(卒將)아래 강병(强兵)없다는 병가(兵家)의 격언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구랍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하늘 한복판을 가로질러 비행금지구역을 뚫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언저리에 침투한 충격적인 사태 발생 이후,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군 수뇌회의에서 튕겨나온 일련의 언동은 관심의 초점이 아닐 수 없다. 합참의장의 쓴소리는 자기반성문으로 읽히는 진정성을 수반했다고 봄직하지 않는가.

문재인 좌파정권 치하 주적(主敵)개념마저 희미해진 판에 군사훈련은 아예 뒷전이었다. 김정은의 심기 살피는데 골몰한 남쪽대통령 문재인의 집중과 선택은 오직 하나 남북종전선언 체결이었다.

무릇 협상의 속성은 애타게 서두르는 자의 패착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9·19남북군사합의는 대화에 매달린 문재인의 오금저린 행보의 결과물이다.

남북대화 하나만 잘 풀리면 나머지 것들은 깽판쳐도 좋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노무현의 정치상속자를 자임하는 문재인이 굴욕적인 끌려다니기에 집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군대는 모름지기 싸워서 이겨야 하는 특별한 존재다. 피나는 담금질만이 생존(승리)을 담보하는 국정(國定)‘싸움꾼들의 양성소가 아닌가. 투혼이 녹슬면 무용지물이다. 문재인 5년은 친중원미’(親中遠美)의 시간이었다. ‘중국을 가까이하고 미국은 멀리한다는 뜻이다. 한미관계를 조이고 굳히는 정례적인 군사훈련은 숫제 거들떠보지 않았다.

책상머리에 걸터앉아 손가락으로 작동하는 시믈레이션에 방점을 찍었다. ·미관계는 헐렁거리고 호흡조율도 갈수록 엉성해졌다. 미국의 불쾌감은 주한 대사를 1년이나 비워둔 비례적(非禮的)인 조치로써 표시됐다. 이 틈새를 해집고 김정은의 모험적인 도발은 가열찼다.

흔한 말로 세계 경제 10위권을 곧잘 노래한다. 며칠 전 미국의 권위있는 군사전문 매체는 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6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방위산업 수출 세계 4위라는 놀라운 소식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북돋는 유의미한 광경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넘치는 군사력도 그 속을 꽉 채워야 할 정신력의 뒷배가 허술하면 말짱 헛노릇. ‘속 빈 강정이라는 이치를 놓쳐서는 안 될 터.

초연(硝煙)의 냄새가 물씬한 땀방울의 무게가 승패를 가름한다는 것은 병가상식(兵家常識)이다. 여기에 장군의 솔선수범이야말로 승리방정식의 필수조건이다. 우리는 명암이 엇갈린 인상적인 두 장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시대강원도 북방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한파 속, 3개의 군단장이 병사와 똑같은 무게 20Kg의 완전군장을 메고 20Km를 앞장서서 함께 행군했다. SNS에 사진이 뜨자 하루만에 100만 명이 공유하면서 좋아요를 눌렀다.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이 문재인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고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이 문재인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고 있다.

문재인시대청와대 행정관의 전화 한 통에 별 3개의 장군이 벗은 발로 달려나온 사실이 알려지자,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스러운 원색적인 조롱이 밀물처럼 덮쳤다. 빛나는 이 추풍낙엽되는 현장이었다.

윤석열대통령은 북한의 잇딴 도발에 맞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준비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다짐했다. 특유의 윤석열표 행동하는 뚝심을 밀고 싶은 맘은 굴뚝같다. 하나 문재인 눈치 보기에 길들여진 일부 정치 장성들의 오염된 영혼을 세척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골탈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벼르다가 날 샌다는 속담이 까닭없이 생겨났을 리 만무하다. 오랜 세월 삶의 끝자락에서 얻어지는 해맑은 지혜의 발현이 아닌겠는가. 부국강병의 대업을 성취한 박정희의 좌우명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전쟁불사의 결기(決氣)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고 외쳤다. 박정희의 당찬 기상은 김일성을 능히 압도하지 않았던가.

문재인은 무비유환(無備有患)으로 형형했던 국세(國勢)의 하향평준화 낳고 말았다.

기회는 찾는 자에게 주어지는 몫이다. 그렇다. 국군통수권자 윤석열은 주어진 회초리를 꽉 잡아야 할 엄숙한 시간과 맞닥뜨리고 있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