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정재호의 정론일갈] ‘특전사' 단체 5·18묘지 참배의 파장
[94세 정재호의 정론일갈] ‘특전사' 단체 5·18묘지 참배의 파장
  • 정재호
  • 승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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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공자 명단 발표하고 보훈처에 업무 넘겨야 한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19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19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내음이 시샘하듯 소녀의 가냘픈 새끼손가락을 닮은 얄미운 찬바람이 꼬리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입춘과 경칩의 사이에 낀 우수(雨水) 다음날(218) 금시라도 이슬비가 살포시 내릴 것만 같은 아침. 빛의 고을 광주(光州)에서는 소리 소문 조용한 가운데 매우 소중하고도 감동적인 행사 하나가 있었다.

필자가 첫머리에서 어설픈 시어(詩語) 융네를 읊조린 까닭은 행사가 담고 있는 뜻이 갸륵하기에 한껏 의미를 강조하고픈 욕심에 날씨를 핑계 삼아 행사장 분위기를 데생(dessin)해 본 것이다.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 묘지 충혼탑 앞에서는 얼룩무늬 전투군복과 검은 정장 차림의 중년 남정네 20여명이 머리숙여 한참 동안 묵념을 올리고 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사람 중에는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훔치는 모습도 눈에 밟혔다. 5·18민주화운동이 요동칠 때 진압군으로 투입된 육군특전사령부소속의 예비역단체인 특전사 동지회5·18유공자, 유족회 3개 단체가 함께 한 참배 모습이다.

19805·18사태발생 이후 43년만의 뜻깊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살기 넘쳐 부딪친 서로의 가슴에 퍼렇게 멍든 상혼이 해원(解冤)하는 현장이 아닌가.

이들은 시내에 있는 5·18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겨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착석한 가운데 발표한 대국민선언문을 통해 “5·18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협력하고 화해와 용서를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행동강령으로써 매년 서울현충원과 광주 5·18묘역을 공동 참배하는 것을 정례화하겠다밝혔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175·18유관인사들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특전사·경찰순직자 묘소를 참배한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성사됐다.

이들이 선언한 언어 가운데 가슴에 찡하고 와닿는 언중유골(言中有骨) 한줄기를 골라 본다. 특전사동지회 최익봉총재의 육성이다.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엄정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하는 군인의 신분으로 명령에 따른 것이며 이들도 오랜 정신적·육체적 아픔을 겪고 왔다는 점에서 가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70여 성상 이 땅 현대사 그 한가운데를 뜨겁게 관통한 5·18의 원형질(原形質)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의 5·18사관(史觀)은 완벽한가? ‘슬프고도 분하고 분하고도 슬픈그 까닭을 우리는 우리 모두의 것으로 체화(體化)하고 있는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질문은 질기고도 단단하다. 정답은 먼 훗날 사가의 몫이겠지만 오늘 우리의 선택지는 갈피를 제시하고 있다.

서로 뜨겁게 껴안고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다. 특전사예비역의 5·18묘역 참배의 파장 그 마무리는 윤석열정부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알량한 촛불을 앞세운 문재인 좌파권력에 의해 끝내 꽁꽁 숨겨진 유공자 명단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우선이다. 20231월 말 기준 유공자는 4,484(본인 3,501, 유족 983)으로 집계됐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유공자의 존함을 알권리는 국민의 몫이다. 진실과 가짜가 마구 뒤엉킨 소문들이 나뒹글고 있다. 역사 왜곡과 민심교란의 막춤을 추고 있다.

상식과 공정을 국정경영의 뼈대로 삼고 있는 윤 대통령은 즉각 명단 공개와 더불어 광주시가 독점하고 있는 5·18관련 사무를 당장 국가보훈처로 옮기도록 지시해야 할 차례다.

5·18과 관련하여 9순 노구에 서울·광주를 거푸 오르내린 시달림 끝에 귀천(歸天)한 전두환전대통령은 화장한 자신의 백골을 북녘땅을 바라보는 전방고지에 뿌려 달라고 살아생전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1년해를 넘긴 오늘까지 자리를 잡지 못해 연희동 사저에 봉안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서둘러 챙겨주었으면 하는 애타는 청원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민족중흥회 회장 정재호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