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정재호의 시선집중]민주당 내부총질 종점은 어디에…이재명의 ‘봄날’은 어디까지
[94세 정재호의 시선집중]민주당 내부총질 종점은 어디에…이재명의 ‘봄날’은 어디까지
  • 정재호
  • 승인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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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다변가다. 언어구사의 구경(口徑)은 꽤나 넓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화술은 컬러풀(colorful)하다. 그러나 그는 말이 씨가 된다는 짧은 격언에 내재된 부메랑(boomerang)의 속성을 미처 깨치지 못하고 있는 성 싶다. 흔히 유통되고 있는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란 고사성어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612월 세모의 한파가 도시를 휘젓고 있었다. 충남 대전시 타임월드 앞 광장에서 열린 좌파의 촛불집회, 입에 거품을 문 이재명 성남시장의 앙칼진 열변이 울려 퍼졌다.

그동안 우리는 세상을 하직할 자유밖에 없었다. 법 앞에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가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반드시 수갑을 채워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

그날로부터 6년여 시간이 흘렀다. 성남시장경기지사대통령후보제일야당 당수(黨首). 승승장구한 이 대표는 대선후보로서 발표한 선거공약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삭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체포동의 요청에 맞서 불체포특권의 울타리 안에서 반검찰투쟁을 가열차게 펼치고 있다. 법 앞에 평등을 외쳤던 그는 되레 평등거부의 최전방에서 강골(强骨)을 과시했다.

딱히 아이러니(irony)한 언어의 복선(伏線)이 빚은 얄궂은 그 현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정치 현안을 죄다 빨아들이는 블랙홀(black hole)이었다.

법의 그물에 줄줄이 얽힌 사연이 좀 많은가. 28일 국회에서 검찰의 이재명 체포동의 요청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것은 두마 할 나위없이 이른바 비명(非明)계가 표를 던진 탓이다.

최대 38표 설이 나돌고 있지만 무기명투표 속의 표심의 행로를 캐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릿발 후폭풍의 향방은 3월에 있을 당원내대표 경선을 고비로 격랑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짙다.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제2의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발의혹의 대명사로 불거진 대장동사건보다 더 고약한 쌍방울대북송금수사가 마무리되고 이 대표의 관련 여부에 따라 민주당 내홍의 진폭(振幅)은 돌개바람에 휘말릴지 모를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또 하나 자칫하면 돌연변이의 충격파를 몰고 올지도 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공판이 3월 중 3차례 개정기일이 잡혀져 있어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확정판결은 대법(大法)에서 가려지겠지만 1심에서 유죄가 떨어지면 당대표직을 지킬 구실은 완전 소멸될 것이다.

만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의원직 상실이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재명의 정치적 명운을 좌지우지할 춘삼월(春三月)은 분명 잔인한 달이라 할 수 있다. 사태 악화의 밑바닥에는 자기성찰에 인색한 64년생 60세 초선인 인간 이재명의 인성(人性)탓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흙수저와 금수저의 삶을 두루 섭렵한 이재명은 야생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인간승리로 읽는 시선도 만만찮다. 대장동 사태와 관련, 철석같은 측근 동지도 필요에 따라 안면몰수 모르쇠로 일관하는 통에 분을 삼키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몇 명인가. 유별나게 각()을 세운 강성(强性) 탓에 관리자의 필수 덕목인 참을성 없는 가슴 좁은 행보가 곧잘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벌써 당 대표 실각을 현실화한 계파 간의 날카로운 시선들이 번쩍이고 있는 오늘이다. 이달 중 양산 사저 언저리에 책방을 열 예정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중동과 함께 잊혀져가는 문파(文派)들의 결집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민첩한 입놀림이 심심찮다.

대국(大局)의 변화는 못보고 소절(少節)에 사로잡히면 다음 총선은 십상팔구’(十常八九) 낭패를 만날 것이라고 한숨을 길게 내뿜은 5선 당 중진이 읊조린 속담 하나.

계집 바뀐 것은 모르고 젓가락 바뀐 것만 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TV에 자주 출연 말발 세다고 소문난 친명재선의 P의원의 대꾸 하나.

판세는 유관자의 몫인데 나이드신 분들이 즐기는 사주풀이에 푹 빠졌구먼.

거야(巨野)의 내부 총질 그 종점은 어디일까.

이재명의 봄날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화사한 봄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 드리워진 검푸른 냉기(冷氣)는 차디차기만 하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