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탄-'문재인도 모르는 사노맹', 백태웅 "우리는 사회주의자다"
-5탄-'문재인도 모르는 사노맹', 백태웅 "우리는 사회주의자다"
  • JBC까
  • 승인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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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자 백태웅 이메일 인터뷰 사노맹 입장 옹호
30년 전 사노맹 백태웅씨가 투고, 조직실체를 최초로 공개
최근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난 백태웅 교수(오른쪽). 왼쪽은 송영길 의원 부부. 부인 남영신씨도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백 교수 옆은 이정우 변호사. 8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사시·행시·외시에 합격했다. [사진 송영길 의원] 출처=중앙일보
최근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난 백태웅 교수(오른쪽). 왼쪽은 송영길 의원 부부. 부인 남영신씨도 이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백 교수 옆은 이정우 변호사. 8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사시·행시·외시에 합격했다. [사진 송영길 의원] 출처=중앙일보

20일 중앙일보는 프라하에서 온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의 이메일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신문은 이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사노맹 핵심 당사자 백태웅을 인터뷰한 것으로 짐작된다. 때마침 JBC까는 지난 1990년 백태웅이 말지에 직접 쓴 긴급투고를 입수했다. 이는 사노맹의 조직실체를 최초로 공개한 투고였다. 이날 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백태웅의 인터뷰와 30년 전 사노맹 대표 였던 백태웅의 투고를 직접 비교해보면서 읽으면 더욱 흥미를 더 해 줄 것이다. JBC까는 뺄셈도 보탬도 없이 액면 그대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아래는 20일자 중앙일보 강민석 정치에디터가 쓴 내용이다.

백태웅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노동현장으로 들어가 1989사노맹’(사회주의 노동자동맹)을 결성한 인물이다. 26세일 때였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야당이 국가전복을 꿈꿨다고 지목한, 바로 그 조직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일원으로 참여한 정도라면, 백 교수는 정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대학에서 인권법을 가르치는 교수로 있다. 뿐만 아니라 유엔에서 활동하는 국제적 전문가다. ‘변신이 아니라 삶 자체가 변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최근 두 차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연락처는 백 교수와 친구 사이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구했다.

-“한국에서 사노맹 논란이 불거진 것을 아는지.”

조국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한 것도 몇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뒤늦게 과거의 색깔론을 동원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공방을 주고받는 한국 정치 현실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오늘 이 시점에서 또다시 독재정권 시절 안기부 밀실에서 진행되던 고문이나 박종철의 죽음 같은 것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국가 전복을 꿈꿨다는데.”

지난 운동권은 공안기관이 주장하는 것 같이 이념에 사로잡힌 기괴한 인간들이라기보다는 불의에 대해 비타협적으로 저항하고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동시대의 소외당하는 세력들의 편에 서려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안기부가 증거도 없이 극우적이고 냉전적인 공안논리를 동원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위 사노맹 수사 결과라고 발표한 섬뜩한 용어들을 상황에 대한 아무런 부연설명이나 사실에 기반한 진실 확인의 과정도 없이 반대 세력을 비난하는 정치적 논리로 사용하는 것에 절망감을 느낀다. 지난 시대의 불의에 맞서고, 정의롭고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열망하던 한 세대의 활동을 특정한 이념으로 치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사회주의를 전면에 걸긴 했다.

그때 논의된 사회주의는 당시 안기부나 공안기관의 주장처럼 마르크스 레닌주의나 주체사상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불의를 넘어설 완벽한 대안 사회의 전망까지 갖춘 완성된 정치이념도 아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 평등과 경제적 민주주의, 노동자를 비롯한 소외받는 사람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복원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 한국 정치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가 유엔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위원이자 부의장으로 세계 각국에서 현재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실상을 매일 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추구한 노력을 낡은 공안의 잣대로 재단하는 논리는 이제 시대에도 맞지 않고, 또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해온 한국의 인권 수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무쪼록 청문회 과정에서 합리적 논의와 지난 시기에 대한 차분한 성찰 속에서 우리 사회가 과거 지향적 논리를 벗어나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사실 사노맹은 유신 말기5·17 신군부 세력(JP의 말에 따르면 ‘5·16의 고약한 동생’)의 등장5·18 광주의 비극전두환 정부의 공안통치로 이어진 정치환경을 무시하고선 생각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백태웅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강 정치 에디터 개인의 의견을 썼다.

당시 시대 흐름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던 많은 이들이 공안논리로 처벌받았다. 헌법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상 우리는 적어도 꿈을 꿀 자유는 있어야 하는데도. 설령 그것이 몽상일지라도 말이다. 조만간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공직 후보자가 연루된 과거 사건은 물론 검증 대상이다. 하지만 야당도 접근을 차분하게 했으면 한다. 당시 군사정부 시절 꾸었던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 비현실적이었고 통찰이 부족했다고 지적할 순 있어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가 전복의 꿈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가 아니어도 바보이고, 나이 들어 공산주의를 하면 더 바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이 칼 포퍼다. 아마 칼 포퍼가 당시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젊었을 때 이미 구속이 되어버려, 저런 말을 남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인터뷰에 대해 중앙일보 게시판에는 이 기사를 작성한 강 정치에디터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강민석씨, 나와 수많은 나의 학우들, 70년대 초 중 치열하게 대학생활을 했다오. 치열했다는 것은, 조국 부류처럼 부유한 부모를 두지 못 해, 내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공부해야했던 학창시절을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오. 그래도 사회를 원망하거나 그 체제를 전복해보겠다는 파괴적 생각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해 나가는 그 시절의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순차성을 중히 여겼소. 완전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반독재투쟁은 했지만, 공산주의는 결사반대했소.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바보'라는 해괴한 논리로 조국을 옹호하는 당신과 중앙일보의 문 권 부역에 연민을 느끼오.”

사노맹의 입장을 많이 게재했던 90년 노동해방문학지
사노맹의 입장을 많이 게재했던 90년 노동해방문학지

30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아래 글은 사노맹 대표였던 백태웅이 직접 투고한 글이다.

이 글의 편집자 주는 이렇게 달렸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박노해-김진주씨등 핵심간부들의 잇따른 구속에도 불구하고 불패의 신화를 장담해온 이 단체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노맹은 대체 무엇을 위한 어떤 조직인가. 사노맹 중앙상임위원 백태웅씨가 보낸 긴급투고를 통해 사노맹의 조직실체를 최초로 공개했다. 그 전문을 싣는다.

- 남한 땅의 '갈릴레이들’-

중앙상임위원 박노해 씨의 체포 이후 이런 물음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노맹)이 와해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는가? 지금은 이와 같은 물음들에 대해 여하한 형태로든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로부터 법정은 사상문제에 대한 집중적 심문장이다. 태양이 지구의 둘레를 돈다는 통설에 맞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던 갈릴레이는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법정에 서야만 했다. 그는 법정에서 자기의 주장부인한 대가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풀려나왔다.

그러나 법정을 나오면서 슬그머니 내뱉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오늘날 남한에서 사회주의자라는 또 다른 갈릴레이 법정에 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문제를 잘못 거론 하면, 오히려 탄압을 자초 한다는 인식이 운동권 내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 하여 대부분의 조직사건 관련자들은 '용공조작'이라는 말로 사상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다.

자신의 사상을 밝힌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심문에 못 이긴 소극적 입장 표명 정도였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의 방어벽이 뚫린 것은 온갖 탄압을 무릅쓰며 정면으로 부딪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남한 땅의 갈릴레이들은 임시번통으로 사실을 부인하고 풀려나오는 것마저 거부한다. 형량이 올라가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헌의회(CA) 그룹'으로 구속되었던 최 민씨, 그리고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의 오동렬·윤철호 씨, '노동계 계급그룹의 이진경 씨, '노동자대학'의 신언직씨 등이 법정에서 그렇소, 우리는 사회주의자요"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사상을 밝혔다.

특히 개인의 사상선언을 넘어서, 조직으로서 사회주의의 기치를 세운 우리 사노맹의 동지들은 집단적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사노맹 사건 관련자로 구속된 남진현, 현정덕, 이성수, 전인현, 김옥현 등 우리의 동지들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떳떳하게 밝혔고, 앞으로도 그러한 신념을 견지하여 투쟁해 갈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계속>