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논객 정재호의 직설]당장 멈춰라! ‘共感無色’한 단식 투쟁
[94세 논객 정재호의 직설]당장 멈춰라! ‘共感無色’한 단식 투쟁
  • 정재호
  • 승인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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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의 행동거지는 정치판의 풍향을 주름잡고 있다. 조금은 싱거운 우스갯소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있을 재() 밝을 명()이란 이름값 탓인가? 이대표의 언행은 딱히 뉴스의 하이라이트(high-light)를 거의 싹쓸이 낚아챈 모양새다.

조명(照明)의 열기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대표의 몫이다. 지구촌 197개국을 통틀어 G10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국회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169석 제일 야당 당수가 아닌가. 그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한국정치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강자다.

당 대표 임기 반환점을 도는 31일 아침.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개막 하루 전날에 마춘 기자회견에서 뜬금없는 무기한 단식투쟁을 선언한 파장은 충격적이었다.

국민항쟁이란 섬뜩한 표제(表題)를 내건 이대표 단식투쟁의 과녘은 3가지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윤석열대통령의 사죄 일본 원전오염수방류 사건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파탄 내각의 재구성이다. 야무지게 따지고 들면 하나같이 실속 오간데 없는 허풍선 언어의 유희(遊戲) 냄새가 물씬하다.

한국사회에서 종종 있어왔던 정치인의 단식투쟁 이력을 살펴보면 선명한 공통점이 있다. 벼랑끝으로 내몰린 약자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재명 단식투쟁은 보다 복합적인 사연이 어지럽게 함축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종전 단식 투쟁현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한점 에누리 없이 보도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10시가 되면 국회 천막농성 장소를 벗어났다가 다음 날 아침 9시 반쯤을 전후하여 단식 장소로 돌아온다. ‘출퇴근 단식이란 냉소적인 비아냥이 나뒹구는 까닭이다. 한밤중 이대표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 대표가 단식현장에서 무엇인가를 씹어 삼키는 입놀림이 찍힌 동영상이 뜬 것을 놓고 별의별 소문의 난무현상이 야멸차게 부끄럽다. 곡기를 끊고 권력에 맞서는 약자의 비장함이 서늘하게 느껴져야 할 단식 언저리에서 도무지 긴장감을 읽을 수 없는 공감무색’(共感無色)은 주최 측의 진정성 결여 탓인지도 모른다.

검찰은 대북불법송금의혹과 관련 4일로 잡혔던 출두를 앞두고 단식으로 반응한 이 대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 대표는 형사사건에 얽힌 피의자신분이다. 2차례 소환을 거부했다. 3차례 소환에 불응할 때는 체포영장 발부가 가능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명분쌓기로 읽히는 제스처가 아닌가 싶다. 국민의 힘은 불문가지. 이 대표의 약삭빠른 방탄 지략이 농축된 사전포석이라고 주장한다.

권위있는 여론수집기관의 하나인 한국갤럽이 모처럼 정당지지율 공개했다. ‘32 vs 27’ 5P차로 민주당이 국힘당에 뒤지고 있음이 드러나자 민주당내 비명(非明)계가 이재명 1의 성적표가 고작 이거냐고 발끈했다. 이 대표 강성지지자들인 개딸이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맞장뜨는 모습이다.

민주당지지율이 20%로 굴러떨어진 것은 초유의 일이다. 뾰족한 출구전략도 불투명한 가운데 단식투쟁이 빚은 당내 갈등의 심화는 심각한 변고(變故)가 아닐 수 없다. 1주일째로 접어든 단식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차디찬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는 심신 공히 맥박이 축 늘어지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10일간의 단식 투쟁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강경파 일각에선 “119구급차에 실려 갈 때까지를 외치고 있지만 야비하고도 못된 무책임의 막말을 삼갔으면 좋겠다.

어려울 때일수록 야성(野性)을 뿌리치고 이성(理性)을 앞세워야 하는 법이거늘.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오랜 세월을 굽이친 곰삭은 우리네 속담이다. 이 대표의 표원진 속내를 완벽하게 꿰뚫을 재간은 없다. ‘합리적 추정이라 그럴싸한 핑계를 빌어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단식을 멈출 시점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감히 누구도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인지상정의 정체성이다.

국무총리도 좋고 집권당 대표도 나쁠 리 없다. 단식현장을 찾아 위로를 전하는 온화(溫和)한 대화장면을 연출하면 올망졸망 감동의 씨앗이 모여들 것이다.

이참에 울퉁불퉁한 토속적인 말투로 기어이 한마디 던지고 싶은 말이 있다. “먹고 살려고 아우성인데 굶으려고 야단법석인가 당장 거두어라.”

20세기 문명속의 야만’(野蠻)단식따위를 째려보는 백성의 눈매가 두렵지 않는가!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필자.
필자.

필자 약력

1930년생

靑丘大學(현 영남대학)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 수료(경영진단사 자격취득)

경향신문 주일상주 특파원, 정치부장겸 부국장, 상임논설위원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회장겸 주필

8대 국회의장 비서실장

9·10대 국회의원(3선의원)

유신정우회 원내수석 부총무, 대변인

헌정회 사무총장, 부회장, 원로회의 부의장

현재 민족중흥회 회장, 국가원로회 상임고문

저서

시집:향수,폭포수

칼럼집:새천년 새벽의 초대, 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

정론일갈(正論一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