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앙일보에 밝힌 회고록과 지난 18일 자 발매된 유영하 변호사의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드러난 논란과 쟁점에 대해 3회 연재한다. 두 사람의 주장 논란과 그동안 밝혀진 내용과 약간씩 달라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접근한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 진실규명이야말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출발선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첫 번 째, 언론공동체
두 번 째, 정치공동체
세 번 째, 태블릿PC공동체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근혜)이 중앙일보 회고록에서 유영하 변호사와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월간조선 2024년 1월호 인터뷰서 “태블릿PC는 최순실(본명 최서원) 것이 맞다”고 했다.
지난 2016년 10월 24일 JTBC가 폭로한 태블릿PC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이것은 촛불광풍을 낳았고, 박근혜 탄핵과 구속의 결정타였다.
당시 JTBC가 폭로한 태블릿PC는 진위논란에 휩싸였고, 7년이 지났지만 그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특검과 검찰은 “JTBC가 폭로한 태블릿PC는 그 소유자가 최서원이 맞다”고 했다. 당사자 최서원은 “내 것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유 변호사와 태블릿PC 실소유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7년 만에 월간조선과의 각각의 인터뷰를 갖고 “태블릿PC가 최서원 것이 맞다”며 특검과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유 변호사와 김 전 행정관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결코 절대 조작 등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요약해서 보고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가 보고한 대로 태블릿PC가 최씨 것이 맞는지, 아니면 유 변호사가 이를 잘못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태블릿PC 논란의 핵심인물이다.
태블릿PC 논란 쟁점이 됐을 때, 김 전 행정관이 유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특검 검찰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되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이에대한 공식적인 해명이 없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7년만에 월간조선 1월호에 동시 각각, “최서원 것이 맞다. 조작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인터뷰는 최서원에 대한 박근혜의 부정적 시각과 겹치면서 태블릿PC가 최씨 것이 맞고 이에 대해 최씨가 억지 주장을 펼쳤다는 시각을 낳게했다.
박근혜는 지난 주 중앙일보 회고록을 통해 “최서원이 나를 속였다”고 아주 매섭게 비판했고, 이것은 유 변호사와 김 전 행정관의 인터뷰와 맞물리면서 세 사람의 최서원 언급이 주목받았다.
태블릿PC 쟁점으로 돌아가자. 태블릿PC 당사자인 최서원은 “난 태블릿을 쓰지도 않았고 쓸 줄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수 차례 밝혔다. 태블릿PC가 JTBC 또는 제3자에 의해 조작된 증거이거나, 무결성이 훼손되고 오염된 증거이며, 언론 및 수사기관이 해당 태블릿PC를 최순실의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JTBC가 이것을 어디서 누구로부터 입수했느냐는 점도 쟁점이다. JTBC는 그 태블릿을 더블루K 사무실에 최서원씨가 두고 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다. 이미 폐쇄된 사무실에 내가 쓰던 태블릿PC를 일부러 두고 올 리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JTBC도 태블릿 입수 경위에 대해, 처음에는 미승빌딩 쓰레기통에서 주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독일에 있는 집에서 버린 물건 속에서 찾았다는 둥 말을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와 김 전 행정관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이 미심쩍다고 했다. 기자가 김 전 행정관에게 ‘JTBC의 태블릿PC 입수 시점과 경위를 보면 의심 가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묻자, 김 전 행정관은 “JTBC가 태블릿PC 잠금 패턴을 풀었잖아요. 그럴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깜짝 놀란 게 JTBC가 태블릿PC 소유주 명의가 마레이컴퍼니로 돼 있다고 단독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저도 보면서 ‘저걸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생각했죠. 우리 회사나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였으니까요. SK텔레콤을 고소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니까….”라고 답했다.
유 변호사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기자가 ‘JTBC가 텅 빈 사무실의 고영태 서랍에서 태블릿PC를 입수하게 된 경위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라는 질문에 대해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저는 이 의문에 대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그리고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봅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조작됐다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JTBC에서 태블릿PC 안의 내용을 조작하고, 검찰은 소유자를 김한수에서 최서원으로 바꿨다고 칩시다. 벌써 개입한 사람이 몇입니까. 만약 사실이라면 이게 지금까지 안 밝혀졌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만해야 합니다”라고 조작에 대한 확실한 선을 그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 씨다. 고 씨는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는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 씨의 발언은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최서원 주장과 일치한다.
고 씨의 발언 후 1년이 지난 2017년 ‘최순실 태블릿PC’는 최순실이 아닌 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사용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본부’에서 일했다는 신혜원 씨가 이를 폭로했다.
신 씨는 2017년 11월호 발간 월간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조○○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네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카톡) 계정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대선 후 이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김 전 행정관이 태블릿PC를 개통한 김한수 전 행정관과 공모해 함께 사용한 태블릿PC를 JTBC에 제공하고, JTBC는 그 안의 파일을 조작하고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처럼 보도해 아무 잘못 없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김 전 행정관은 2019년 7월 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소위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소유자입니까.”(기자)
“아닙니다. 그 태블릿 PC는 이춘상 보좌관이 김한수 전 행정관에게 시켜 개통한 태블릿PC입니다.”(김휘종)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까.”(기자)
“네.”(김한수)
당시 김휘종 전 행정관은 “태블릿PC가 최서원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랬던 김 전 행정관은 2019년 11월 “최서원과 태블릿PC 관련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추측이나 막연한 기억으로 발언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이에 대한 ‘반전’은 최서원 씨가 치고나갔다. 최 씨는 “태블릿PC가 내 것이 맞다”며 검찰이 보관하고 있던 태블릿PC를 다른 사람에게 점유이전하거나 폐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과 함께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원중 김양훈 윤웅기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최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2022년 9월 1심 법원도 JTBC가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던 태블릿PC 반환소송에서 최 씨 손을 들어줬다.
이같은 판결이 났는데도 법무부는 최 씨에게 태블릿PC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자유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한 마디로 태블릿PC 수사가 조작됐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태블릿PC를 나에게 한 번 보여준 적도 없으면서 내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이 당당히 수사를 했다면 못 보여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 씨는 “검찰이 이제와서 발뺌을 하는 건 태블릿PC가 세상에 나와서 포렌식을 진행하면 검찰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박근혜와 유 변호사, 김한수·김휘종 행정관은 이 점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 박근혜는 제외하더라도 세 사람이 JTBC의 태블릿PC 입수에 의문을 제기했다면 이에 대한 진실규명을 먼저 촉구하는 것이 수순이다.
박근혜는 지난 19일자 회고록에서 최 씨를 향해 “나를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며 “더는 그녀(최서원)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이후 법정에서는 눈을 마주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최서원은 박근혜에게 태블릿PC까지 속이고 있는가. 박근혜가 이를 속이고 있는가. 또 다른 3자가 박근혜 눈과 귀를 가리는지, 박근혜와 또 다른 3자들이 공모해서 이를 묻어두려고 하는지. 현재로선 이를 단정 지울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진짜 태블릿PC 판도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것이 공개될 경우 조작자와 실행자 공모자, 은폐자 등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날 것이다. 박근혜 말대로 진실은 잠시 사람을 속일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