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간 태극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최고령 자유우파 국민 안성순 씨(일명·파주왕언니)와 지난 25일 광복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이종찬 씨 삶의 궤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38년 5월21일 생인 안 씨는 어떤 단체 직책도 없었던 그저 평범한 국민이다. 경북 예천서 태어난 안 씨는 스무여덟살 때 서울로 올라와서 안 해본 일이 없다. 서울서 늦깎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안 씨는 남대문시장에서 메리어스 장사부터 산업윤활유 사업까지도 했었다.
1936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16기)를 졸업한 뒤 1965년 현역 장교 신분으로 중앙정보부에 공채 1기로 들어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1980년 5공화국 출범과 함께 민정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서 11대부터 14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대권 도전에 힘을 보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훗날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 올랐다.
두 사람은 독립운동가 집안을 뒀다. 안 씨의 오빠뻘이 안중근 의사(1879-1910)다. 한국에서 안중근 의사를 모른다면 바보거나 외국인 둘 중 하나다. 안 씨는 순흥(順興) 안(安)씨 참판공판다. 안중근 의사가 참판공파 30대 손이다.
이 회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1867-1932)의 손자다. 한말 독립운동가인 이회영은 임시정부 수립을 반대했으며, 신채호, 이을규 등과 무정부주의(아나키스트)운동을 전개했다. 이 회장은 우당기념관 관장, 우당장학회 이사장,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역임하고 있다.
안 씨는 이 회장처럼 독립운동 단체와 여러 주요 직책은 없다. 안 씨에게 “직책이 무엇입니까” 물으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비슷한 연배의 두 사람 삶이 새삼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국가관과 자유민주주에 대한 정체성 때문이다. 경기고와 육사 16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를 마친 이 회장은 제5공화국 당시 민주정의당 원내총무를 지냈으며,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안기부와 초대 국정원장을 역임했다. 반면 안 씨의 학력은 고졸이 전부다. 대학원 박사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그저 여타 어머니처럼 허리띠 졸라매고 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온 우리네 어머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신념에선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이 그동안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내뱉은 그의 정체성은 그가 과연,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신념 소유자라는 데 의심이 보태지고 있다. 안 씨는 지난 2016년 말부터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나와서 자유대한민국 정체성을 파괴시키려는 자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1일 3.1절을 맞은 자유우파 국민들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 탄핵무효’, ‘박근혜 석방’ ‘문재인 구속’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날 이 회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태극기를 들고 서울 곳곳에서 벌인 집회에 대해 “태극기는 그렇게 오염시킬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이날 안 씨는 서울시내서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 탄핵무효”와 “무죄석방”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안 씨는 이 회장에 대해 “나는 태극기를 오염시킨 사람이 아니다”고 되받아쳤다.
또 이 회장은 한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저는 우리 역사를 대한제국,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한민국 순으로 봅니다. 그래서 건국절 제정을 반대하지요. 건국은 반만년 전에 했어요. 기미독립선언서에 ‘조선건국 4252년’이라고 돼 있지 않습니까. 건국을 이미 반만년 전에 했단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안 씨는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이다. 1910년 국권 상실 이후 한민족이 국제법적으로 국민·영토·정부를 회복한 날은 이날뿐이다. 국민·영토·주권을 갖춘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반박했다.
1933년의 ‘몬테비디오 조약’(Montevideo Convention) 이후 국제법은 ‘국가’의 구성 요건으로 ① 국토, ② 국민, ③ 주권(主權) 및 ④ 타국(他國)과의 조약 체결권 등의 구비(具備)를 요구하는 것이 정설(定說)이 되어 있다.
안 씨는 “3·1운동과 임시정부는 빛나는 역사다. 헌법 문구대로 대한민국의 법통(法統)이 여기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그들이 축적한 노력과 국제 정세 변화로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 이는 사관(史觀)에 따라 달리 볼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문재인과 주사파 세력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부정한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항일무장투쟁의 정통성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안 씨는 “혹시 이 회장도 이들의 생각과 같지 않은지 의심스럽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어떻게 봐야하는가”에 대해선 “저는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봅니다. 그렇기에 국부입니다. 다만 국부를 민주주의 체제에서 한 명으로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씨는 “대한민국 국부는 이승만 대통령 한 사람이다. 국부가 한 명이 아니다는 말은 집에 아버지가 여럿명 있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박했다.
안 씨는 이 회장이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나타냈다. 안 씨는 “홍범도의 활동 전력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홍범도는 1921년 6월 28일 자유시참변에서 소비에트 적군 편입을 거부하는 한국의 무장 독립군을 몰살시키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며 “홍범도는 공산주의 활동에 대한 혁혁한 공을 세워 레닌으로부터 금화와 ‘홍범도’라는 이름이 새겨진 은제 마우저 권총 C96을 선물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씨는 이 회장이 6.25 전쟁 남침 주역 김원봉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이 회장은 한 언론에 “김원봉 선생은 해방 후 남쪽에 임정요인 자격으로 귀국했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장택상, 노덕술 같은 친일 경찰들이 날뛰는 걸 보고 ‘해방이 안 됐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북이 실질적으로 해방됐다고 판단한 겁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씨는 “조선의용대 대장 출신 김원봉은 김일성과 함께 6.25 남침을 일으킨 민족의 원흉이다”며 “이런 자의 독립운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고 밝혔다.
안 씨는 “역사와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근원은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나와야 하는 시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씨는 이 회장이 과거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국정원 학살 주역 논란이 된 것과 관련, “그 스스로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파기시킨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일침했다. 이는 이 회장이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광복회장으로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한 말을 빗대어서 뱉은 말이다.
안 씨는 “서당 선생이셨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어머니는 태극기를 든 애국자 이셨다”고 밝혔다. 그는 “일제강점기 대한독립을 갈망하셨던 어머니는 장롱에 태극기를 숨기고 일본의 눈을 피해 태극기를 펼치시곤 하시면서우리에게 대한독립 정신을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안 씨는 2017년 6월 산업윤활유 사업체를 접고 그후부터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문재인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한민국 정체성을 파기시길 움직임을 드러냈을 때 였다 안 씨는 2018년 7월 백내장 수술하자로 인해 사실상 시력을 상실했다. 또 지난해 12월 뇌경색으로 인해 수술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태극기를 놓지 않았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서 태극기를 드는 것은 태극기를 오염시키는 것이 아닌 나라를 지키고 정화시켜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회장에게 바람을 전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이 회장님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불꽃을 태워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