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정재호의 훈사(訓辭)]볼썽 사나운 말싸움 접고 ‘格과 品’ 갖춰야
[94세 정재호의 훈사(訓辭)]볼썽 사나운 말싸움 접고 ‘格과 品’ 갖춰야
  • JBC까
  • 승인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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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는 말씨름이다.” 제법 정치의 본성(本性)에 다가선 그럴싸한 비유다.

그러나 씨름이 거친 싸움으로 번지면 관전 열기는 반비례하는 법이다. 흥행효과가 반토막 난다는 뜻이다.

국민의 힘 3·8 당대표 경선이 점입가경이다. 유력 후보 간의 볼썽사나운 말싸움이 가관이다. ‘탄핵이니 탈당’, ‘분당따위 말의 꼭지점을 넘나드는 가슴 철렁한 단어들이 대통령과 묶어서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말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1, 2위를 다투는 김기현 안철수 후보가 친윤(親尹)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개입이 매끄럽지 못해 어수선한 뒷말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새나오는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다르게 들리기 마련이다.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말을 각색(脚色)하는 참모의 말솜씨 탓에 각양각색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선 과정 초입에서 이런저런 잡티섞인 말들이 꼬리를 문 나경원 사태만 놓고 보자. 민감한 사안에 섬세하게 대응하지 못한 무사자통’(無師自通 = 정해진 스승없이 스스로 깨쳐 앎)의 민낯이 고스란히 들어나지 않았던가.

같은 값의 허물을 따질 때면 강자(强者)의 흠결을 더 크게 다루는 것이 세상의 인정(人情)머리다. 안철수 후보가 3·9대선 때를 상기하면서 ·안 연대를 내세우자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자고 정색으로 탓하고 나선 것은 영락없는 과잉피난’(過剩避難)으로 비쳐졌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직성으로 읽힐 수 있겠지만 뒷끝이 영 개운찮다. 아무튼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윤핵관이란 신조어가 친윤(親尹)의 유세(有勢)를 상징하는 언어로 통하고 있으며 당내 기상도에 진하게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위주의시대 낯익은 풍속도였던 청와대와 여당의 일체성(一體性)을 노래했던 옛날의 물 맛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생각은 시대착오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호흡을 맞춰 함께 노 저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당무에 깊이 개입하는데 재미를 붙이면 정당민주주의의 진면목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정책을 놓고 부드럽게부딪히는 것은 사색을 공유하는 보다 건강한 생산을 도모함에 있어 요긴한 대목일 수 있다. 문물(文物)의 변화 속도가 눈부시는 오늘이다.

사고의 경직성과 폐쇄성은 서둘러 털어버려야 할 유산이다. ··(··)는 함께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잠시도 놓쳐서는 안된다. 서로 뜨겁게 껴안는 원팀(One team)이 돼야 한다. 종속관계라는 착각은 떨쳐버려야 한다.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윤심팔이에 종지부를 찍고, ()과 품()을 제대로 갖춘 맑고 깨끗한 한판 승부에 오늘과 내일을 걸어야 한다. 분열의 씨앗이 될 일말의 후유증을 남겨서는 안된다.

과녁은 선명하다. 20244월 총선 승리가 아닌가. 어설프게 이겨서는 헛고생이다. 의회권력을 통째로 틀어쥐고 입법독제를 즐기는 거야(巨野)를 완벽하게 뒤집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의 성공은 기약하기 힘들 게 뻔하다.

야당에 휘둘리는 절름발이정부라는 오명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3·8 전당대회는 3·9대선에 이은 역사적인 또 하나의 분수령을 내딛는 새벽이 되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후끈한 감동을 안기는 한마당이 되어 마땅하다. 국민의 더 밝고 야무진 눈썰미가 가로세로 ‘3·8’을 응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